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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리포트] "아이들에게 스마트폰과 TV 없는 세상을 알려주고 싶어요"

최연진 입력 2022. 03. 30.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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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희 코코지 대표의 오디오 스타트업 출사표
독특한 아이들용 오디오 재생기
 '코코지 하우스'로 레드닷상 수상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으로 확장 예정

요즘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스마트폰을 다룬다. 혼자서 스마트폰과 TV 리모컨을 조작해 인터넷 동영상을 보고 게임을 즐긴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보채지 않아 편할 수 있지만 과연 아이를 위해 바람직할까.

정보기술(IT)로 교육을 혁신하기 위해 2020년 10월 에듀테크 신생기업(스타트업) 코코지를 창업한 박지희(44) 대표는 이런 의문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돌 지난 조카가 스마트폰을 능숙하게 다루는 것을 보고 걱정했어요. 아이 혼자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게임을 하거나 동영상을 즐기다 보면 부모들이 원하지 않는 것도 보게 되죠. 그렇다고 부모가 하루 종일 아이 옆에 붙어 앉아 스마트폰을 대신 작동해 주는 것도 옳지 않아요.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자율성과 자립성을 해치니까요."

그래서 그가 선택한 방법이 만 2~7세 아이들이 혼자 다룰 수 있는 오디오 놀이기구다. 그렇게 개발한 오디오 놀이기구 '코코지 하우스와 아띠'는 혁신적 발상과 뛰어난 디자인 덕분에 지난 23일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독일 레드닷상을 받았다. 서울 언주로에 위치한 코코지 사무실에서 박 대표를 만나 아이들을 위해 그리는 새로운 세상 이야기를 들어 봤다.

박지희 코코지 대표가 서울 언주로 사무실에서 미취학 아이들을 위해 개발한 교육용 오디오 플레이어 '코코지 하우스'와 '아띠'를 들어 보이고 있다. 홍인기 기자

'옛날 옛날 한 옛날에' 이야기 풀어내는 코코지 하우스

지난달 말 첫선을 보인 '코코지 하우스'는 독특하다. 작은 인형의 집처럼 생긴 장치에 '아띠'라는 인형을 얹으면 동요, 동화, 영어 등이 흘러 나온다. 특별한 조작법을 배울 필요가 없어 아이들도 놀이하듯 손쉽게 작동할 수 있다. "아띠는 반도체가 내장된 열쇠죠. 관문 역할을 하는 코코지 하우스가 아띠에 들어있는 열쇠를 인식하면 무선 인터넷(와이파이)을 통해 서버에서 해당 콘텐츠를 내려받아 재생해요."

이런 방식을 택한 이유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해서다. "시각물 없는 책을 읽거나 라디오를 들으면 내용을 상상하게 되죠.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해 두뇌를 더 많이 쓰게 하고 싶었어요."

박 대표가 작명한 코코지는 '옛날 옛날 한 옛날에'라는 뜻의 순 우리말 꼬꼬지에서 따왔다. 이를 해외에서도 발음하기 쉽도록 순화했다. "어려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살았는데 밤에 누우면 옛이야기를 들려 주셨어요. 그 기억이 떠올라 붙인 이름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아이들 반응이다. "제품을 구입한 아이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어른들이 커피 마시듯 코코지 하우스에 아띠를 올려 놓으며 하루를 시작해요. 하나의 아띠가 끝나면 또 다른 아띠를 올리죠. 그러면서 확실히 스마트폰을 덜 사용해요."


아기상어, 뽀로로 등 콘텐츠 회사들과 만드는 아띠

아띠도 1900년대 초반 등장한 친구라는 뜻의 순 우리말이다. 총 9종의 아띠는 갖가지 동물 모양과 핑크퐁컴퍼니의 아기상어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모양으로 만들었다. "아띠 하나에 40~70분 분량의 콘텐츠가 들어 있어요. 어린이날 전에 뽀로로, 크롱, 타요버스 등 추가로 5종이 더 나오고 올해 안에 20종 이상의 아띠가 출시 예정입니다. 해당업체에서 콘텐츠를 제작해 뽀로로 목소리 등을 그대로 살렸어요. 관련해서 세계적인 콘텐츠 회사들과 콘텐츠 협업도 논의 중입니다."

