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역대 합참의장 11명, 靑이전 반대.."섣부른 이전은 안보 패착"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입력 2022. 3. 20. 13:28 수정 2022. 3. 20.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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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합참의장을 지낸 11명의 예비역 고위 장성들이 청와대의 국방부 청사 이전을 반대하는 내용의 입장문을 윤석열 당선인 측에 공식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역대 합참의장을 지낸 11명의 예비역 장성들은 '청와대 집무실 이전 안보공백이 우려된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19일 대통령 경호처장이 유력한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예비역 중장)과 윤 당선인 인수위 측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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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 정부와 군 지휘부 동시타격할수 있는 가장 좋은 목표"
"국가지휘소·심장부의 섣부른 이전은 안보 패착"
역대 합참의장 11명, 靑 국방부 청사 이전 반대입장문 윤 당선인 측에 전달
일부 역대 국방장관들도 "안보 공백 우려" 취지 전달해
17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인근 아파트에서 내려다 본 국방부 청사. 2022.03.17 신원건기자 laputa@donga.com
역대 합참의장을 지낸 11명의 예비역 고위 장성들이 청와대의 국방부 청사 이전을 반대하는 내용의 입장문을 윤석열 당선인 측에 공식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 상당수는 윤 당선인을 지지해온데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인사도 포함된 점에서 향후 청와대 이전 이슈가 보수진영내 ‘안보 논쟁’으로 비화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윤 당선인이 20일 기자회견에서 국방부 청사로의 이전 방침을 발표하자 일부 인사는 “볼통의 결정인 만큼 백지화해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10명 안팎의 역대 국방장관을 지낸 인사들도 같은 취지의 입장을 윤 당선인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역대 합참의장을 지낸 11명의 예비역 장성들은 ‘청와대 집무실 이전 안보공백이 우려된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19일 대통령 경호처장이 유력한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예비역 중장)과 윤 당선인 인수위 측에 전달했다.

여기에 참여한 역대 합참의장은 김종환(15대)·최세창·이필섭·조영길·이남신·김종환(31대)·이상희·한민구·정승조·최윤희·이순진 등 총 11명이다. 이들 가운데 4명(최세창·조영길·이상희·한민구)은 국방장관도 지낸 인물들이다. 조영길·이상희·한민구 전 합참의장은 각각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역임했다. 이순진 전 합참의장은 차기 정부의 국방장관의 유력한 후보로도 거론된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청와대 집무실의 국방부 청사 이전은 국방부·합참의 연쇄이동을 초래해 정권이양기의 안보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며 “특히 북한이 잇따라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 준비 동향을 보이는 등 안보 취약기 군의 신속한 대응에 대혼란이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청와대 집무실로 국방부 청사를 사용할 경우 적에게 우리 정부와 군 지휘부를 동시에 타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목표가 된다”고도 지적했다.

또한 “대통령 집무실은 국가지휘부의 상징이며 국가안보의 최후보루로서 이전은 국가의 중대사인만큼 속전속결로 밀어붙여선 안된다”며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국군을 통수한다고 헌법과 법률에 명시된 만큼 이전 과정에서 군심과 민심이 흔들리지 않을 혜안을 발휘해주길 바란다고도 조언했다.

역대 합참의장들은 청와대 이전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겠다는 상징적 조치인 점에서 윤 당선인의 진심을 모르는 바가 아니라면서도 국방부로의 이전은 안보적 후유증과 부작용이 너무 심각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과 국방장관·합참의장이 같은 구역 내 ‘공존’하는 것은 전략·전술적으로 위험천만한 발상이라는 것. 국방장관도 역임한 전직 합참의장 A씨는 이날 본보 통화에서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전쟁지휘부가 한 구역내 위치할 경우 유사시 적은 가장 강력한 타격수단으로 가장 먼저 공격할 것“이라며 ”이런 이유로 미국, 러시아 등 어느 나라도 군 통수권자와 지휘부를 한 구역에 두는 경우가 없다“고 지적했다.

개전 초기 고위력 재래식 무기뿐만 아니라 전술핵까지 개발 중인 북한의 ‘최우선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설 국방부 신청사와 국방부 장관 등 국방부가 옮겨갈 합참 청사는 수십 미터 바로 옆 공간에 자리잡고 있다.

청와대 이전을 단순히 ‘집무실’을 옮기는 수준으로 착각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대중 정부에서 합참의장, 노무현 정부에서 초대 국방장관을 역임한 조영길 전 장관은 ”국가지휘소이자 심장부인 청와대의 이전은 안보 국익관점에서 각계 전문가와 국민적 여론을 수렴해 국가 백년대계 차원에서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며 ”(미국, 영국, 러시아의 국가지휘소인) 백악관과 버킹엄궁, 크렘린궁 등이 길게는 수백 년간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유를 곱씹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직 합참의장인 B씨는 ”야전사령부 하나 옮기는데도 수년이 걸리는데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등 안보취약기에 청와대를 정치적 명분으로 한달여만에 옮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일단 청와대로 들어간 뒤 충분한 숙의와 합의, 국민적 동의를 거쳐 추진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일부 인사들은 ”5년 임기 대통령이 섣불리 추진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3.20/뉴스1

역대 합참의장들은 청와대의 국방부 청사 이전시 당장 국방전산망과 전시통신망, 한미 핫라인 등 주요 통신망이 제 역할을 못하게 되고, 국방부와 타 부대들도 재배치될 경우 C41(지휘통신통제)시스템도 새로 구축해야 한다고는 점도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현 청와대에 구축된 지휘통신체계를 비롯해 경호 및 보안 무기·장비시스템과 관련 부대 등도 다 옮겨와 배치하는 과정에서 많은 비용과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고는 것이다.

윤 당선인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합참의 남태령 수도방위사령부 이전 결정에 대해서도 역대 합참의장들은 ”수방사에 합참 인력을 수용할 공간이 태부족할 뿐만 아니라 현 합참 청사에 구축된 지휘통제체계와 대북 방호시스템을 보강하거나 새로 구축하려면 많은 기간과 예산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전직 합참의장 D씨는 ”새 정권 출범 초기 북한의 기습도발 등 ‘안보리스크’가 클 것인데 그에 대응할 전쟁지도부를 새로 구축하는 건 단순히 이삿짐을 나르는 차원이 아니다“라며 ”심리적 동요와 유사시 대응의 지체 가능성도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종환 전 합참의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청와대의 국방부 신청사 이전은) 윤 당선인이 강조하는 공정과 상식, 소통에 반하고 준비되지 않은 불통의 결정“이라며 ”(윤 당선인에게) 제대로 간언하는 충신이 안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상당기간 대통령실과 국방부, 합참의 불편한 동거와 연쇄 부대 이전으로 상시 대비태세 유지가 힘들 것이고 적지 않은 난관에 부딪힐 것“이라면서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위 관계자는 “입장문에 참여한 일부 전직 합참의장들과 통화한 결과 연쇄이동에 따른 안보공백에 대한 우려였을뿐 (청와대) 이전 자체에 대한 반대는 아닌 걸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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