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항공우주청' 신설 공약했지만..먼저 따져봐야 할 조건

강민구 입력 2022. 3. 31. 17:18 수정 2022. 3. 31.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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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전·세종 등 후보군..지역 앞서 구성 고민해야
민군 통합 조직 거론되나 지리적·국가 안보상 문제
부처조정·과학 외교 핵심..규모 떠나 독립기구 필요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역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항공우주청이 실제 설립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지난 28일 경남도지사 일행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찾아 항공우주청 유치를 건의했고, 대전시에서는 지역균형발전에 나쁜 영향을 준다며 반발했다. 앞서 경남 소재 기업 73개사가 항공우주청의 경남 설립을 인수위에 전달했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노조는 세종시에 국무총리실 산하 범부처 총괄 민군통합 우주처를 설치해야 한다는 성명서까지 발표했다. 과학기술계 핵심 이슈가 대선 공약, 지역적인 문제와 맞물리며 핵심 이슈로 거론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국내 항공우주 전문가들은 항공우주청 신설을 급하게 추진하지 말고, 신중히 따져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선진국 대비 우주개발이 늦은 우리나라의 특성과 특수한 지정학적 부분을 고려해 실리를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으로 제시한 항공우주청 신설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자료=이미지투데이)
◆복잡해지는 우주시대로 우주청 신설은 필요

항공우주청 신설이 앞서 윤 당선인의 대선 공약으로 제시된 이유는 국내외적으로 우주개발이 복잡해지고 있고, 민간 중심 우주시대가 열리면서 기존 조직에 변화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중동 등에서도 독립기구로 우주청을 내세우며 국가 우주개발을 이끌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국가우주위원회(심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방부(정책)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국방과학연구소, 한국천문연구원(연구개발) 등으로 나눠 국가 우주개발의 주요 기능을 분담하고 있다. 국가 우주정책을 심의하는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서 국무총리로 격상됐지만, 비상설 기구이기 때문에 부처 간 조정에 한계가 있었다. 우주 관련 국제 회의체에서도 역할이나 기능이 모호해 흩어진 우주 정책을 통합한 독립 우주기구가 나와 우리나라가 존재감을 발휘해야 한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지만 항공우주청의 구성이나 형식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따져봐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선진국보다 후발주자인 우리나라의 상황과 민군 특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국제 우주 개발은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전제로 민간 우주와 국방 우주로 구분해 논의한다. 전 세계 100여개국이 참여하는 ‘UN 평화적우주이용위원회(UN COPUOS)’는 민간 우주 분야에 대해 논의하며, UN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국방 측면에서 우주 분야를 다룬다.

문제는 항공우주청 신설 형태에서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를 넣는 안도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다. 군사조직을 통폐합하게 되면 국제무기거래규정(ITAR)에 따라 수출입에 제한받을 가능성이 크다. 해외에서 우주 원천기술을 이전받거나 우주 협력을 하는 데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우주로켓이나 위성에 들어가는 자세제어장치부터 추진 시스템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는데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대외적으로 군사조직이 들어간다는 것을 발표하면 중국이나 미국 등 주변국을 자극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군 조직과 민간 조직을 엄격히 분리해야 우리의 실익을 챙길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우주탐사그룹장은 “앞으로 설립될 우주조직의 목적에는 ‘우주의 평화적 이용’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며, 한국은 과학탐사를 통해 외국과 협력하면서 그 실적과 경험을 기반으로 달궤도 정거장과 화성탐사에 들어가는 문을 열어야 한다”며 “우주조직에 군 R&D 기능을 둔다면 컨소시엄에 들어가지도 실익을 챙기지도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기존 우주조직+@ 등 거론

현재 항공우주청을 경남 사천, 대전, 세종 등에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지리적인 요건이 아니라 독립기구로서 조직을 효율적으로 가져갈지 살펴보는 게 급선무로 보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처럼 당장 큰 조직을 만들지 못하더라도 우리 실정에 맞춰 범부처적이면서 국가 우주개발을 이끌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적인 여건을 감안하면 기존체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별도로 소규모의 독립 우주기구를 구성하는 방안 등 현재 우주조직에서 일부 변화를 주는 방안이 거론된다.

김병진 쎄트렉아이 연구소장은 “항공우주청은 군과 민 사이의 조율 역할을 하는 것이 핵심이 돼야 하며, 부처 간 조율 기능과 과학기술외교 기능을 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며 “20~30명을 두고 시작하는 항공우주청도 많기 때문에 대통령 직속 독립우주기구로서 소규모로도 역할을 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민구 (science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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