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초 만에 화르르..'천장 속 시한폭탄' 필로티 열선

정영재 기자 2022. 3. 31. 20:3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청주의 한 산부인과에서 났던 불은 필로티 구조인 병원 1층 천장 열선에서 시작된 걸로 보입니다.

필로티 구조 건물의 1층 천장 열선, 여기에서 왜 자꾸 불이 나는 건지, 되풀이되는 걸 막을 방법이 없을지 저희 정영재 기자가 실험을 통해서 알아봤습니다.

[기자]

29명이 숨진 제천 화재 참사.

산모와 신생아 350명이 대피한 일산 산부인과 화재.

모두 동파를 막으려고 설치한 수도관 열선에서 불이 시작됐습니다.

둘 다 필로티 구조 건물이었습니다.

이번 청주 산부인과 화재도 마찬가지입니다.

필로티 구조 1층 주차장 천장에서 불덩이가 떨어집니다.

1층에 기둥이 있는 필로티 구조 건물은 천장 수도관이 사실상 밖으로 노출되어 있습니다.

겨울에 동파 위험이 있기 때문에 단열재와 보온재로 수도관을 감쌉니다.

그런 뒤 열선을 감고 마감재로 덮습니다.

그런데 이 열선 연결 부위에 이물질이 끼면 쉽게 불이 납니다.

문제는 열선을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설치해야 하는지 안전 규정이 아예 없다는 겁니다.

잘라서 몇 번을 이어 붙이든 모두 작업자 마음대로입니다.

그만큼 화재 위험은 커집니다.

배관과 열선을 덮은 마감재도 문제입니다.

일반적으로 필로티 1층 천장에 많이 쓰는 마감재는 플라스틱입니다.

불에 잘 타는 소재입니다.

강판으로 만든 마감재를 놓고 비교 실험해봤습니다.

플라스틱 마감재는 40초 만에 불길이 천장 전체로 퍼져 벽을 타고 위로 번집니다.

반면 아연 강판은 잘 버텨냅니다.

[황인호/경기 용인소방서 화재조사관 : 화재가 나면 1100도 정도 열을 내는데요. 아연도금 강판의 경우는 철이라고 보면 되는데 용융점이 1250도 되는데 화재 때 불에 타지 않는 재질입니다.]

지난 2020년부터 필로티 건물 천장 마감재는 불에 잘 타지 않는 제품을 쓰도록 규정을 바꿨습니다.

하지만 기존에 지어진 건물은 예외입니다.

법 시행 전 지은 전국 필로티 건물은 23만 채가 넘습니다.

결국 필로티 건물의 특성과 애매한 안전 규정이 뒤섞여 막을 수 있는 화재가 되풀이되는 겁니다.

(화면제공 : 소방청·경기도소방재난본부)
(영상디자인 : 정수임 / 영상그래픽 : 한영주)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