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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쿼드가입'에 대한 모호한 미국 반응, 그 이유 [역사로 보는 오늘의 이슈]

김종성 입력 2022. 03. 2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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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보는 오늘의 이슈] '아시아판 나토' 쿼드 가입의 선결 조건

[김종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경제6단체장들과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미국 국무부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쿼드(Quad) 가입 공약에 대한 반응을 내놓았다.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을 수행하는 '아시아판 나토'에 들어가겠다는 공약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반응이 나온 것이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 견제책인 인도태평양전략과 이를 수행하는 4개국 협력체인 쿼드에 한국도 함께하기를 희망해왔다. 그런데도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에 대해 일단은 신중한 반응을 나타냈다.

지난 19일 발행된 <미국의 소리(VOA)>에 "미 국무부, 윤 당선인 쿼드 공약에 '외부 파트너와의 협력 절차 없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이에 따르면, 쿼드 가입 공약에 대한 논평을 요청받은 국무부 대변인은 "미합중국과 대한민국의 동맹은 강력한 경제적 유대, 국민들의 긴밀한 친선과 더불어 인도·태평양의 평화·안보 및 번영의 핵심"이라고 한 뒤 "현재까지 쿼드는 외부 파트너와의 협력에 관한 절차를 마련해두지 않았다"고 답했다.

'한미동맹이 인도·태평양전략에 필요하다'면서도, '현재까지'라는 단서를 붙이면서 '외부 파트너와의 협력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다소 모호하게 답변을 한 것이다. '한국이 쿼드 바깥에 있다는 점, 한국과의 협력 절차가 현재는 없다는 점'만 분명히 했다. 한국의 가입에 필요한 여건이 무르익지 않았다는 국무부의 인식을 반영하는 대답이라고 볼 수 있다.

윤석열 캠프의 외교안보정책본부 총괄간사였던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18일자 <헤럴드경제>에 실린 "윤(尹) 안보정책 설계자 신범철 '쿼드에서 국익 실현 고민해야'"라는 인터뷰 기사에서 인도·일본·호주·미국의 4개국 협력체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중국이 쿼드에 반대해 문재인 정부는 중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중국의 반대는 부당했고 문재인 정부의 대응도 잘못됐다"고 한 뒤 "쿼드는 군사안보협력체도 아니고 결속력도 생각보다 유연하다"며 "쿼드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반대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쿼드는 유연한 조직이므로 부담 없이 가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쿼드의 기본 목적은 중국 포위

작년 9월 24일자 <요미우리신문>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쿼드는 우주·사이버 협력도 추구한다. 이처럼 군사·안보 기구 이외의 성격도 갖는 게 사실이지만, 이 기구의 근본 목적은 중국 포위이고 기구의 기본 성격은 안보동맹이다.

일례로, 쿼드 연합군사훈련인 '말리바르 2021' 제2차 훈련이 작년 12월 12일부터 15일까지 인도와 인도차이나반도 사이의 벵골만에서 있었다. 이런 데서도 느낄 수 있듯이, 쿼드는 인도양과 태평양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안보동맹이다. 부담 없이 가입할 수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신범철 센터장은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후에는 '쿼드에 가입하면 한국의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발언도 했다. 작년 2월 3일자 <뉴스 1> 인터뷰 기사 "신범철 '쿼드 가입하면 중(中) 입장서 한(韓) 가치 상승... 눈치 보면 하수'"에서 "쿼드에 한국이 들어가면 중국이 싫어할 것이라는 사고는 문제가 있다"며 "중일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게 반증"이라고 주장했다.

일본도 쿼드에 가입했지만 중국이 어쩌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이 가입해도 중국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으리라는 것이다. 중국은 쿼드를 주도하는 미국에 대해서도 어쩌지 못하고 있고, 일본은 물론이고 인도·호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 4개국이 쿼드에 가입한 뒤에 중국이 어쩌지 못하는 나라가 된 것은 아니다. 본래부터 중국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나라들이었다. 쿼드에 가입하면 가치가 상승해서 중국이 함부로 대하지 못하리라는 주장은 각국의 특수한 상황과 처지를 감안하지 않은 것이다.

