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실 국방부 청사로 옮기면 비행금지구역은?

CBS노컷뉴스 김형준 기자 2022. 3. 19.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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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서울 일대 비행금지·제한구역, 국가안보 위한 완충지대
용산 국방부 중심으로 조정한다면? 강남 일대 대부분 포함
용산엔 개발·고도제한, 강남 일대 고층건물 대공포 배치
서울시가 추진하는 2025년 개통 목표 UAM 터미널도 불가능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집무실 예정지역이 두 군데로 압축됐다. 외교부 청사와 국방부 청사이다. 인수위원들이 18일 현장 답사를 했지만, 윤 당선인이 이전하려고 하는 집무실은 광화문 외교부 청사보다는 용산 국방부 청사에 무게가 실린다.

용산이라고 한다면 대통령실 주변의 비행금지구역과 비행제한구역을 다시 설정해야한다. 비행금지구역과 제한구역은 용산 일대 개발을 제한하기 때문에 주민들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안보 공백에 대한 우려도 높다.

서울 일대 만들어진 비행금지·제한구역…방공작전 위한 완충지대

국토교통부 항공교통본부 제공
항공기는 빠르다. 국제법상 영공은 내륙에서 12해리(22.224km)까지인 영해의 상공으로 규정돼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영공에 적 전투기가 들어온 뒤에 공군이 대응하면 늦는다. 12해리는 그야말로 금방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각 나라들은 국제법적으론 인정되지 않지만 방공식별구역(ADIZ)을 대외에 선포하고, 여기에 타국 군용기가 들어오면 나가라고 요구할 수 있다.

서울에도 비슷한 구역이 있다. 국토교통부는 현재 청와대 위치를 기준으로 P73 비행금지구역과 R75 비행제한구역을 지정해 두었다. 비행금지구역(P73)은 A와 B로 나뉘는데 A는 청와대 기준 반경 2해리(3.704km), B는 반경 4.5해리(8.334km)가운데 용산 일대와 한강을 제외한 구역이다.

P73에선 원칙적으로 비행이 금지되며, 그 밖에는 다시 R75 비행제한구역이 있다. 서울 대부분을 비스듬히 둘러싸고 있는데 허가를 받으면 비행할 수는 있어서, 경찰·소방·방송사 헬기 등이 날곤 한다. 이 구역이 서울에서는 ADIZ 역할을 한다.

B구역에 들어갈 경우 경고사격을 받을 수 있으며, A구역에 들어가면 격추가 원칙이다. 예외는 대통령 전용기 정도다. 이 같은 사항은 드론이 민간에서 많이 활성화되면서 널리 알려지기도 했고 최근 몇 년 사이 예비군 훈련에도 포함되는 내용이 됐다.

가상 비행금지구역 그려보니…용산엔 개발·고도제한, 대공포 진지 늘려야

현재 P73이 설정된 기준을 그대로 적용해 민간용 지도에 그려 본, 집무실 이전 뒤 가상 P73. 작은 원이 A, 조금 큰 원이 B, 빨간 선은 G585/Y685 항로다.
현재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고 민간용 지도를 활용해 용산 국방부 신청사(본청)가 위치한 4호선 신용산역 근처에서 반경 2해리(P73A)와 4.5해리(P73B)를 가상으로 그려보면, A에는 반포 일대와 흑석동 등 한강에 인접한 곳에 있는 아파트들과 노량진역 등이 포함된다.

B에는 대법원과 코엑스 등을 비롯해 강남 일대 대부분이 포함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P73 밖에 있는 R75도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선 더 넓어져야 한다.

서울 시내엔 이미 청와대로 다가오는 항공기를 격추하기 위해 몇몇 높은 건물들 옥상에 수도방위사령부 1방공여단 대공포들이 배치돼 있다. 용산 일대 몇몇 건물에도 배치돼 있다고 알려졌다.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겨 온다면, 비행제한구역과 금지구역은 더 늘어나야 한다.

용산 일대에선 개발과 재건축 사업 등이 여럿 진행되고 있는데, 앞으로 청와대 근처처럼 고도·개발제한이 걸리게 된다는 얘기이다. 현재 청와대 근처에서는 5층 건물이 많다. 5층을 넘는 건물을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용산에는 이미 고층 건물이 많긴 하지만 새로 들어오는 건물에 어김없이 이런 제한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P73 비행금지구역이 강남까지 확대되면 일대 고층건물에도 대공포 진지를 늘리는 일이 불가피하다. 서울시가 2025년 개통을 목표로 용산에 추진하는 대규모 도심항공교통(UAM) 터미널 사업도 어려워진다.

김포공항 근처 항로가 비행금지구역 바로 옆?…용산까지 2분


더 큰 문제가 있다. 이렇게 비행금지구역을 조정하게 되면 외곽이 민항기 항로와 맞닿는다. 테러에 취약해져 국가안보에 허점이 생긴다.

하늘이라고 아무렇게나 다녔다가는 다른 항공기와 충돌할 수 있다. 때문에 항공기는 정해진 항로를 통해서만 다닐 수 있다. 김포공항 활주로는 동남/북서 방향인데, 북서쪽을 바라보며 김포공항으로 진입하는 항로를 G585/Y685라고 한다. 서울 남쪽에는 중국과 한국, 일본을 잇는 G597/Y697도 있다.

문제는 P73 비행금지구역을 조정하면 외곽이 바로 이 항로들과 거의 맞닿는다는 점이다. R75 비행제한구역까지 적용하면 아예 이 구역 안에 두 항로가 있게 된다. 다른 항로까지 고려해 이미 치밀하게 짜여진 항로를 조정하는 일이 쉬울 리 없다.

미국은 9.11 테러 이후인 2003년 워싱턴 DC 상공에 특별비행규제구역(SFRA)을 만들었는데, 9.11 때처럼 민항기를 누군가가 납치해 테러를 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여러 보안규칙이 적용되는 넓은 구역을 지정했다.

SFRA 전체가 아예 비행이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고 민항기가 드나들 수는 있지만, 그 안에서도 특별히 지정된 비행제한구역(FRZ)은 반경 15해리(27.78km)에 달한다. 항공기가 드나들 수는 있는데 엄격하게 정해진 경로를 따라야 한다. 더 까다로운 P56도 있는데 백악관과 국회의사당, 미 해군 천문대 상공이다.

한국은 지금도 P73과 R75를 상당히 엄격하게 운영하고 있다. 나라가 좁기 때문에 그만큼 거리를 확보해야 테러 성공 가능성을 낮추고, 유사시 요격 가능성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 항로들을 그대로 쓴다면 문제가 심각해지는데, 구체적으로 유사시 방공작전을 위한 시간을 도저히 벌 수 없다. 민항기는 착륙할 때 보통 140노트(259.28km/h) 정도로 나는데, 공중 납치됐다가 갑자기 구로구 등 상공에서 방향을 틀어 대통령 집무실로 향한다면 2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수방사 방공부대와 수원 화성 일대 공군 10전투비행단 전투기들이 아무리 빨리 움직이더라도 그 시간 안에 격추하는 일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한미연합사 부사령관과 육군 미사일사령관 등을 지냈던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18일 한 방송에 출연해 "남산이나 효창공원, 또는 용산 기지 일부 지역을 (패트리엇 미사일 포대 자리로) 사용한다든가 이런 것까지도 고려가 돼야 한다"고 말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7년 버전 SFRA. 미 연방항공청(FA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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