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도 이렇지 않았다.. 윤석열 인수위 불통 심각"
[신나리, 권우성 기자]
▲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앞에서 코로나19 사회적거리두기와 영업제한 정책으로 인해 2021년 하반기 부채가 900조원에 육박한 중소상공인들의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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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들은 만나주지도 않다가 의견서 받아 갈 때만 정중한 척 고개 숙이지 마십시오."
"인수위 누가 우리의 요구안을 받아서 가는지라도 알려주십시오."
자영업자들이 외쳤지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아래 인수위) 관계자는 끝내 고개를 들지 않고 아무 말 없이 의견서를 받은 뒤 자리를 떠났다. 중소상인들의 손실보상·금융지원을 촉구하기 위해 모인 자영업자들은 인수위 관계자의 이름도 듣지 못한 채 문서만 전달했다며 허탈해 했다.
▲ 기자회견장에 나온 인수위측 관계자가 고개를 깊이 숙인 자세로 요구서를 받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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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수위 사무실 인근에서 시민사회단체의 기자회견·집회 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인수위가 그동안 윤석열 당선인이 강조한 '국민 소통'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불통 행보를 이어간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민사회단체가 의견·면담 요구를 전달할 때도 담당 인수위 관계자의 부서나 이름도 알 수 없어 경찰을 통해 의견서 전달과정을 논의한다는 것이다. 경찰이 차벽과 펜스·경찰차 등으로 인수위 인근을 둘러싸 인수위 사무실에서 100m여 떨어진 곳에서 기자회견을 해야 한다며 인수위의 철벽 보안이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다.
"윤석열 인수위, 이명박·박근혜 인수위보다 더해"
이날 인수위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만 해도 5~6개에 달했지만, 이들 모두 인수위와 직접 소통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서면 의견서를 전달하는 것이 전부였다고 입을 모았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추가 자료를 보내고 싶어서 현장에 나온 인수위 관계자의 연락처를 물었지만 거절당했다. 우리의 요구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회신을 받거나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사실상 소통할 통로가 없는 셈이다."
전날(30일) 인수위 인근에서 '윤석열 당선인과 새 정부에 대한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 제안 발표 기자회견'을 한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관계자 역시 비슷한 말을 전했다.
▲ 인수위 향하는 길 겹겹이 바리케이드 31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집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 사무실로 향하는 인도에 바리케이드가 겹겹이 설치되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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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수위 향하는 길 겹겹이 바리케이드 31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집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 사무실로 향하는 인도에 바리케이드가 겹겹이 설치되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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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철벽 보안으로 인해 인수위 사무실 접근조차 어렵다며 불만을 드러낸 이들도 상당했다. 자영업자들과 기자회견을 한 김남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은 "당연히 인수위 사무실 바로 앞에서 기자회견을 할 줄 알았는데, 경찰차와 펜스, 차벽으로 막아두어 깜짝 놀랐다"라면서 "순간 이명박 정부의 명박산성이 떠올랐다. 윤석열 정부가 국민과 소통할 생각이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윤 당선인에게 '여성노동자의 목소리를 경청하라'는 기자회견을 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여성위원회 관계자는 "인수위 사무실이 이렇게까지 접근이 어려운 곳인줄 미처 몰랐다. 펜스로 둘러싸인 한정된 장소에서 우리끼리 외치다가 가는 것 같다. 이명박·박근혜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29일 인수위와 30여분 면담한 장애인단체 역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인수위보다 면담하기 어려운 곳이 윤석열 인수위"라고 말했다.
▲ 인수위 향하는 길 겹겹이 바리케이드 31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집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 사무실로 향하는 인도에 바리케이드가 겹겹이 설치되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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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등은 14일 인수위 사무실 앞에서 축하 난과 장애인 권리예산 관련 요구안을 전달하고 기자회견을 진행하려 했지만, 경찰에 제지당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수위실에 요구안을 놓고 간다고 했는데, 인수위에서 안 된다고 했다더라"라면서 "이명박 때도 (인수위에) 찾아가니 받아줬고, 박근혜 전 대통령 때도 마찬가지였다. 인수위는 없었지만 문재인 정부 때는 국정기획자문회와 면담도 했다"라고 말했다. 결국 당시 장애인단체들은 면담 무산에 항의하며 축하 난을 바닥에 던져 깨고 자료를 찢었다.
경찰은 인수위에 대통령 당선인 집무실이 있어 경호 차원에서 차단벽 등을 설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이전 인수위는 집무실이 없으니 지금 수준의 경호는 하지 않았다"라며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인수위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집회가 이어지면 돌발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인 당선인의 집무실 앞 집회는 금지된 것이 아니다. 집회및시위에관한 법률 제11조(옥회집회와 시위의 금지 장소) 역시 집회를 금지하는 곳은 대통령 관저, 국회의장 공관, 대법원장 공관, 헌법재판소장 공관 등으로 명시했다.
대통령 경호 업무를 한 경험이 있는 경찰 관계자는 "법률상으로 취임 전인 당선인은 대통령 경호에 준하는 대우를 받을 뿐"이라며 "집무실이 있다고 인수위 앞의 기자회견을 막거나 제재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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