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 당연한 일상인줄 알았는데..같은 대한민국 맞나요?

정현수 기자, 이창명 기자, 유승목 기자, 한민선 기자 2022. 3. 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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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대한민국 균형발전의 적 '디바이어던(Diviathan)' 2편(上)

[편집자주] 전 국토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절반 이상의 인구가 몰려있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수도권은 치열한 경쟁에 시달리고 비수도권은 지방소멸 위기에 직면했다. 국가의 균형발전을 막고 있는 장애물로 일자리와 교육, 의료, 문화 등이 꼽힌다. 우리나라를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누는(Divide) 괴물(Leviathan)과 같은 존재들을 '디바이어던(Diviathan·Divide+Leviathan)'으로 규정하고 연속으로 짚어본다.

'쿠세권 지도' 그려봤더니..국토의 84%에 새벽배송 없다

최근 지방에서 '한달 살기'를 경험한 A씨. 서울에서 살던 그는 모처럼 가족들과 여유로운 삶을 즐겼지만 불편함도 느꼈다. "익숙하게 쓰던 새벽배송이 안되더라고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이사를 왔는데 여긴 새벽배송 안되나요"와 같은 글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새벽배송은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식품 등 물건을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에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쿠세권'(쿠팡의 주요 서비스 지역)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스타벅스·편의점과 가까운 지역을 말하는 '스세권', '편세권'도 같은 맥락이다. 누군가에게 익숙한 서비스들이 지방 사람들에겐 먼 나라 이야기다. 생활에 밀접한 서비스일수록 소외지역의 불편은 커진다. 국토의 불균형 발전이 가져온 지역 간 생활서비스 격차의 현주소다.

■'쿠세권'이 있다고?…229개 지방자치단체 모두 찾아봤다

머니투데이 취재팀이 쿠팡 서비스지역을 전수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229개 지방자치단체 중 새벽배송 가능지역은 106개(46.3%)로 집계됐다. 새벽배송 가능지역은 해당 지자체 중심부인 시청과 군청, 구청 등 관청의 주소를 기준으로 조사했다. 새벽배송은 전날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까지 배달해주는 쿠팡의 로켓와우와 로켓프레시로 한정했다.

새벽배송 가능지역은 수도권과 광역시에 집중됐다. 서울은 모든 지역에서 새벽배송을 이용할 수 있다. 경기는 지자체 31개 중 21개에서 서비스 중이다. 경기의 동부권과 남부권은 새벽배송이 불가능하다. 인천은 강화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새벽배송을 받을 수 있다. 수도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지자체 66개 중 55개(83.3%)에서 새벽배송이 가능하다. 전국 평균의 약 2배다.

광역시도 모두 '쿠세권'이다. 대전과 대구, 광주, 울산, 부산에선 새벽배송이 가능하다. 특별자치시인 세종도 서비스 가능지역이다. 특별자치도인 제주는 관청 주소를 기준으로 했을 때 새벽배송이 불가능하다. 세종과 제주를 포함해 광역단체만 기준으로 따지면 제주시와 서귀포시, 인천 강화군 등 3곳을 빼고 74개 지자체에서 새벽배송을 받을 수 있다.

수도권과 광역시를 제외한 곳은 소외지역이다. 강원과 전남은 새벽배송이 가능한 지역이 한 곳도 없다. 충북(청주)과 전북(전주)은 새벽배송 가능지역이 한 곳밖에 없다. 충남에선 아산과 천안에서만 부분적으로 새벽배송을 받을 수 있다. 경북에선 경산·구미·김천·칠곡, 경남에선 김해·양산·창원이 가능하다. 대부분 광역시와 인접한 곳이다. 경부고속도로 라인과도 겹친다.


■'스세권'도 수도권에 집중…스벅 쿠폰 받아도 지방에선 쓸 데가 없다

쿠팡의 새벽배송 가능지역은 기업의 '합리적인 결정'으로 볼 수 있다. 행정안전부의 지난해 말 주민등록인구통계를 기반으로 분석했을 때 쿠팡 새벽배송 가능지역의 인구는 3810만2233명(73.8%)이다. 반면 한국국토정보공사의 '도시계획현황'에 따른 해당지역 국토면적은 전체의 16.1%에 불과하다. 그만큼 효율성이 높다. 하지만 전체 인구의 26.2%, 면적의 83.9%는 소외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나마 쿠팡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고 있는 편이다. 반면 마켓컬리의 새벽배송인 샛별배송은 수도권과 충청권 일부, 대구, 부산, 울산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한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샛별배송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 온라인 통합몰 브랜드인 SSG닷컴의 새벽배송도 수도권과 충청권 일부 지역에서만 받을 수 있다.

