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일본 선언했던 소·부·장, 2년 동안 무슨 일 있었나 [스토리텔링경제]

김지애 2022. 4. 3.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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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무역전쟁 반도체 국산화 그래픽. 국민일보DB

2년이 지났다. 2019년 7월 한국 대법원에서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내자 일본 정부는 사실상의 보복 조치로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규제를 들고 나왔다. 한국의 주력 수출상품에 칼을 들이댄 것이다. 일본의 반격에 한국은 우회 수입로 확보,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에 전력투구했다. 일본산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리고, 정부는 지난해에 대일 수입의존도가 낮아졌다는 자체 평가를 내놓았다. 실제로 한국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계는 ‘탈일본’에 성공했을까.

국산화 성과 잇따르지만…

일본이 수출규제를 하는 품목은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불화폴리이미드다. 3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불화수소의 중량은 2019년 1만9835t에서 2021년 6627t으로, 수입액은 2019년 3633만5000달러에서 2021년 1252만 달러로 감소했다.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소재인 불화수소는 대일 의존도가 높았다. 2018년도만 해도 전체 수입량(8만3327t) 중 46%가 일본산(3만8339t)이었다.

불화폴리이미드의 경우 초박막 유리로 대체해서 일본산 수입이 없다고 산업통상자원부는 밝혔다. 다만 포토레지스트는 다른 상황에 처해 있다. 일본산 포토레지스트 수입량은 2019년 861t에서 2021년 954t로, 수입액은 2019년 2억6842만 달러에서 2021년 3억6723만 달러로 늘었다.

소부장 업계의 ‘탈일본’은 크게 두 축으로 이뤄지고 있다. 첫 번째 축은 국산화다. 정부는 각종 지원을 쏟아 기업들의 연구·개발을 독려했다. 정부는 2019년 8월 ‘소부장 경쟁력 강화대책’을 마련하고 수입처 다변화, 기술 국산화, 재고 확충, 설비 증설 등을 위해 2조1000억원 규모의 ‘소부장 특별회계’를 신설하기도 했다.

이후 삼성전자에서 출자한 솔브레인은 중국에서 원료인 무수불산을 들여와 직접 불화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솔브레인은 원래 일본에서 불화수소를 수입해 정제하는 업체였다. SK머티리얼즈는 기체형 불화수소(에칭가스) 제조에 뛰어들었고, 1년이 되지 않아 초고순도 에칭가스 양산을 시작했다. 이엔에프테크놀로지도 고순도 불화수소를 자체 생산하고 있다. 램테크놀로지도 불화수소 국산화에 성공했다.

‘3대 품목’ 외에도 다양한 소부장 분야에서 국산화를 진전을 보고 있다. 반도체 웨이퍼 세정, 식각 공정에 사용하는 고순도 염화수소(HCI)는 백광산업에서 삼성전자와 국산화 작업을 한다. 동진쎄미켐은 반도체 생산라인에 범용하는 불화아르곤(ArF) 포토레지스트를 국산화해 2020년 말부터 삼성전자 D램 생산라인에 공급하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100대 핵심품목의 대일의존도는 2019년 30.9%에서 지난해 24.9%로 낮아졌다. 소부장 산업의 대일의존도 또한 2019년 17.1%에서 지난해 역대 최저 수준인 15.9%로 축소됐다. 국내 소부장 상장기업의 지난해 1~9월 매출은 2019년 동기 대비 20.8% 늘었다. 지난해 소부장 산업의 무역흑자 규모는 다른 산업의 3.9배에 달했다.

다른 한 축은 지역·국가별 공급망의 다변화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을 타고 국내 소부장 산업의 경쟁력 강화, 수입선 다변화는 함께 속도를 내는 중이다.

포토레지스트의 경우 벨기에 등으로 수입선을 돌려 대일 의존도를 50% 이하로 낮췄다. 해외 기업의 한국 내 생산·투자를 적극 유도하기도 했다. 미국 화학소재기업 듀폰은 2020년 1월 충남 천안에 극자외선 포토레지스트 개발 및 생산공장을 짓기 위해 2800만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아직은 절반의 ‘독립’

소부장 분야에서 어느 정도 ‘독립’을 일궈냈지만, 한계가 여전하다는 지적도 공존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해 8월 2일자 보도에서 한국 정부가 주장한 ‘탈일본’은 부분적으로 진행됐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포토레지스트의 경우 벨기에산 수입이 늘었다는데, 일본 JSR의 벨기에 자회사로부터 포토레지스트를 구매하기 때문에 사실상 일본산 제품을 쓰는 것에 변함 없다고 주장했다.

불화폴리이미드도 한국 정부는 대체 소재(초박막 유리)를 채택해 일본산 수입이 없다고 하지만, 니혼게이자이에선 초박막 유리를 채택한 건 삼성전자의 일부 스마트폰에 불과하며 대일 수입액도 되레 증가세에 있다고 보도했다.

더 큰 문제는 정밀 공정·기술에서 일본 의존도가 아직도 높다는 것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반도체용 레이저 절단기는 최근 2년 연속 일본에서 100% 수입했다. 포토레지스트 도포·현상기, 반도체 웨이퍼 식각 등을 위한 분사기, 웨이퍼를 개별 칩으로 절단하는 기기도 모두 일본산 수입 비중이 90%를 넘는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소부장 지원 정책으로 공급망 안정에 1차적으로 성공했으나, 미국 등에 비하면 국내 소부장 업체들의 초기 생산 육성을 위한 투자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공급망 안정을 위해 해외 기업들의 국내 생산을 유도한 지원책이 국내 소부장 업체들에는 오히려 역차별이 된 측면도 있다”면서 “보다 중장기적으로 정책을 짜야 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한·일 양국이 무역전쟁, 수출규제의 대립을 끝내고 소부장 분야에서 협력해 공동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김양희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경제통상연구부장은 “전 세계가 반도체 산업 육성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한·일 양국은 수출규제 현안에 갇히지 말고 다층적으로 미래지향적인 반도체 협력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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