가격은 코코지 하우스와 아띠 1개를 포함해 10만 원대 초반이다. 아띠는 개당 1만 원대에 따로 판매한다.

일부 아띠는 녹음 기능이 있어 부모 등 원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서버에 저장했다가 재생할 수 있다. 녹음 파일이 서버에 저장되기 때문에 멀리 떨어진 사람도 아이에게 목소리를 녹음해 들려줄 수 있다. "70분 분량을 녹음할 수 있어서 어머니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거나 노래를 불러줄 수 있죠. 일하는 여성들은 직장에서 갑자기 어머니 목소리를 듣고 싶어하는 아이의 전화를 받을 때가 종종 있어요. 이럴 때 아이가 아띠를 재생하며 어머니 목소리를 듣고 위안을 삼을 수 있죠."

녹음은 무료 제공되는 아띠 앱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한다. "2분기에 앱으로 코코지 하우스를 부모들이 원격 조종하는 기능도 넣을 예정입니다."

코코지 하우스는 집 모양의 재생기에 아띠 인형을 올려 놓으면 동화, 동요, 영어교육 등 다양한 오디오 콘텐츠가 재생된다.

반도체 수급난과 중국 전력난 등 우여곡절 겪어

1년 3개월 이상 걸린 코코지 하우스 개발 과정은 편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가장 큰 문제였다. "모 반도체 업체에 아띠에 들어가는 반도체 공급을 요청했는데 주문이 밀렸다며 2년 기다리라고 하더군요. 결국 다른 반도체 회사를 찾아 반도체 설계를 다시 했어요. 그 바람에 제품 출시가 지난해 말에서 올해 2월로 늦어졌죠."

여기에 중국 전력난까지 겹쳤다. 지난해 11월 미중 갈등의 여파로 호주에서 중국에 석탄 수출을 제한하며 중국에 전력난이 발생한 것이다. "중국 위탁생산 공장이 전력난으로 일주일에 이틀만 가동됐어요. 제때 부품 공급이 안 돼 힘들었죠."

제품 검수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아이들 제품이어서 안전과 품질에 신경을 쓰다 보니 모든 제품을 박 대표까지 참여해 밤새워 검수했다. "중국 공장에서 원하는 상태로 만들지 못한 부품들을 모두 찾아 여러 번 되돌려 보냈어요. 휴일에도 나와 밤늦게까지 검수하며 문제점을 모두 바로 잡았죠."


요기요 공동창업자로 맺은 스타트업 인연

박 대표는 고교 1학년 때인 1994년에 부모를 따라 뉴질랜드로 이민을 갔다. 오클랜드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2001년 귀국해 대림산업 석유화학사업부, 영국 화학회사 빅트랙스를 거쳐 인터콘티넨탈 호텔그룹에서 6년간 한국과 싱가포르를 오가며 온라인 마케팅을 담당하는 퍼포먼스 마케팅 전문가로 일했다. 퍼포먼스 마케팅이란 디지털 광고 효과 등을 명확히 측정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한국 진출을 위해 퍼포먼스 마케팅 전문가를 찾던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의 제의를 받아 2012년 배달 앱으로 유명한 요기요를 공동 창업했다. 그것이 스타트업과 인연의 시작이었다.

그는 지금도 요기요 첫 출근 때 받은 충격을 잊지 못한다. 정장에 발가락이 보이지 않는 신발을 신어야 하는 등 호텔에서 요구하는 복장 규정에 익숙한 그는 정장을 입고 출근했다가 쇠사슬과 커다란 자물쇠로 잠긴 문을 보고 깜짝 놀랐다. "창고 같은 실내는 더 충격이었죠. 독일에서 온 크리스토프 마이어 공동창업자가 여기저기 흩어진 책상을 가리키며 아무 데나 앉으라더군요. 과연 잘 될까 싶었어요."