리처드 아미티지 전 미국무부 부장관의 충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3일 도쿄 총리공관에서 열린 쿼드 4차 온라인 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조지 부시 주니어 행정부 때 국무부 부장관을 역임한 리처드 아미티지가 한국의 쿼드 가입에 대해 충고해준 말이 있다. 워싱턴 시각으로 작년 12월 6일 최종현학술원 주최로 열린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 포럼에서 그는 한국의 쿼드 가입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대놓고 비판했다.

12월 7일자 <연합뉴스>에 실린 "아미티지 '한국, 반중협의체 쿼드 합류 원한다면 어리석은 일'"이라는 기사에 따르면, 아미티지는 "나는 정말 솔직하게 말하려고 한다"며 자신의 발언을 우정의 표시로 이해해달라는 전제를 깐 뒤에 "쿼드는 문화나 정치 기구가 아니라 반중 안보협의체임이 분명한데, 한국 입장에서 보면 무리하게 가입할 이유가 없다"고 충고했다.

쿼드 같은 안보동맹은 누군가를 친구로 만드는 동시에 또 다른 누군가를 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중국과 척을 지게 되는 안보동맹을 무리하게 가입할 필요가 있느냐는 게 아미티지의 충언이다.

강대국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유린하는 지금의 사태는 한국인들이 약소국에 대해 동병상련을 느끼게 만든다. 이 사태를 초래한 원인 중에서는 러시아 푸틴의 팽창주의가 가장 크지만, 우크라이나 현 정권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시도도 중요한 작용을 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나토는 러시아를 압박하는 군사동맹이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시도는 러시아가 볼 때 우크라이나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일이 아니었다. 우크라이나 앞에서 러시아를 어쩌지 못하게 만드는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것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명분으로 악용됐다.

신범철 센터장은 한국이 아시아판 나토에 가입하면 중국이 볼 때 한국의 가치가 상승한다고 말했다. 이런 인식이 윤석열 캠프에 만연해 있다면 이는 한국의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것이다.

쿼드는 서둘러서도 안 되고 서두를 수도 없는 일

설령 중국이 한국의 가입을 묵인한다 해도, 장애물이 다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장애물이 있다는 목소리가 쿼드 동맹을 지지하는 타이완에서 나왔다. 19일 중국 포털 사이트 소후(搜狐)에 실린 '양용밍: 역사문제 해결 어려워, 미·일·한 군사동맹 없을 것(杨永明:历史问题难解 美日韩不会军事同盟)'이라는 기사에서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다.

타이베이포럼(台北論壇) 사무총장(執行長)이자 타이완대학 정치학과 겸임교수인 양용밍은 "미·일·한은 단지 안보협력(安全合作)에 진입할 수 있을 뿐, 군사동맹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 뒤 한국이 외교적 측면의 쿼드 안보대화(四方安全對話)에는 참여할 수 있지만 한국과 쿼드의 군사동맹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18일에 있는 '한국 신정부의 외교전략 분석(韓國新政府外交戰略分析)'이라는 강좌에서 "윤석열이 한국 총통에 취임한 뒤에 일한관계를 강화하려 하겠지만 그렇게 용이하지 않다"며 그 근거로 역사문제를 제시했다. 위안부 및 강제징용 문제로 인해 한국과 일본이 쿼드라는 틀 안에서 군사동맹을 이루기는 쉽지 않다는 게 그의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는 점차적 방식으로라도 가입을 추진하겠지만, 그렇게 하려면 쿼드 내에서 일본과 군사동맹을 이루는 것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그것이 형성되려면 일본 정부와 극우세력이 한국 국민들의 마음을 풀어주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만 일본은 최소한의 사과와 얼마 되지 않는 배상도 피하고 있다. 그래서 제3자들이 볼 때도 한국과 일본의 군사동맹이 어렵겠다는 전망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의지만으로 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이다. 만약 윤석열 정부의 의지만으로 가능한 일이라면, 국무부 대변인이 VOA에 모호한 답변을 보낼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쿼드는 서둘러서도 안 되고 서두를 수도 없는 일이다. 중국 압박을 목적으로 군사동맹에 가입하면 한국과 중국은 어떤 형태로든 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윤석열 정부가 마음대로 결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일본과의 군사동맹에는 무엇보다 신뢰 구축이 우선이다. 윤석열 정부가 기시다 내각과 그 배후의 아베 신조로부터 사과·배상을 받은 뒤에 시도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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