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기업 고용 갈렸다..반도체 IT 확 늘고, 유통 호텔 확 줄고

오찬종,문광민 2022. 3. 2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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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기업 최근 2년 고용변화 살펴보니
삼성전자·SK하이닉스 '고용왕'
직원수 증가율 6~7%대 훌쩍
IT·게임회사도 1000명대 채용
롯데쇼핑 직원 16% 이상 감소
아모레 등 화장품업계도 줄어
코로나 여파 업종 명암과 일치

◆ 100대 기업 분석 ◆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국내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의 고용 상황이 업종별로 극명하게 갈렸다. 특히 지난 2년간의 직원 수와 연봉 변화를 보면, 해당 기업의 사업 전략이 어디에 비중을 두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사업 재편으로 일자리를 줄인 대표적인 기업이 LG전자다. 지난해 LG전자 매출은 27조7780억원, 영업이익은 4464억원이었다. 코로나19 사태로 2년간 매출은 3%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70% 가까이 늘었다. 작년 1인당 평균 급여는 9700만원으로 2년 새 13% 올랐다. 하지만 같은 기간 임직원 수는 3600명 줄었다. 정규직만 보면 4177명 감소했다. 휴대폰·태양광을 접고 의료기기·블록체인 육성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는 과정이 있었다. 다만 LG전자는 채용을 본격 확대해 올해부터 3년간 3만여 명을 뽑는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분사와 자회사 설립 영향 때문에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를 줄인 것으로 나타난 회사도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배터리·석유 개발 사업을 물적 분할해 신설 법인 SK온과 SK어스온을 세웠다. 그러면서 전체 직원 수는 700여 명, 연봉은 2000만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이유로 국내 최대 규모 상사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20년에 자회사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을 설립하면서 고용 규모가 뒷걸음질 쳤다.

철강업 호황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낸 현대제철과 13년 만에 최대 이익을 낸 동국제강도 지난 2년간 고용은 제자리걸음이었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의 직원 1인당 평균 급여는 2년 사이 두 자릿수 비율로 높아진 반면 고용은 소폭 줄었다. 일자리 대신 월급을 늘린 건 현대건설, GS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등 건설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더 이상 '중후장대' 제조업에서 일자리에 대해 기대할 수 없음이 또 한 번 증명된 셈이다. 반면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에 국산 중거리 요격미사일 '천궁Ⅱ'의 4조원대 규모 수출을 달성한 방산기업인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은 일자리와 연봉을 모두 늘린 기업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코로나19와 이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피해를 가장 많이 본 업종인 유통업체들은 신규 채용을 지양하는 대신 기존 직원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마트, GS리테일, 롯데쇼핑, 롯데하이마트 등이 직원 수를 줄이고 연봉을 높였다. 이마트와 롯데쇼핑 모두 2년 새 연봉이 약 16% 올랐다. 생존을 위한 강한 허리띠 조이기가 있었다. 롯데쇼핑은 2020년 인력과 점포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고 100여 개 점포를 폐점했다. 2020년 롯데마트는 12개 점포 문을 닫았고, 롯데슈퍼도 68개 점포의 영업을 종료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호텔 같은 레저 기업들도 몸집을 축소했다. 호텔신라의 직원 수는 2070명에서 1835명으로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서비스·유통업이 얼마나 회복 탄력성을 보여주느냐가 고용 시장의 향배를 결정지을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신재용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코로나19 타격이 특히 컸던 분야가 고용 유발 효과가 높은 서비스 업종"이라며 "정부가 서비스업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소중립 트렌드로 촉발된 친환경 산업 열풍으로 신재생에너지 기업들의 몸집도 가파르게 커졌다. 고용 증가 규모에서 2위를 차지한 한화솔루션은 2년 사이에 직원이 4200여 명 늘었다. 다만 이는 백화점 부문 합병 영향이 컸다. 수소 사업을 새로 시작하는 롯데케미칼도 직원 수가 40% 넘게 늘면서 몸집을 키웠다.

신규 고용 시장에서 가장 큰손은 반도체기업들이었다. 반도체는 최근 들어 산업 사이클이 회복된 데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반도체가 세계 공급망 사슬에서 핵심 전략물자로 인식되면서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인재 전쟁에서 앞서가기 위해 직원을 늘리는 동시에 연봉도 큰 폭 올렸다. 그 결과 2년간 직원 증감 순위에서 각각 1위, 3위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고용 없는 성장'의 고착화를 막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노동 시장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용춘 전국경제인연합회 고용정책팀장은 "일자리가 늘어나려면 경기 회복도 중요하지만 기업하기 좋은 토대가 조성돼야 한다"며 "차기 정부에선 정규직을 과보호하기보다는 조금 더 유연한 고용환경을 만들고, 생산성을 전제로 하는 근로 법제를 구축하는 등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찬종 기자 /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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