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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내가 올린 것도 아닌데..보유세, 산 가격에 매기자"

세종=안재용 기자 입력 2022. 03. 24. 14:36 수정 2022. 03. 24.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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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윤석열 시대, 새로운 보유세①

[편집자주] 제20대 대선은 부동산 심판 선거에 다름 아니었다. 무주택자들은 폭등한 집값에, 집주인들은 불어난 보유세에 분노했다. 이 과제를 안고 출발하는 윤석열 시대, 새로운 보유세의 모델을 찾아본다.

# 2012년 한국인 A씨와 미국인 B씨는 각각 서울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7억원 상당의 주택을 구입했다. 이후 A씨의 집값은 322% 뛰었고 재산세 등 보유세는 299% 불어났다. 반면 B씨의 경우는 집값이 281%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보유세는 1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정권교체'의 배경이 된 부동산 보유세 제도의 개편은 새 정부가 짊어진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다. 전문가들은 시세가 아닌 매입가격을 기준으로 재산세를 매기고, 연간 공시가격 인상률을 2% 이하로 제한하는 '미국식 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24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1가구 1주택자의 주택 보유세를 지난해 수준으로 묶기로 했다. 6월1일 기준으로 부과되는 재산세와 종부세의 과표를 산정할 때 17% 가량 뛴 올해 공시가격이 아닌 2021년 공시가격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보유세 부담을 전년 수준으로 되돌리기로 한 것은 최근 수년간 국민들의 보유세 부담이 지나치게 늘어났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려워서다. 특히 실수요자 중심의 1주택자들의 입장에선 "내가 원해서 집값을 올린 것도 아닌데, 왜 집값이 올랐다고 보유세를 더 내야 하느냐"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마운트 레바논(미 펜실베이니아주)=AP/뉴시스]지난 9월21일 미 펜실베이니아주 마운트 레바논의 한 집 앞에 매물 표지판이 붙어 있다. 주택업계가 낮은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수요 호조에 따른 수혜를 이어가면서 11월 미국의 신규 단독주택 매매가 12.4% 증가, 7개월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한 것으로 23일(현지시간) 전미공인중개사협회(NAR)가 밝혔다. 2021.12.24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주택 보유세를 시세가 아닌 취득가격을 기준으로 매기는 건 이런 문제의식에서다. 주택 소유자가 직접 선택한 건 현재 집값이 아니라 취득 시점의 주택가격인 만큼 그에 맞춰 세금을 부과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인식이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주택에 재산세를 매길 때 매매가격의 100%를 과세평가액으로 하고 약 1.2%의 세율을 적용한다. 또 캘리포니아 주법은 우리나라의 공시가격에 해당하는 과세평가액도 매년 2%까지만 올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경우 주택을 오래 보유할수록 혜택이 커진다. 물론 집값이 장기적으로 오른다고 가정할 때다. 예컨대 주택을 10년 보유한 사람의 집값이 매년 2% 이상 올랐더라도 보유세는 연간 2%씩, 총 21.9%만 늘어난다. 세금이 늘긴 하지만 물가상승률을 크게 넘지 않는 수준인 만큼 큰 조세저항은 일어나지 않는다.

원윤희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미 캘리포니아주의 보유세 제도는 집값이 같아도 보유기간에 따라 납부세액이 달라지는 제도로, 위헌소송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미 연방대법원에서도 해당 법을 합헌으로 판결했다"며 "납세 상황이 서로 다를 경우 그에 대해 차이를 두는 것은 불공평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소한 1가구 1주택은 필수 서비스인 만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한국납세자연합회 회장)는 "한국도 미 캘리포니아 식으로 (보유세제를) 바꿔야 한다"며 "(매수자는) 일정한 세부담을 생각하고 산 것인데 집값이 급등했다고 보유세를 크게 올리면 '집값을 내가 올린 것도 아닌데'라는 불만이 나온다"고 했다. 홍 교수는 "정부가 올린 보유세 수준은 집을 팔고 나가야 하는 상황인데, 이는 국민의 주거안정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했다.

(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인수위 간사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3.22/뉴스1

한편 새 정부 출범 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던 다주택자 보유세 산정 기준에 대한 개편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주택의 수와 관계 없이 주택가격 총액을 기준으로 보유세를 매기자는 게 골자다. 예컨대 공시가격 15억원인 주택 1채를 보유한 사람에 비해 각각 7억원, 8억원인 주택 2채를 보유한 사람이 더 많은 보유세를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게 윤 당선인 측의 인식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주택 수를 기준으로 세금을 중과세하거나 감면하는 기계적 접근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서울의 똘똘한 한 채를 가진 1주택자에게는 혜택을 주고, 서민들에게 임대 주는 지방 빌라 다주택자에게는 징벌적 세금을 적용하는 건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도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해 종부세·양도세를 모두 중과하면서 부동산 거래시장을 냉각시켰는데, 보유 주택 수를 기준으로 차등 과세하는 해외사례는 찾기 어렵다"며 "다주택자를 투기자로 특정해 부동산 자체 거래를 하지 못하게 하는 세제부터 원상복귀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현행 보유세 시스템을 유지하더라도 최소한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율은 낮춰야 한다"며 "최고세율이 6% 가까운데 이건 15년이 지나면 집을 국가가 가져간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세종=안재용 기자 po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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