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AS] 원전 이용 · 가동률 떨어진 게 원자력안전위 탓?

김정수 2022. 3. 28.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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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AS][에너지와기후]인수위 "원안위 결정으로 이용률 저하돼
위원들, 가동률 상향에 공감대" 공식발표
가동 정지 주요 원인은 한수원 부실관리
산재기업 책임을 산재판정기관에 묻는 꼴
'친원전' 원안위 위한 명분쌓기 의도도
전문가 "안전 축소한 단기 상향은 위험"
전남 영광군 홍농읍 한국수력원자력 한빛 원자력발전소. 격납건물 공극과 철판 부식 등의 결함과 부실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장기간 가동이 정지돼 원전의 이용률과 가동률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됐다. 이 가운데 한빛 4호기는 2017년 5월18일 정지된 이후 만 5년이 가까워져 오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연합뉴스

“인수위원들은 현 정부 하에서 원안위가 정치적, 이념적으로 치우친 의사결정으로 발전소 이용률이 저하되었으며, …원안위가 새롭게 재탄생하여 국민에게 신뢰받는 기관이 되어 줄 것을 주문하였습니다.”(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변인실 25일 원자력안전위원회 업무보고 뒤 보도자료)

“원안위 업무보고에서 원전 가동 논의가 있었는데 구체적인 수치가 거론되지 않았다. 방향은 원전 가동률이 올라가야 한다는 인수위원들 공감대는 있었다”(인수위 원일희 수석부대변인 25일 브리핑)

최근 익명의 인수위 관계자를 취재원으로 언론이 거론해 온 원자력발전소 이용·가동률 상향을 인수위가 25일 공식 언급했다. 원전의 이용률은 설비용량 대비 발전량을, 가동률은 전체 시간 대비 가동시간을 나타낸다. 현 정부 집권 5년 동안(2017~2021년)의 평균 원전 이용률은 71.5%로 이전 정부 4년(2013~2016년)간 평균 이용률 81.4%에 비해 10%포인트가량 내려갔다. 다만 현 정부 출범 첫해 71.3%였던 가동률은 이듬해 66.5%로 내려갔다 2019년 71%, 2020년 74.8%, 2021년 76%로 계속 증가했다. 이런 통계는 탈원전 정책으로 가동률이 떨어졌다는 보수언론이나 야당의 주장과 배치된다.

큰 비용을 들여 지은 원전을 충분히 돌리지 못하면 원전의 경제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원전 이용 확대를 공약한 윤석열 당선자의 대통령직 인수위가 낮은 원전 이용률과 가동률의 원인을 살피고 개선 방안을 찾는 것은 타당해 보인다. 문제는 그것을 원전사업자가 아니라 원전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규제기관인 원안위에서 찾는 행태다. 이는 원전 공약 이행을 위해 향후 원안위를 친원전 인사 중심으로 교체하려는 ‘명분쌓기’ 일환으로도 보인다. 실제 윤 당선자는 대선 당시 원안위 인적 구성을 문제 삼으며 개편을 공약한 바 있다.

원전의 이용률·가동률을 좌우하는 것은 원안위가 아니라 원전을 건설하고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이다. 한수원 스스로 이용률을 “설비의 건전성 및 운영 인력의 우수성 등 발전소 운영기술 수준을 평가하는 직접적 척도”라고 설명하는 데서 잘 드러난다. 이용률·가동률은 원안위가 아니라 한수원의 성적표인 셈이다.

원전의 가동 정지는 예방정비를 위한 계획된 정지와 불시 정지로 크게 나뉜다. 계획예방정비는 핵연료 교체, 안전점검, 시설 교체 등을 위한 조치로 원전사업자가 계획을 세워 진행한다. 박근혜 정부 후반부터 여러 원전에서 가짜부품, 격납건물 콘크리트 공극과 철판 부식 등 부실시공이 잇따라 발견, 정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이용률·가동률도 낮아졌다. 가짜부품 사용과 부실시공의 책임은 한수원에 있다.

원전이 설비 이상이나 운영 잘못으로 갑자기 멈춰서는 불시 정지는 더욱 ‘탈원전 정책’이나 원안위와 무관하다. 한수원의 열린원전 운영정보 자료를 보면, 문재인 정부 집권 첫해인 2017년 1건이었던 불시 정지는 2018년 3건, 2019년 2건, 2020년 3건, 2021년 6건으로 증가 추세를 보여왔다. 지난해 발생한 불시 정지 6건은 2013년 6건 기록 이후로 최다였다.

지난해 불시 정지 기간이 가장 길었던 신고리 4호기 경우 발전기 부속기기(여자기)에서 불이 나 5월29일부터 7월21일까지 2개월 가까이 발전을 하지 못했다. 신고리 4호기의 가동률은 이 불시 정지만으로도 16%가량 떨어졌다. 고리 2호기는 지난해 4월 한수원이 감독자도 배치하지 않고 전력시설 주변에서 크레인을 움직이다 사고를 내 1주일간 불시 정지했고, 한울 1·2호기는 취수구에 해양 생물이 과다하게 유입되는 사고로 2주 넘게 불시 정지했다.

한수원이 부실시공에 따른 설비 보완, 불시 정지 이후 재발 대책 마련 등을 하는 과정에서 원안위가 안전점검을 철저하게 할수록 정지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하지만 안전을 최우선에 둔 원전 사업자 감독이 원안위 본연의 역할인 점을 봤을 때, 인수위가 원전 이용률과 가동률의 책임을 원안위에 묻는 것은 어떤 업체의 높은 산업재해율을 경영진이 아니라 산재 여부를 판단하는 판정 기관에게 책임지우는 것과 마찬가지란 지적이 나온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원전의 낮은 이용률과 가동률은 원안위에 이야기해서 높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한수원이 장기적으로 설비의 안전성을 개선해야 올라갈 수 있는 문제”라며 “단기적으로 이용률과 가동률을 높이려면 예방정비와 안전 점검의 기간과 수준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어 결국 원전 안전을 위험천만하게 만드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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