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친환경 발전소로 '주유소의 변신'
[경향신문]
국내 1호 금천구 SK박미주유소
외관은 주유소, 옥상엔 발전 시설
태양광 패널·수소 연료전지 설치
전기차 충전·인근 주택 전기 공급
전국 확대 땐 화력발전소 8기 대체
서울 금천구 시흥대로에 있는 SK박미주유소의 또 다른 이름은 국내 1호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이다. 수소로 전기를 생산하는 연료전지와 태양광 발전기를 주유소 내에 설치해 전기를 직접 만들고 이를 전기차 충전에 사용하는 것이 목적이다.
전력을 생산하는 주유소라고 해서 특별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지난 24일 방문한 박미주유소는 외관상으로는 다른 주유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규모도 대지 면적이 약 1100㎡로 크지 않았다. 다만 옥상을 빼곡히 채운 연료전지(300㎾)와 태양광(20.6㎾) 패널은 작은 발전소를 연상시켰다.
지난 2월 새로 문을 연 박미주유소는 한 달 반 만에 연료전지를 통해서만 약 313㎿h의 전력을 생산했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전기자동차가 약 4만3000회 충전할 수 있는 전력(약 2500㎿h)이다. 전기는 모두 한국전력에 판매된다. 현행 전기사업법에서는 발전사업자가 전기 판매업을 겸할 수 없다. 전기사업법이 개정되면 주유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바로 전기차 충전에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박미주유소에는 국내에서 가장 용량이 큰 350㎾급 급속충전기가 설치되어 있다. 18분이면 현대차 전기차 아이오닉5 한 대를 완전히 충전할 수 있다.
생산한 전기를 전기자동차뿐만 아니라 주요소 인근 지역에도 공급할 수 있다. 박미주유소가 1년간 생산할 수 있는 약 2500㎿h는 500가구가 1년 동안 쓸 수 있는 양이다. 지금까지는 도시 밖의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도시 안으로 끌어와야 했다. 한국전력거래소의 전력통계정보를 보면 2019년 기준으로 송·배전 과정에서 손실된 전력만 약 1.9만GWh다. 370만가구가 한 해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 이동 과정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돈으로 따지면 2조원어치다. 태양광 발전시설에 비해 연료전지는 공간도 많이 차지하지 않았다. 설치 면적은 태양광 대비 40분의 1 수준이다.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의 가장 큰 장점은 ‘친환경’이다. 다른 발전원 대비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이 적다. 정부는 늘어나는 전기차 수요에 대비해 2025년까지 급속충전기(100㎾) 약 1만7000기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 정도 규모의 인프라를 만들려면 원자력발전소 2기 규모의 전력이 추가로 필요하다. SK에너지는 “전국 주유소·충전소 약 1만3000곳에 300㎾ 연료전지를 설치하면 약 4G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4GW는 화력발전소 약 8기가 생산하는 전력 규모다. 연료전지를 쓰면 화력발전소를 이용할 때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약 1200만t 줄일 수 있다. 연료전지는 수소를 공기 중의 산소와 화학반응시켜 전기를 만든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유연탄의 절반 아래이고 액화천연가스(LNG)보다도 적다.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등은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 박미주유소에 설치된 연료전지는 열효율이 60%대인 고체산화물연료전지다.
정부는 지난해 6월 분산에너지 활성화 대책을 통해 주유소를 자가발전이 가능한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현행 위험물안전관리법은 시행규칙을 통해 주유소 내 연료전지 설치를 막고 있다. SK에너지는 규제가 풀리면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을 적극 늘릴 방침이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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