감염병 상황과 맞물려 비대면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생활서비스의 지역 간 격차는 더 큰 불편을 야기한다. 일부 선진국의 경우 인구구조 변화로 지역에서 신선한 제품을 살 수 없는 '식품 사막'(Food Desert) 현상을 겪기도 했다. 한국에선 수도권 집중으로 생활서비스 전체적인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준석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청년들이 계속 수도권이나 대도시로 이동하면서 지방 중소도시가 축소되고 있다"며 "청년들 입장에선 생활서비스와 문화 등 누릴 수 있는 게 없다보니 중소도시를 기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역별 생활서비스 격차는 다른 영역에서도 나타난다. 최근 스타트업들을 중심으로 홈클리닝, 비대면 세탁서비스, 재능공유 플랫폼 등 다양한 혁신서비스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서비스 지역은 수도권과 지방의 일부 대도시로 한정된다. '스세권'으로 불리는 스타벅스 매장도 1660개 매장 중 수도권에만 1022개(61.6%)가 몰려 있다. 유명 프랜차이즈의 커피 쿠폰을 선물로 받아도 일부 지역에선 쓸 곳이 많지 않다.

차미숙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급격한 경제성장 과정을 거치면서 불편이 곧 불행하다는 사회인식에 따라 생활서비스가 열악한 지방에 사는 걸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새벽배송 등 새로운 생활서비스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선 민간기업과 협업·지원을 통해 취약지역에 대한 서비스 전달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쿠세권'이 뭐길래?…생활서비스 격차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서울에 있는 한 청년 직장인의 삶을 따라가보자. 그는 지방에 있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소재 대학을 다녔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서울에서 직장도 얻었다.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생활 속에서 집안일은 만만치 않은 숙제다.

청소는 앱으로 신청하면 '매니저'라고 부르는 도우미들이 해결해준다. 세탁물 역시 모바일로 요청하면 문 앞에서 수거와 배송까지 도맡아준다. 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다음날 아침 집에서 간단하게 해결한 식사는 새벽배송을 이용할 생각이다.

수도권, 특히 서울에 사는 청년들에겐 낯설지 않은 장면이다. 쿠팡의 로켓배송 등 익일 택배 서비스는 보편화됐고, 새벽배송 시장도 커지고 있다. 홈클리닝, 비대면 세탁서비스는 만만치 않은 비용 탓에 호불호가 갈리지만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 건 분명하다.

하지만 지방 사람들에게는 '선택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새벽배송과 같은 물류서비스뿐 아니라 스타트업들의 혁신 생활서비스는 수도권과 광역시 위주로만 운영된다. 생활서비스의 격차는 지방 청년들의 정주 여건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청년들이 몰린다, 서울로 서울로

19일 통계청에 따르면 청년층(15~34세)의 수도권 거주비율은 2019년 기준 52.7%다. 전체 연령대의 수도권 거주비율(50%)을 상회한다. 최근 20년 동안 159만명의 청년층이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순유입됐다는 통계도 있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인구의 수도권 이동은 가속화하는 추세다.

청년층의 수도권 집중은 복합적인 요인의 종합판이다. 우선 교육 문제다. 서울 소재 대학을 선호하는 문화는 갈수록 공고화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이 한국교육개발원 통계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수도권 대학의 입학자 비율은 학령인구 감소에도 2013년 42%에서 2020년 43.5%로 늘었다.

서울 소재 대학을 선호하는 것은 직장 문제와 연관된다. 블라인드 채용이 늘었지만 취업 시장에서 지방대 출신들에게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한다. 청년 인재들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 보니 양질의 일자리도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40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소속회사 1742개 중 수도권에 본사를 두고 있는 곳은 1290개(74.1%)다. 양질의 교육과 일자리가 악순환의 연결고리로 이어지면서 청년들의 수도권 집중을 야기한다. 청년들의 수도권 집중은 저출산 문제로까지 이어진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균형발전을 주요 화두로 끌어올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지난 14일 "지방 청년들이 좋은 직장이 몰려 있는 수도권으로 떠나면서 지역은 저출생 고령화가 심화되고, 수도권은 높은 집값으로 결혼할 수 있는 상황이 되지 못해 저출산이 심화된다"고 말했다.


■'불편=불행', 생활서비스 격차를 주목해야 한다

지방에서 어렵게 삶의 터전을 잡은 청년들은 생활서비스의 심각한 격차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최근 감염병 상황으로 늘어난 새벽배송 등 비대면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비대면 서비스가 급속히 늘었지만 지방 청년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

머니투데이 조사에 따르면 전 국토의 84%에서 쿠팡 등의 새벽배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소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온라인 전환 가속화에 따라 2020년 2조5000억원 규모의 새벽배송 시장은 2023년 11조900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확대된 시장의 혜택이 지방에는 온전히 돌아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들 입장에선 물류와 같은 생활서비스를 지방으로 전면 확대하는 게 부담이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비용 측면에서 주민 밀집지역 위주로 서비스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업계를 주도하는 쿠팡 외에는 신규투자 여력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쿠팡은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기 위해 2019년부터 지금까지 약 2조원을 투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도권과 일부 대도시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생활서비스 혜택에서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심지어 도서산간과 일부 오지는 같은 물류서비스를 이용하더라도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제주도의 경우에도 쿠팡을 제외한 물류서비스는 추가비용을 내야 한다.

한승철 제주연구원 연구위원은 "제주도에서 연간 발생하는 물류 부분의 추가 배송비만 따져도 연간 1000억원 규모"라며 "추가 배송지의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실태조사를 해서 개선방안을 마련하거나 물류센터를 확충하는 곳을 지원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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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이창명 기자 charming@mt.co.kr, 유승목 기자 mok@mt.co.kr, 한민선 기자 sunnyda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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