'김오수 거취' 내로남불..권성동, 과거엔 "총장 임기 4년 하자"

하준호 2022. 3. 1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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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오수 검찰총장의 사퇴를 공개 압박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검찰총장 재임 시절 검찰총장의 법정 임기를 기존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내용의 검찰청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던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검찰총장의 임기가 짧아 교체주기가 지나치게 잦기 때문에 검찰총장의 임기를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과 같이 4년으로 해서 검찰 인사에 대한 정치권의 개입을 방지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권 의원은 국민의힘의 전신 새누리당이 여당이었던 2017년 2월에도 같은 취지의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당시 권 의원은 “검찰총장의 임기를 4년으로 해서 검찰 인사 요인을 최대한 줄이면서 검찰 인사에 대한 정치권의 개입을 막음으로써, 검찰 인사권을 매개로 정치권력과 검찰이 유착해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는 수사를 할 수 없도록 원천적으로 예방해야 한다”는 제안 이유를 밝혔다. 그는 야당 시절인 2019년 3월에도 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측근 그룹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검찰총장의 임기는 대법관·헌법재판관·선거관리위원(6년), 감사원장(4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3년)보다 짧다. 이와 관련, 2019년 6월 국회 법사위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법무부는 “검찰총장의 권한과 책임, 다른 임기제 기관장의 임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냈다. 반면, 대검찰청은 “검찰총장 임기 연장으로 임기제 도입 취지를 실질화하고 후속 인사 빈도를 줄여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고자 하는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하고, 중립성 확보에 긍정적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찬성했다.

검찰총장 임기와 관련한 ‘내로남불’은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2020년 말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윤 당선인(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집행 정지를 명령할 당시 “임기 보장과 상관없이 (법무부 장관과) 갈등이 일어나면 물러나는 게 상책”(설훈 의원)이라거나 “본인이 사랑하는 검찰 조직을 위해 결단할 때는 결단해야 한다”(홍익표 의원)고 사퇴를 공개 압박했다. 그랬던 민주당은 최근 야당이 김오수 총장의 거취 결단을 요구하자 “임기가 1년이나 남아 있는 김 총장을 나가라고 한다면 윤 당선인은 자기 부정을 하게 되는 것”(안민석 의원)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다고 해서 검찰총장보고 물러나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굉장히 조심해야 할 발언”(박광온 의원) 등 180도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 검찰총장의 임기는 해외 선진국과 비교해 짧은 게 사실이다. 임기가 정해져 있지 않은 국가의 평균 재임 기간은 독일 6년 8개월, 영국 5년, 미국 3년 5개월(법무장관 겸임), 프랑스 3년, 일본 2년 7개월 등이다. 법정 임기가 있는 나라의 경우도 헝가리 9년, 캐나다·벨기에·호주 7년, 포르투갈 6년, 스페인 4년 등이다. 다만, 김 총장이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임기를 고수할 만큼 검찰 내부의 신망을 쌓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17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 김오수 검찰총장을 응원하는 화환과 꽃바구니가 놓여 있다. 뉴스1

김오수 총장은 지난해 5월 내정 당시부터 야당으로부터 문재인 대통령 퇴임 이후 보신용 ‘알박기’ 인사란 비판을 들었다. 2018년 6월부터 2020년 4월까지 법무부 차관으로 재직하면서 친(親)정부 성향이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취임 당시 강남일 대검 차장검사에게 “법무부도, 검찰도 (조 장관) 수사가 부담스럽다”며 “별도의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진행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해 당시 검찰총장 지휘 배제 논란을 불렀다. 이 일로 퇴임 이후 최재형 감사원장(현 국민의힘 의원)이 정치적 편향성을 들어 그에 대한 감사원 감사위원 제청을 거부하기도 했다.

김 총장은 지난해 7월 성남FC 후원금 강요 의혹 사건과 관련, 성남지청이 금융정보분석원(FIU) 금융자료 의뢰 요청을 하자 박은정 성남지청장에 직접 전화해 반려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스스로 정치적 중립 논란의 중심에 서 있기도 하다. 한 검찰 관계자는 “대장동 개발 의혹이나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 등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기소에는 적용하지 않던 ‘법과 원칙에 따른 본연의 임무’를 이제야 꺼낸다는 건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지난해 10월 18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 박성진 대검 차장검사와 대화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김 총장은 지난해 5월 2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대통령이 바뀌면 적폐가 바뀌고, 1년 후에 새로운 적폐 수사가 시작될 것이다. 그때 후배 검사들이 총장을 배제한 특별수사팀을 구성하자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윤한홍 국민의힘 의원)는 질의에 “별도 수사팀이라든가 특별수사팀 같은 경우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그때그때 경우에 따라)로 필요하면 적절히 활용하겠다”고 답했다. 정권교체 이후 전 정권에 대한 비리 수사가 촉발될 경우 검찰 지휘부에 대한 공정성 요구가 있다면 총장에 수사 결과만 보고하는 특별수사팀 구성 등도 고려하겠다는 취지였다.

한편, 권 의원은 논란을 의식한 듯 이날 페이스북에 “저의 며칠 전 김오수 검찰총장에 대한 발언은, 국민이 아니라 정권에 충성하며 정치적으로 편향된 직무수행을 해 온 것에 대한 비판”이라며 “그가 과거의 올곧은 검사의 모습으로 돌아가, 법과 원칙에 따라 제대로 된 수사를 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를 바란다”고 썼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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