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30 속도 제한 비현실적" vs "사고 줄었는데 정책 뒤집나"

위문희 2022. 3. 26.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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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권 일부 도로의 속도 제한이 시속 60㎞로 상향될 전망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제한 완화 방침에 운전자들 사이에선 ‘안전속도 5030’ 정책의 실효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안전속도 5030은 전국 도시의 차량 제한속도를 일반도로는 시속 50㎞, 주택가와 스쿨존 등 이면도로는 시속 30㎞로 낮추는 제도다.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줄이고 보행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4월부터 전국에서 전면 시행됐다. 제한속도를 어기면 위반 정도에 따라 범칙금 또는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그러나 일각에선 도로 흐름을 고려해 속도 제한을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보행자 통행이 불가능한 도로와 같이 속도제한이 불필요한 경우엔 시속 60㎞로 속도를 상향 조정하겠다고 공약한 배경이다.

인수위는 지난 24일 “제한속도 5030과 같이 국민 실생활에 밀접한 영향이 있는 정책에 대해서는 국민 불편을 초래하지 않도록 탄력적 운용을 주문했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의 공약과 인수위의 ‘탄력적 운용’이라는 표현이 사실상 안전속도 5030 완화를 의미한다는 게 경찰 안팎의 분석이다.

실제로 일부 운전자들은 차량 흐름이 원활한 도로에서도 속도를 내지 못한다는 불만을 제기한다. 택시기사 황모(45)씨는 “스쿨존이 아닌 시내 일반도로에서 시속 50㎞로 달리라는 것은 자동차 성능이나 도로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제도”라고 지적했다. 보행자가 드문 심야 시간에는 유연하게 속도 제한을 적용해달라는 주문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반면 제한 속도를 낮추면서 사고가 줄었다는 운전자도 있었다. 또 다른 택시기사는 “예전에 시속 80㎞로 쌩쌩 달려서 사고를 나던 곳들이 안전속도 5030 이후 크게 사고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운전자 정모(36)씨는 “지금도 5030을 무시하고 달리는 차가 있는데 시속 60㎞로 제한을 완화하면 더 신나게 달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제한 속도가 상향돼도 체감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김모(42)씨는 “서울에서 시속 50㎞와 시속 60㎞ 주행의 차이를 잘 모르겠다. 시행한 지 1년도 안 된 정책인데 ‘이랬다저랬다’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 30대 운전자는 “운전자들이 자기가 주로 다니는 도로는 단속 카메라를 위치를 외워서 다닌다”며 “속도 제한을 상향하더라도 주행 속도가 크게 체감이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미 시·도 경찰청은 일부 도로의 제한 속도 완화에 나섰다. 서울경찰청은 한강변과 연결된 일부 도로의 제한 속도를 시속 50㎞에서 시속 60㎞로 상향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인천경찰청과 부산경찰청은 학생들의 등하교 시간대와 맞물려 주변 도로의 속도 제한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경찰청은 일부 도로의 속도 제한을 완화하더라도 안전속도 5030의 전체적인 기조는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교통사고 감소에 효과가 있다고 보여서다. 지난 2월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가 펴낸 ‘안전속도 5030 종합 효과분석 연구-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제도 시행 후 6개월간 제한속도 적용지역 내 보행 사망자는 264명으로 지난해(302명) 대비 38명(12.9%) 줄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당선인도 사고의 위험성이 적은 곳에서 탄력적으로 운영할 필요성 있다고 한 것이지 안전속도 5030의 틀을 없애란 건 아니지 않으냐”며 “보행자의 밀도가 적으면서 안전시설이 설치돼있고, 보행 교통사고와 관련이 없는 곳에선 속도제한을 시속 60㎞로 상향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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