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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지하철 장애인 시위, 시장 바뀌고 지속적으로?

이경원 기자 입력 2022. 03. 30. 11:33 수정 2022. 03. 3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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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지난 25일 자신의 SNS에 "문재인 정부 하의 박원순 시정에서 장애인 이동권을 위해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오세훈 시장이 들어선 뒤 지속적으로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장애인 단체의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비판하면서 쓴 글입니다.

약속은 박원순 전 시장이 했는데 정작 시위는 오세훈 시장 때 하고 있다, 즉, 장애인 단체가 '정치적 시위'를 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사실을 확인해 봤습니다.


장애인 단체의 지하철 승·하차 시위 역사부터 살펴봤습니다.

시위의 시작은 2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01년 1월 22일, 장애인 노부부가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에서 수직형 리프트를 탔다가 7미터 아래 1층으로 추락해 사망하는 참사가 있었습니다. 언론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습니다. 장애인들은 분노했고, 이 죽음을 계기로 장애인 이동권 확보를 위한 시위가 시작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2003년 9월, 경찰이 2호선 선로 점거 농성을 벌인 장애인을 끌어내고 있다. SBS 아카이브 자료.

사실은 팀이 최근 10년간 장애인 단체의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직접 정리해 봤습니다. 제대로 정리된 곳이 없어서 과거 언론 보도를 검색해 확인했습니다. 다만, 언론 보도 중심이라 누락된 시위가 있을 수 있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장애인 단체의 지하철 승·하차 시위는, 오세훈 시장이 들어서기 훨씬 전부터 꽤 오랜 기간 지속돼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일지를 보면 최근 들어 횟수가 잦아지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온라인 게시판에서는 장애인 단체가 정치적 의도를 갖고 시위를 하고 있다는 말도 나옵니다.

다만, 최근의 시위는 2017년 10월 신길역 리프트에서 발생한 장애인 추락 사망 사고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2018년 이전에는 주로 버스 이동권 시위가 주를 이뤘습니다.

2018년 8월 14일, 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 승강장에서 승·하차 시위를 위한 그린라이트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에 이 대표 발언의 진위를 물어봤습니다. 국민의힘 측에서는 "지하철 승·하차 시위가 예전부터 계속돼 왔다는 점은 잘 알고 있다. 다만, 이 대표가 정치적 의미를 해석해 발언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 대표가 말한 것처럼 장애인 단체의 시위 자체를 반대한다는 것이 아니라, 출입문을 막아 운행을 지연시키는 방식을 비판하는 취지다. 우리는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렇다면, 장애인 단체에서는 왜 이렇게 오랜 기간 승·하차 시위를 이어가는 걸까요. 장애인 단체들은 '지켜지지 않은 약속'을 말하고 있습니다.

오이도역 참사 1년 뒤인 2002년 6월, 5호선 발산역에서 리프트 추락 사망 사고가 다시 발생했습니다. 장애인들은 서울시의 공개 사과와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선로 점거 투쟁을 벌였습니다.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은 "2004년까지 모든 지하철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저상버스 및 리프트가 장착된 특별교통수단을 도입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불과 3년 뒤, 서울시는 보도 폭 협소나 민원 발생 등을 이유로 46개 역은 설치가 불가능하다고 입장을 바꿨습니다.

2015년 박원순 시장 당시에는 12월 3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2022년까지 모든 역사에 지하철을 설치하겠다고 다시 약속합니다.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한 세부 실천계획'에 이런 내용이 담겼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설치되지 못한 역이 여전히 21곳이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참사는 반복됐습니다.

이명박 당시 시장부터 박원순 전 시장까지 약속은 계속됐지만, 지켜지지 않거나 더뎠습니다.


지하철의 장애인 이동권이 많이 개선됐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이준석 대표는 28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와 29일 한 라디오 방송 출연해 "장애인 단체는 장애인 이동권을 위한 지하철 엘리베이터가 100%가 안 됐다고 주장하지만 94% 정도가 완료됐다"면서 "설치가 안 되는 곳은 70년대 지어져 엘리베이터 넣을 구조가 안 나오거나, 사유지를 뚫지 않고서 설치할 수 없는 곳들"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교통공사에서 정확한 자료를 요구해 확인해 봤습니다. 1~8호선을 기준으로 275개 역 가운데 254개 역이 지상과 지하를 연결하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었습니다. 전체의 92.4%입니다. 실제로 많이 개선됐습니다.

