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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시봉 잡고 45분 '용산 당위성' 설명했다..대본없는 '尹스타일'

성지원 입력 2022. 03. 20. 16:23 수정 2022. 03. 20.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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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 해서 이쪽 부분에 가족 공원이 있고, 아래쪽에 중앙박물관이 있습니다. 즉시 이걸 시민공원으로 전부 개방하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20일 기자회견에서 한 손에 마이크, 한 손에 지시봉을 들고 직접 조감도를 짚어가며 45분 간 상세한 설명을 이어갔다. 사전에 연습하지 않은 ‘즉흥 설명’이었다는 게 당선인 측의 전언이다. 이번 기자회견은 10일 당선 이후에만 세 번째로 열린 회견이다. 당선인이 임기 시작 전 주요 사안에 대해 여러 번에 걸쳐 기자회견을 하는 건 상당히 이례적이다. “참모 뒤에 숨지 않겠다”는 공약을 실천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실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날 오전 11시 짙은 남색 정장 차림으로 서울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에 설치된 인수위원회 기자실에 들어선 윤 당선인은 11분 간 준비해 온 원고를 읽은 후 참모들이 들고 온 조감도 앞에 섰다. 윤 당선인은 “단상을 치울 수 없나”라고 물어본 뒤 참모들이 단상을 옆으로 옮기자 지시봉을 들고 직접 조감도를 짚기 시작했다. 조감도 바깥까지 반원을 크게 그리면서 “이곳은 시민공원으로 전부 개방하겠다”고 했고, 국방부 청사 앞에 선을 긋는 시늉을 하며 “백악관 같이 낮은 담을 설치하고 여기까지 시민들이 들어올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질의응답 역시 대본 없는 ‘즉문즉답’ 형태였다. 30여분 간 총 20개의 질문을 받은 윤 당선인은 “496억원의 예비비를 신청할 계획”, “(출퇴근으로 인한) 교통 통제는 3~5분 정도 소요될 것” 등의 구체적인 설명을 이어갔다. 또 “광화문 이전은 시민들에게는 거의 재앙 수준”,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 청와대는 절대 들어가지 않겠다” 등 단정적 표현을 써가며 용산으로 최종 결정한 근거를 피력했다. 다음은 주요 일문일답.

Q : 당선인은 언제부터 (새 집무실에)들어가나.
A : 5월 10일 취임식을 마치고 바로 입주해서 근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Q : 예산은 얼마로 추산되나.
A : 지금 1조원이니 5000억원이니 이야기가 나오는데 근거가 없다. 예산은 저희가 만든 게 아니고 전부 기획재정부에서 뽑아서 받은 거다. 국방부를 합동참모본부 건물로 이전하는 데 이사와 리모델링 비용으로 118억 원 정도 소요된다. 대통령 비서실 이전과 리모델링에 252억 원, 경호처 이전에 99억9700만 원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관저가 될) 한남동 공관을 리모델링하고 경호 시설을 구축하는 데 25억 원 정도가 든다. 그래서 (총)496억원의 예비비를 (정부에) 신청할 계획이다.

Q : 한남동 공관에서 용산으로 출퇴근하면 교통통제로 인한 시민 불편이 생기는 것 아닌가.
A : 교통통제하고 들어오는 데 한 3~5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시민들에게 큰 불편은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Q : 처음엔 광화문으로 이전하겠다고 했다가 용산으로 바꿨다. 민주당에선 풍수지리, 무속 의혹까지 제기하는데.
A : 무속은 민주당이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용산을 처음부터 완전히 배제한 건 아니다. (용산은) 지하벙커가 있고, 비상시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바로 할 수 있다. 광화문 청사는 그게 안 된다. 광화문에 가게 되면 청와대 100% 개방도 불가능하다. 보고를 받아보니 광화문 이전은 시민들에게는 거의 재앙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교부 청사 이전도 어렵고, 전자기기 사용에 지장이 발생할 경우 (주변)기업이나 금융기관에 상당한 피해가 갈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9일 오전 새 대통령 집무실 후보지인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를 둘러보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 측 제공.

Q : 코로나19 등 민생 사안도 많은데, 집무실 이전이 1호 공약처럼 된 이유는 무엇인가.
A : 민생문제는 이것과 관계없이 인수위에서 최우선으로 다룰 것이기 때문에 뭐가 우선이라고 보긴 어렵다. 국민과 소통하며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결국 국민께 봉사하는 거다. 국민 곁으로 다가가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경호체계도 바꿔나갈 생각이다. 국민들이 국가 최고 의사결정을 하는 대통령이 일하는 모습을 언제든지 지켜볼 수 있고, 그렇게 노출돼 있다는 자체가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을 훨씬 앞당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 국방부 이전으로 안보 공백이 생긴다는 우려가 있다.
A : 군 부대가 이사한다고 국방에 공백이 생긴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빠른 시기에 효율적으로 이전을 완료해서 안보 태세에 전혀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

Q : 용산 개발에 영향은 없나.
A : 국방부 합참 지역은 군사시설 보호구역에 의한 (개발)제한을 (이미)받고 있다. 추가적인 제한은 없다.

Q : 청와대 기능을 축소한다고 했는데 청사를 통째로 다 쓰나. 나머지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가.
A : 현재 청와대 비서동은 3개 동인데, 그걸 합친 것보다는 (사용공간이) 작을 거다. 청와대 직원 수는 좀 줄이고 민관합동위원회 사무국이나 회의실을 많이 만들겠다. 외부 전문가들이 자유롭게 정부요인들과 회의도 하고, 의사결정에 도움을 받고자 한다. 다른 정권과는 다르게 저는 그런 점을 중시했다. 청와대에 들어가면 공간에 지배를 받고 기존에 해오던 대로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청와대 집무실을 서울 용산에 있는 국방부 청사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17일 국방부 신청사 모습. 뉴스1

Q : 청사 명칭은 어떻게 할 건가.
A : 좋은 명칭이 있으면 좀 알려달라. 국민 공모를 해서(정하겠다).

Q : 여론이 안 좋으면 철회할 수도 있나.
A : 여론조사에 따라서 하는 것보다는 정부를 담당할 사람의 철학과 결단도 중요하다. 우려가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제가 직접 나서서 국민께 이해를 구하는 거다. 결단을 하지 않으면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고 생각한다.

Q : 불만 여론을 설득하기 위해 직접 소통할 계획이 있나.
A : 어떤 사안이든 국민이 궁금해하고 직접 설명이 필요하면 기자분들과 언제든지 만나겠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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