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24시] 루스벨트, 푸틴, 김정은의 건강과 전쟁

박현욱 기자 2022. 3. 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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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병약한 루스벨트 이용한 스탈린처럼
지도자 건강따라 세계정세 바뀌기도
치매 의심되는 푸틴, 전쟁 일으켰듯
비정상적 김정은 냉정히 분석·대응을
[서울경제]

미국 최초의 4선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를 수행한 딸 애나는 1945년 2월 2일 2차 세계대전 전후 처리를 위해 크름반도 얄타에 도착한 아버지가 하루 4시간 이상 일하면 안 된다며 애를 태웠다. 애나는 당초 워싱턴DC에서 4883마일 떨어진 얄타로 가는 긴 여정에 한숨을 쉬었다. 당시 루스벨트는 ‘울혈성 심부전’으로 생명이 단축되고 있었다. 전후 세계 질서를 확정하는 회담에 임하기 전 미국 대통령의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주치의와 애나뿐이었다. 애나는 아버지가 계속 기침을 하고, 피부가 잿빛이 되고, 62세의 나이에 비해 훨씬 지쳐 보였다고 회고했다. 2020년 미국에서 발간된 ‘얄타의 딸들(캐서린 그레이스 카츠 저)’은 당시 아버지들과 동행한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의 딸 세라, 애나, 소련 주재 미국 대사 딸인 캐슬린 해리먼의 관점에서 얄타회담을 기록했다. 당시 수백 명의 3국 외교·군사 자문단이 참석한 얄타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주목할 가치가 크다.

키가 160㎝ 남짓한 소련의 이오시프 스탈린은 밤이 되면 입을 닫을 힘도 없고 편지에 서명조차 할 수 없는 루스벨트를 교통 오지인 얄타로 끌어들였다. 그는 비밀리에 의사들을 공항에 보내 루스벨트의 악화된 건강을 점검하고 역이용했다. 협상장에서 독일과 폴란드의 처리를 둘러싸고 처칠과 지루한 논쟁을 전개해 가뜩이나 피로한 루스벨트를 기진맥진하게 만들었다. 회담 결과 전후 처리는 스탈린의 의도대로 대부분 결정됐다. 한반도 분단도, 오늘날 우크라이나의 비극도 얄타에서 잉태됐다. 루스벨트가 어느 정도로 소련의 진의를 파악했는지는 의심스럽다. 당시 자신의 조정 능력을 과신했을지도 모른다. 국무부의 친소련 전문가들의 영향이라는 비난도 받았다. 얄타의 비극은 루스벨트가 공산주의자 스탈린을 지나치게 신뢰했으며 2개월 후 세상을 하직하는 건강 상태로 세기의 질서를 확정하는 회담에 참석했다는 점이다. 루스벨트는 2차 대전의 최종 승리를 보지 못한 채 얄타회담 이후 정확하게 두 달 후인 1945년 4월 12일 미국 조지아에서 사망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도자의 건강은 최고급 비밀 정보다. 외신들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건강이상설을 제기하고 있다. 서방 정보기관들은 푸틴이 ‘휴브리스(오만·hubris)증후군’, 자폐의 일종인 아스퍼거증후군, 스테로이드 과다 복용으로 인한 ‘로이드분노(Roid Rage)’ 등의 증세를 추적하고 있다. 또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편집증적 행동을 보이는 것은 치매로 인한 뇌 질환이나 파킨슨병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7일 회담 직후 “푸틴의 상태가 2년 전과 달랐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의 결말이 역설적으로 푸틴의 건강에 달려 있다는 예측도 무리가 아니다.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지도자의 건강이상설은 한반도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평양의 스트롱맨 김정은 위원장은 키와 몸무게에서 비만 판정을 받았다. 의료 전문가들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사망 원인으로 집안 내력인 심근경색과 뇌졸중에 주목한다. 이미 주기적인 잠행으로 건강이상설을 유발한 김정은의 건강은 최고급 정보다. 북한 당국은 2일 식수절을 맞아 김정은의 건강이상설 혹은 대역설을 불식하기 위해 조선중앙TV를 통해 무거운 소나무를 식수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쪼그려 앉아 힘쓰고 삽질하는 장면은 김정은의 건강 과시법이다. 건강이 정상이라면 한반도에서 장거리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고 7차 핵실험을 하지 않는 게 맞다. 하지만 강공의 군사 도발을 시도한다면 그의 건강과 심리를 분석해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

박현욱 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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