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에 산업스파이까지..韓 핵심기술 유출 경고등

이인준 2022. 3. 24.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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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삼성전자 파운드리 기술 유출 의심에 업계 '발칵'
韓 R&D 투자율, 선진국 대비 높아 기술 탈취 '표적'
처벌보다 일자리 확대 등 근본적 해법에 고민 가져야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최근 삼성전자에서 해킹, 직원 기술 유출 의심 사례 등이 연이어 터지며 산업계에 핵심 기술 유출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의 세계 1위 기업으로서 표적이 돼 고민이 더 크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부 A직원이 사내 핵심 기술 유출을 시도한 정황이 드러나 사내 관련 부서에서 조사받고 있다. 이달 초 해킹으로 곤욕을 치른 삼성전자가 또다시 보안 문제에 휘말리며 산업계에 우려를 키우고 있다.

쫓기도 바쁜 파운드리, 기술 유출 시도까지 터져

삼성전자가 현재 직원을 붙잡아 자체적인 진상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열람 자료의 범위와 기밀 여부, 실제 유출 여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유출을 시도한 혐의가 있는 A직원은 재택근무 중 회사 보안 서버에 있는 대외비를 하루 동안 수백 개 이상 열람해 회사의 의심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현재로서는 초기에 징후를 발견한 것으로 추정한다"면서도 "정확한 것은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육성 중인 파운드리 분야에서 기술 유출 시도가 나왔다는 데서 우려하고 있다.

파운드리 분야는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

삼성전자는 '2030 시스템 반도체 1위'를 목표로 파운드리 업계 1위인 대만 TSMC를 맹추격하고 있다.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매출 기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10~12월) 18.3%로, 전분기(17.2%)보다 1.1%p 확대됐다. 반면 TSMC는 같은 기간 1.0%p 줄어 52.1%를 기록했다. 두 회사의 점유율 격차는 36.0%포인트에서 33.8%p로 좁혀졌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더구나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수율 논란 등 고객사 이탈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태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주요 응용처 공급 확대로 최대 매출 달성했지만, 선단 공정 초기 비용 증가 등으로 수익성은 소폭 하락했다.

최근에는 수율(햡격품 비율)이 고객사의 요구에 미치지 못해, 퀄컴 등 주요 고객사가 경쟁사인 TSMC에 생산을 위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지난해 반도체 매출 2위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에 재진출을 선언하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인텔과 삼성전자간 첨단 공정 관련 기술 격차가 크지만, 그럼에도 인텔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다면 TSMC보다는 삼성전자에게 위협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기술이 실제로 유출됐을 경우에는 삼성전자의 피해 범위를 장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주의해도 끊이지 않는 보안 문제…삼성 등 '표적'

삼성전자의 유출 문제는 비단 이번뿐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에도 해커조직인 '랩서스'의 공격을 받아 소스코드 등 기밀 데이터 일부가 유출됐다. 이들은 자신들이 탈취한 데이터가 190기가바이트(GB)에 이르며, 이를 파일 공유 프로그램 토렌트에 올렸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GDP 대비 연구개발투자 비율은 OECD 주요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19년 기준 한국은 4.6%로 일본(3.2%), 독일(3.2%), 미국(3.1%)보다 높다. 선진국보다 더 큰 비중을 연구개발에 쏟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보안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분야도 반도체에 국한하지 않고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자동차 등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1월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핵심기술을 중국에 유출하고, 삼성전자와 자회사 전직 직원들을 통해 장비 도면을 빼돌린 SK하이닉스 협력업체 연구소장 등이 기소된 사례 등이 있었다. 2020년에도 삼성디스플레이가 3년간 100억원가량을 투자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조 관련 기술을 중소기업체에 넘긴 이 회사 소속 연구원 등이 구속되기도 했다.

기술 유출은 인력 유출 문제와도 직결된다. 이번에 기술 유출 혐의를 받는 삼성전자 A직원도 퇴직을 앞두고 파운드리 관련 첨단 기술과 공정 자료를 확보해 이직 등에 활용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력 유출은 곧 '직업 윤리'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삼성전자에서 D램 반도체 설계를 담당했던 한 임원은 2018년 중국 반도체 업체로 이직했다가 법원으로부터 전직 금지를 당했다. 사장급 퇴직 임원도 2020년 중국 시스템 반도체에 취업하려다 논란이 커지자 포기했다.

또 지난해 11월에도 삼성전자에서 10년간 특허전략을 총괄했던 전직 임원이 설립한 특허법인이 주도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항해 이들이 영업비밀 도용, 신의성실 의무 위반, 불법 공모 등 여러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며 맞소송을 걸었다.

"처벌해도 재발…해외 인재 유출 막는 게 최선책"

일각에서는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직을 통해 기술을 유출한 경우 산업기술보호법을 적용해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15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다만 이직 알선 브로커 등에 대한 처벌이 경미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특허권 등과 달리 회사가 가진 고유의 기술과 노하우 등 영업비밀 등은 경제적 가치를 매기기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일부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면 직원이 경쟁사로 이직하는 것을 막을 권리도 기업에 없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전직 금지나 처벌 등 네거티브 한 방식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면서 "국내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해외로 인재 유출을 막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도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정년 연장을 없애는 등 제도 보완을 강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우수 인력이 정년 이후에도 계속 근무할 수 있게 '시니어 트랙' 제도 시행을 추진 중이다. SK하이닉스도 엔지니어들의 정년을 없애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ijoin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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