다음은 서울교통공사에서 제공받은, '지상과 지하를 연결'하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은 21개 역 현황입니다. 서울교통공사에서는 이를 '1역 1동선'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이준석 대표의 말대로, 설치가 어려운 곳은 사유지 저촉 문제가 컸습니다. 신설동역·까치산역·대흥역이 대표적입니다. 서울교통공사는 "까치산과 대흥역은 사유지 저촉 문제로 설치가 어려워 엘리베이터 규격 축소나 보도의 경계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에는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장연에 문의했습니다. 수치로 보면 많이 개선되고 있는데, 승·하차 시위를 계속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물었습니다.

"이번 시위는 지하철 엘리베이터 확보뿐만 아니라 장애인 이동권을 위한 행동"이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지하철 문제는 일부일 뿐이고, 장애인 이동권 문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의미입니다. 전장연은 저상버스 문제를 꼽았습니다.

이에 사실은 팀은 저상버스 도입과 관련해 정확한 자료를 찾아봤습니다.

국회는 2004년 제정된 교통약자법(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을 제정했습니다. 교통 약자 이동권 개념이 처음으로 법에 명시됐습니다. 정부는 이 법에 따라 2007년부터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 5개년 계획'을 수립했는데, 저상버스 도입은 바로 이 계획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1차 계획에서 2011년도까지 전국 시내버스의 31.5%를 저상버스로 전환하겠다고 썼습니다.

2007년 당시 건설교통부의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 5개년 계획'. 2011년도까지 전국 시내버스의 31.5%를 저상버스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011년 실제 도입률은 12%에 그쳤습니다. 이런 일은 2차와 3차 계획까지 반복됐습니다.


이마저도 서울은 나은 편입니다. 통계 집계가 가능한 2020년 기준, 서울은 57.8%였지만 충남은 10%, 전남 11.5%, 울산 12.3%, 경기 14.1%, 강원 14.1%, 경북 16.2%로 20%를 넘지 못하는 곳이 수두룩했습니다.

시외, 고속버스는 훨씬 더딘 상황입니다. 2년 전만 해도 휠체어를 실을 수 있는 버스 자체가 없었다고 합니다. 2019년 들어서야 시범 사업이 진행됐습니다. 전장연의 서재현 활동가는 "서울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장애인이 이동할 수 있는 지역은 지금도 4곳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시민의 불편을 기회비용으로 삼는 게 맞느냐는 지적도 많습니다. 전장연 쪽에 다시 물었습니다. 다음과 같은 답변이 왔습니다.
 
전장연 서재현 활동가 : 단체 내부적으로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시민들에게 불편을 드린다는 게 저희 입장에서도 너무 죄송스러운 일입니다. 다만, 20년 동안 똑같은 구호를 반복할 수밖에 없었던 장애인 분들의 절박함도 있습니다. 비장애인 입장에서는 버스를 타고 싶다, 지하철을 타고 싶다는 말을 할 일이 없겠지만, 장애인들은 이런 당연한 말도 안전을 위협받으며 요구할 수밖에 현실에 조금이 나마 공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실제 지하철 엘리베이터는 노인과 임신부 등 교통 약자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교통 약자는 넓게 보면 1,500만 명입니다. 우리의 부모님들 역시 그 혜택을 받고 있는 셈입니다.

즉, 이번 장애인 단체의 시위는 '약속'과 '파기'의 쳇바퀴가 20년 가까이 계속된 현실 속, 그간 누적된 불신과 제도 변화에 대한 절박함이 담겼다는 설명입니다.

전장연은 또 이동권이 보장돼야 교육을 받을 수 있고, 그래야 일을 할 수 있으며, 자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장애인이 손쉽게 자립할 수 있다면, 그만큼 비장애인의 복지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는 뜻일 겁니다.

전장연은 오늘부터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이준석 대표는 자신의 SNS에 시위 중단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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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 이민경 · 정경은)

이경원 기자leekw@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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