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아침에 방 빼게 된 국방부 '발등의 불'.."24시간 짐빼도 20일 걸린다"

김성훈 2022. 3. 20.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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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행정·작전 지도부 동시에 이삿짐
6·25전쟁 이후 처음..초유의 속도전
국방부 "24시간 짐빼도 20일 걸린다"
각급 직할부대도 뿔뿔이 영내외 분산
남태령 가는 합참 장기적으론 신축해야
EMP 방호시설 갖추려면 1000억 더 필요
지휘통신 이전·확충 위한 공백 불가피해
"北ICBM 임박상황서 무리한 이전" 비판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사진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용산 시대'를 공식 선언하면서 갑작스럽게 이전이 결정된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에는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한국군 행정·작전 지휘부에는 6·25전쟁 이후 처음으로 절대 완수해야 할 이전 명령이 떨어졌다. 국방부는 윤 당선인측이 광화문 정부청사 구상을 접은 3월 14일 이전까지 별다른 통보를 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까지 남은 시간은 약 50일이다.

국방부 장·차관실과 핵심 조직들은 영내에 길 하나 건너에 위치한 합참 건물로 옮겨간다. 지상 10층·지하 2층 규모인 국방부 청사에서는 현재 106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국방부는 당장 이전 작업을 24시간 시작하더라도 물리적으로 현재 건물에서 짐을 빼는 데에만 꼬박 3주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건물 창문 특성상 사다리차를 이용할 수 없어서 모든 짐이 엘리베이터를 통해 정문으로 빠져나와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현재 국방부 영내에 위치한 △근무지원단 △검찰단 △국방조사본부 △국군사이버사령부 △시설본부 등도 각각 영내외의 유후 공간으로 연쇄적으로 이동하게 된다. 윤 당선인은 국방부 청사 이외에 근처 근무지원단 건물도 대통령실 별관 개념으로 활용할 뜻을 밝혔다. 영내에 있는 시설본부는 경호처가 들어올 것이 유력시된다.

윤 당선인이 남태령 이전 방침을 밝힌 합참은 당분간 용산 국방부 영내 현재 청사와 남태령 수도방위사령부내 B1벙커 등지로 분산될 예정이다. 유사시 한국군 전쟁지휘부가 세워지는 B1 벙커 내에는 군 지휘통제 시설과 전산망이 갖춰져 있다. 그러나 상시적으로 활용되는 공간이 아닌 데다가 기본적으로 전시시설이라 현재 합참 근무인원 일부를 수용하려면 개보수가 필요하다. 정부 소식통은 "단기적으로는 B1벙커를 활요하면 되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새로 합참 청사를 신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합참 청사를 신축한다면 건설비용과는 별도로 1000억원에 이르는 초강력 전자기파(EMP) 방호시설이 추가로 들어간다.

갑작스러운 국방부 이전으로 안보공백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에 윤 당선인은 "군부대가 이사한다고 해서 국방에 공백이 생긴다고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빠른 시일 내에 가장 효율적으로 이전을 완료해서 안보태세에 전혀 지장이 없도록 그렇게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 안팎에서는 국방부 지하에 위치한 국방 정보상황실이 현재 청와대 내 국가위기관리센터를 대체할만큼의 시설을 갖추기까지는 다소 시간일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다.

국가위기센터는 군사적 측면은 물론 대형 산불과 해상사고 등 다양한 재난위기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콘트롤타워로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이 임박한 상황에서 국방부와 합참 건물 전체가 이사하느라 정신이 없는 상황은 국가안보에 당연히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음 달 개최가 유력한 한·미 연합 지휘소훈련(CCPT)에도 차질이 불거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하는 방어적 성격의 지휘소훈련인 CCPT 특성상 국방부와 합참의 지휘통제시설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해당 훈련은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필수적인 완전운용능력(FOC) 검증과 관련해서도 중요하다. 국가안보실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관련 시설이 이전하는 가운데 일부라도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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