그렇게 그는 요기요에서 마케팅 총괄 부사장으로 5년을 일하며 요기요를 국내 대표 배달 앱 가운데 하나로 키웠다. 이후 2017년 금융기술(핀테크) 스타트업 렌딧, 2019년 패션 스타트업 스타일쉐어 등에서 마케팅총괄 이사를 거쳐 2020년 코코지를 창업했다. "요기요 공동창업자인 크리스토프 마이어가 아시아에서 투자처를 찾던 독일의 벤처투자사 팀글로벌을 연결해 줘서 창업하게 됐죠."

원래 그는 창업할 생각이 없었다. "오랜 직장 생활에 지쳐 쉬고 싶었죠. 경력의 사춘기였던 셈이에요. 중학교 2학년생 딸을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즐거운 일을 하고 싶었어요. 다행히 지금 하는 일이 엄청 재미있어요."

박지희 코코지 대표의 목표는 "우리 아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세상의 모든 소리를 전하는 회사가 되는 것"이다. 서울 언주로 사무실 벽에도 이 같은 회사의 모토가 적혀 있다. 홍인기 기자

오디오 콘텐츠 사고파는 플랫폼 지향

박 대표가 오디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전 세계적으로 아이들의 지나친 영상 시청이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2019년 세계보건기구는 만 5세 미만 아이들의 스마트폰이나 TV 이용 시간을 하루 1시간 이내로 줄이라고 권고했어요.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고민했죠. 마침 오디오북 등 전 세계적으로 오디오 콘텐츠 수요도 늘고 있었죠."

코로나19 이후 미국 유럽 등에서는 대표적인 오디오 콘텐츠 서비스인 팟캐스트의 어린이 부문 이용률이 증가했다. "부모들이 아이들의 영상 시청을 오디오로 대체하고 싶은 욕구를 읽었어요."

투자사들도 박 대표의 생각에 공감했다. 팀글로벌과 아기상어로 유명한 더핑크퐁컴퍼니, 스파크랩 등이 창업 단계에 투자해 총 87억 원을 투자받았다. 이 중에 더핑크퐁컴퍼니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박 대표의 궁극적 목표는 코코지 하우스를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으로 키우는 것이다. 플랫폼은 월 일정액을 내는 정액제와 개별 파일을 내려받을 때 돈을 내는 방식 등 다양하게 검토 중이다. "밀리의서재나 멜론처럼 음악, 동화, 영어, 교육 등 다양한 아이들용 오디오 콘텐츠를 내려받을 수 있는 플랫폼을 연말에 시작합니다. 일부 콘텐츠는 직접 개발하고, 부모들이 녹음한 콘텐츠를 팟캐스트처럼 서로 올리고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플랫폼은 콘텐츠 사업 확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새로운 콘텐츠가 나올 때마다 일일이 아띠를 만들어 판매하려면 개발과 제조에 6, 7개월이 걸려 힘들죠. 이런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려받은 콘텐츠를 저장할 수 있는 아띠를 4, 5종 따로 개발해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내려받는 사업을 구상했어요."

이를 위해 그는 연내 해외 지사를 설립하고 인력을 확충할 방침이다. "해외 콘텐츠를 확보하려면 미국, 중국 등에 현지 법인이 필요해요. 현재 30명 직원 가운데 10명이 개발자인데 계속 늘릴 예정이에요."

결국 박 대표의 궁극적 목표는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 회사다. "아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세상의 모든 소리를 전하는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예요. 나아가서 아이들의 생애 주기에 맞는 오디오 콘텐츠를 공급하고 싶어요. 출발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나중에 어른들을 위한 콘텐츠와 기기까지 확장해야죠."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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