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다 올리는데"..오리온, 9년째 가격 동결 비결은?

김동현 2022. 4. 1.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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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지난해 영업이익률 15.83%…올해로 9년째 가격 인상 없어
주요 경쟁사 대비 가격 '저렴'…'가성비 높다' 반응도
효율적인 원가관리와 해외시장 개척으로 가격 안올려도 고수익 유지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주요 제과업체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제품 가격을 속속 올리고 있다. 그러나 오리온은 9년 째 별다른 가격 인상 없이 이전 가격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특히 별다른 가격 인상을 하지 않고도 영업이익률이 15%를 넘으며 식품 업계 최고 수준을 보여 눈길을 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지난해 매출 2조3555억원, 영업이익 372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5.6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0.85% 소폭 감소했다. 이에 따른 영업이익률은 15.83%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오리온은 지난해 국내 매출 8074억원, 영업이익 130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각각 5%, 14.6% 증가한 것이다. 국내 사업 영업이익율은 16.2%로 더 높다.

오리온의 이 같은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글로벌 원재료비와 물류비가 급등한 상황에서 특별한 제품 가격 인상 없이 달성한 것이다. 특유의 경영 효율화와 수익 중심 생산으로 영업이익을 선방한 것이 이처럼 높은 영업이익률로 이어졌다.

오리온은 올해에도 고객들을 위해 제품 가격 인상을 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는 경쟁사인 롯데제과와 농심이 최근 속속 제품 가격을 올린 것과는 정반대 행보다.

오리온은 특히 과자 주원료인 국제 밀 가격이 급등한 데다 또 다른 주 원료인 대두유 가격까지 오른 상황에서도 가격 인상에 나서지 않아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오리온 관계자는 "그동안 생산과 물류 데이터를 기반으로 재고 관리와 구매 관리, 비효율 제거 등을 시스템으로 만들었다"며 "이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원가 관리가 가능해 가격을 올리지 않아도 높은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 시장에서 파이와 스낵, 비스킷 등 차별화된 신제품을 계속 출시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가는 것도 오리온이 가격 인상 없이 실적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소비자 '건강 트렌드'에 맞춰 마켓오 네이처와 닥터유 같은 제품을 적재적소에 선보이는 것도 강점이다.

일찌감치 해외 시장을 개척해 국내 시장 못지 않게 성장시킨 것도 오리온이 '가격 인상'에 매달리지 않는 이유다.

오리온 중국 법인은 지난해 매출액 1110억원, 영업이익 1678억원을 올리며 영업이익률 15.1%를 보였다. 베트남 법인은 지난해 매출 3416억원(+17%), 영업이익 640억원(0.5%)을 달성했고, 러시아 법인도 매출 1169억원(+31.2%), 영업이익 168억원(-0.6%)을 올렸다. 이들 해외법인 영업이익률도 각각 18.7%, 14.4%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오리온은 이를 바탕으로 9년 째 주요 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하지 않고 있다. 오리온에 따르면 간판 제품인 초코파이는 12개 1상자에 4800원으로 9년 전 가격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 포카칩이나 오징어땅콩 같은 인기 제품도 각각 1500원으로 9년 전 가격을 그대로 받고 있다. 오감자 그라탕(1200원)과 마이구미(1000원) 등도 수년 째 가격 인상 없이 착한 가격이다.

오리온의 이 같은 정책은 경쟁사들의 제품 가격 인상을 막는 역할까지 한다. 실제 오리온 초코파이가 가격을 올리지 않자 경쟁사 A제품도 그대로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포카칩은 아예 경쟁사보다 100원이 저렴하다.

증권가에서는 상장 기업인 오리온이 올해도 실적 상승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 이경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소비 둔화가 아쉽지만 베트남과 러시아의 이익 합계가 중국의 55%까지 확대됐다"며 "중국 실적이 돌아선다면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실적 개선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에선 오리온이 올해에는 더 이상 물가 상승을 감내하기 힘들어 한 차례 가격을 올릴 수 있다고 본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재료 가격 급등과 물류비, 인건비 상승으로 올해 오리온의 부담이 더 가중될 수 있다"며 "한국과 러시아 시장에서 올해 수 년 만에 한 차례 가격 인상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oj100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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