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행 '의료관광' 줄 서 있는데..

김종화 2022. 3. 1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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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 '의료관광비자' 거부에 타국으로 발길 돌리는 외국인 환자
K-의료관광협회 "韓, 세계 최고 평가..지금이 성장 기회"
"보호자도 입국 필요성 환자만큼 절실"
2019년 12월 한국을 방문, 건강검진센터에서 진료를 받은 후 함께 포즈를 취한 하이파씨(33·오른쪽)와 어머니(50대). 하이파씨는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에서 인플루언서로 활동 중이다. [사진제공=하이메디]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구상적혈구증을 앓고 있는 20대 몽골 남성 신바야르씨는 현지에서 수술을 받은 이후에도 증상이 악화되자 한국에서 치료받고 싶어 현지 한국대사관에 비자를 신청했다. 그러나 보호자 비자 발급이 계속 반려되면서 한국에 오지 못하고 있다. 신바야르씨는 "증상이 악화돼 갑자기 기절하기도 하는데 보호자 없이 혼자 한국으로 갈 수는 없는 상황"이라면서 "아픈 몸으로 5개월째 기다리고 있다. 빨리 보호자에게도 비자를 발급해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뇌종양을 앓고 있는 40대 아랍에미레이트 여성 아비르씨도 재진을 위해 한국에 다시 와야 하지만 역시 보호자에 대한 비자가 발급이 안돼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의료관광산업 위축이 심각한 지경이지만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인프라를 갖춘 나라로 알려져 한국에서 치료를 받으려는 중증 외국인 환자들이 줄을 서 있는 게 현실. 그러나 정부는 코로나 확산이 심각하다는 이유로 환자 본인 외에는 의료관광비자(C-3-3)를 거의 발급해주지 않고 있다.

코로나 이전 보호자들은 일반관광비자(C-3-9)로 방한했지만, 2020년 하반기부터 중앙방역대책본부의 방역규정에 따라 보호자들도 의료관광비자가 아니면 입국할 수 없게 됐다. 따라서 치료를 목적으로 한 환자 본인에게는 비자가 발급되지만, 환자가 아주 중증이어서 거동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아니면 보호자에게 비자를 발급해주지 않는다.

4분의 1 토막난 의료관광객...관련 산업 위축 심각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한국을 찾은 의료관광객은 2018년 38만명에서 2019년 50만명에 달했지만, 코로나19 감염이 본격화된 2020년 11만7000명, 지난해는 13만1000명으로 크게 줄었다. 코로나 이전 성수기였던 2019년의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어느 정도 상황이 회복되리라 기대했지만 오미크론 확산으로 확진자가 급격하게 늘면서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보호자 비자가 발급되지 않자 한국행을 포기하는 환자들은 계속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 뇌종양 치료를 위해 한국 의사와 비대면 진료 후 방한 비자를 요청한 톨가군(몽골·17세)은 보호자 비자가 발급되지 않자 한국행을 포기,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터키로 행선지를 바꿨다.

보건산업진흥원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한국의 의료관광 수입을 약 1조1000억원으로 집계했다. 업계는 진료비만 이 정도며, 숙박과 여행 등 부가적인 수입을 포함하면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한국 체류 중 가장 많은 비용을 사용하는 의료관광객들은 중동 산유국 국민들이다.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레이트, 카타르 등 18개 중동국가에서 온 의료관광객들은 통상 4명의 가족이 50일을 체류하며, 1인당 평균 2300만원을 썼다. 한 가족이 9200만원 가량을 한국에서 소비한 셈이다. 진료비만 5억6000만원을 지불한 환자도 있고, 1억 이상의 진료비를 지불한 환자의 수도 450여명에 달했다.

같은해 국제의료관광 전문매체 '국경 너머의 환자들(Patients Beyond Border)'은 글로벌 의료관광 시장을 100조원 규모로 추산했다. 한국의 의료관광산업은 이제 시작하는 단계다. 서은희 K-의료관광협회장은 "한국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글로벌 의료관광 시장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시장의 호평과 외국인 환자들의 관심이 꾸준한 지금 성장하지 않으면 다시 이런 기회를 만들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1년 12월 어머니의 수술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몽골 의사 어트겅체첵씨(35·왼쪽)와 어머니가 무사히 수술을 마친 후 서울을 관광하고 있다. [사진제공=하이메디]

한국행 원하는 이유

K-의료관광협회에 따르면 한국 의사들의 수술 실력과 최첨단 의료설비는 세계 최고로 인정받는다. 거기다 편리한 숙박과 안정된 치안 등 도시인프라도 최상위권으로 평가받으며, 수술비 등 진료비도 저렴하다. 미국이나 일본 등 의료 선진국은 물론 아시아권 다른 국가들에 비해서도 진료비는 싸다.

한국으로 의료관광객을 많이 보내는 나라 중 한 곳인 몽골에서 뇌종양 수술을 하는데는 4500만원이 든다. 또 무조건 개두술을 해야 해서 위험도도 높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감마나이프 시술로 개두술을 하지 않아도 되고, 비용도 1000만원이면 충분하다는 게 협회의 설명이다. 경쟁국인 싱가포르나 터키에서는 감마나이프 시술을 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고, 비용도 한국보다 2배 이상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한국의 의료인프라가 글로벌시장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2010년 이후 의료관광의 최종 목적지로 한국을 선택하는 의료관광객들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환자와 보호자, 간병인 1명의 치료비와 체류비 전액을 국비로 지원, 의료관광 시장의 큰손으로 불리는 중동 국가의 의료관광객들의 90%는 한국을 선택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외국인환자 유치 플랫폼 하이메디 관계자는 "코로나 방역대책이 강화된 이후 한국으로 오는 의료관광객들이 급감했지만, 올해부터 다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거동이 어려운 척추 환자도 중증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호자 비자 발급을 거절하는데 보호자도 입국의 필요성이 환자만큼 절실하다는 점을 비자심사 과정에서 살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중앙방역대책본부 위기소통팀 관계자는 "해외 입국자에 대한 자기격리 면제 등 방역조치가 단계적으로 완화되고 있다"면서 "비자문제에 대해서는 확답할 수는 없지만 외교부와 갖는 주기적 회의에서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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