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檢무력화 대못 박나.. 대장동·원전 수사 원천봉쇄 시도

김형원 기자 2022. 3. 2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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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23일 문재인 대통령 퇴임 전 검찰의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범죄 수사는 기존 경찰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또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등 제3의 수사기관을 신설해 맡기고 검찰은 기소만 전담토록 하자는 것으로, 사실상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전 경기지사도 최근 ‘검수완박’ 추진에 동의한다는 뜻을 주변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공공 기관 인사 ‘알박기’에 이어 검찰에는 수사를 못 하도록 ‘대못 박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등 현 정권 관련 수사와 이재명 전 경기지사 관련 대장동 의혹 수사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시도로 의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가운데) 공동비대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03.23 이덕훈 기자

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검찰 개혁의 핵심은 권한의 분산과 제도적 견제를 위한 수사권·기소권의 엄격한 분리”라며 “제왕적 대통령의 시대가 수명을 다한 것처럼 국민 위에 군림하던 검찰 시대도 종식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검찰 개혁을 후퇴시키지 않도록 검찰 개혁의 고삐를 단단히 조이겠다”며 “새 정부 출범 이전까지 검찰 개혁을 완수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그는 윤 당선인을 겨냥해 “차기 정부 검찰 정책의 밑그림을 설계할 인사들을 뼛속까지 검찰주의자로 채우고 있어 걱정”이라고도 했다.

윤 위원장은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도 “문재인 정부 임기가 아직 50여 일 남아 있다”며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엄격히 분리하겠다”고 했다. 국회 절대다수 의석을 무기로 윤석열 정부 출범 전 검찰 무력화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이 취임하면 민주당이 국회에서 ‘검수완박’ 법안을 처리해도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사실상 4월 국회가 이른바 ‘검찰 개혁’을 마무리 지을 마지막 기회라고 보는 것이다. 민주당은 실제 법안 처리에 착수하면 일주일 안팎이면 관련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에 도전한 의원들도 ‘강한 민주당’을 내세우며 이를 관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본지 통화에서 “자기네 손으로 (수사를) 덮겠다는 것 아니냐”면서도 “어차피 저질러놓은 비리가 워낙 많아서 자연 발생적으로 몸통이 드러나게 되어 있다”고 했다.

비대위회의 참석하는 윤호중 - 더불어민주당 윤호중(앞)·박지현(뒤)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윤 위원장은 이날“윤석열 정부가 검찰개혁을 후퇴시키지 않도록 검찰개혁의 고삐를 단단히 조이겠다”고 했다. /이덕훈 기자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전담 수사팀은 작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이른바 ‘대장동 일당’을 재판에 넘겼지만, 당시 사업 결재 라인이었던 이재명 전 지사 등 ‘윗선’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권순일 전 대법관의 ‘재판 거래’ 의혹과 ‘50억원 클럽’ 관련 추가 수사도 확대될 수 있다. 친여 성향 검찰 간부인 박은정 성남지청장의 수사 무마 의혹이 제기된 ‘성남FC 후원금 뇌물 의혹’, 이 전 지사 부부의 법인카드 불법 유용 의혹 수사도 남아있다.

법조계에서는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등도 수사가 재개될 경우 현 정부의 핵심 인사들을 겨누는 뇌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연루된 ‘기획 사정’ 의혹도 계속 수사 중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당내에 곧 우리 진영 인사들에 대한 먼지떨이식 수사가 시작될 거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친문재인·친이재명 등 계파 성향을 떠나 보복 수사가 진행될 거라는 의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실제 마음만 먹으면 범여권 180석 의석과 법사위원장직을 무기로 ‘검수완박’ 입법을 완성할 수 있다.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관련한 법안은 법사위 소관 법률이라 법사위만 통과하면 본회의 직행이 가능하다. 법사위는 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고, 전체 18명 중 12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국민의힘이 합법적인 의사 진행 지연 수단인 ‘안건조정위원회 회부’를 요청해도 무소속 의원 사보임 등의 ‘꼼수’로 이를 무력화할 수 있다. 당 관계자는 “지도부가 마음만 먹으면 일주일 내에 처리가 가능하다”며 “합의 처리를 중시하는 박병석 국회의장이 마지막 허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검찰 개혁에 대한 논의는 충분히 가졌기 때문에 실행 의지의 문제만 남아 있다”며 “우리 지지층의 열렬한 요구에 응답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청와대도 “당이 추진하는 일에 제동을 걸지는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한때 “4월 국회를 보이콧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기현 원내대표는 “추가 경정 예산 같은 민생 안건이 많다”면서 “민주당이 검수완박을 부르짖을 때 우리는 집권 여당으로서 묵묵히 민생을 챙기겠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일방 독주로 검수완박을 추진한다면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엄청난 민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검수완박’이 지지층을 결집시킬 것으로 기대하지만, 거꾸로 대선에 패하고도 ‘입법 독주’를 한다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것이란 취지다. 대통령직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국민에게 심판을 받고도 민주당 강경파는 검수완박만 외치고 있다”며 윤 비대위원장이 검수완박을 고집한다면 오히려 민주당 내부에서 불만이 먼저 터져 나올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온건파도 비슷한 지적을 하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지방선거 전에 수적 우세를 내세운 무리한 입법은 도움이 안 된다”며 “180석 집권 여당 시절에 못 한 것을 이제 와서 무슨 명분으로 추진하겠나”라고 했다. 그러나 당직을 맡고 있는 또 다른 의원은 “아까운 패배에 뿔이 나있는 열성 지지층에 보조를 맞추는 목소리를 낼 필요는 있다”고 했다. 실제로 ‘검수완박’을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더라도 지지층을 선거장에 끌어내려면 이른바 ‘검찰 개혁’의 당위성을 주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대선 패배 이후 어수선한 당심을 추스르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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