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제조에 폐기물 재활용 괜찮을까

주영재 기자 입력 2022. 4. 3.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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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폐타이어·폐플라스틱, 시멘트 제조 원료와 연료로 사용

3월 28일 오후 서울 성동구 삼표레미콘 성수공장 해체공사 착공식이 열렸다. 공장은 공장 가동 44년 만에 6월 말까지 완전히 철거된다. / 연합뉴스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 로마의 판테온은 모두 콘크리트의 힘으로 탄생한 건축물이다. 물에 이어 인간의 소비량이 가장 많은 자원이자 건축의 필수 자재로 전 세계에서 매년 300억t의 콘크리트가 사용된다. 모래와 자갈, 물과 결합해 콘크리트를 만드는 핵심 재료는 시멘트다. 영국의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에 따르면 인구증가와 도시화로 세계 건물의 바닥 면적은 향후 40년 동안 2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멘트 생산량은 2030년까지 현재보다 25% 증가할 것으로 본다.

문제는 시멘트를 만들 때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나온다는 점이다. 시멘트 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8%를 배출한다. 농업 다음이고, 철강 산업이 그 뒤에 바짝 붙어 있다. 국내의 경우 시멘트 산업은 철강(1억500만t), 석유화학(5800만t) 다음으로 많은 이산화탄소(연간 3600만t)를 배출한다.

■폐기물 사용으로 온실가스 줄인다

시멘트 1t을 만들려면 1t 가까운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어쩔 수 없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시멘트 제조 공정을 보면, 석회석(CaCO₃)을 1400도 이상으로 가열된 소성로에서 구우면 산화칼슘(CaO) 덩어리가 된다. 화학식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산화칼슘에 점토와 규산(알루미늄), 철 등과 혼합해 중간재인 클링커를 만든다. 클링커가 식으면 이를 분쇄해 약 5% 정도의 석고와 섞어 만든 게 시멘트다. 시멘트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발생 과정을 좀더 세분화해서 보면 절반 이상은 산화칼슘으로 변하는 화학반응에서, 약 40%는 시멘트 소성로에서 화석연료(유연탄) 연소로 발생한다. 채석, 운송, 분쇄, 냉각, 혼합 등 기타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비율은 10% 이하다.

시멘트 산업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굴뚝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하는 기술(CCS)을 확보하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콘크리트 안에 집어넣어 콘크리트 품질을 높이고 온실가스도 잡는 방안이 제안되기도 했다. 당장 활용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폐기물 재활용이 꼽힌다. 폐타이어나 폐플라스틱 등 폐기물을 시멘트 산업의 연료와 원료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폐기물을 연료나 원료로 쓸 경우 유연탄, 점토, 규소, 철 등을 채굴할 때의 자연훼손이나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폐기물 처리시설의 신설·증설을 최소화해 사회 갈등을 줄이는 장점이 있다.

시멘트 생산원가의 30%는 연료비다. 주요 연료는 유연탄인데 전량 수입한다. 러시아산이 70% 정도를 차지하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연탄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최근 유연탄 가격은 가파른 상승세다. 국제 유연탄 가격은 호주 뉴캐슬탄 6000㎉ 기준 지난해 1월 t당 평균 103달러에서 지난 3월 29일 272.3달러로 급등했다. 지난 3월 초 한때 t당 400달러를 넘기도 했다.

폐플라스틱과 폐타이어 등을 유연탄 대신 소성로의 연료로 사용하면 유연탄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을 줄이고, 폐기물 처리에도 숨통을 틔울 수 있다. 폐타이어의 경우 유연탄 대신 연료로 쓸 수 있는데 타고 남은 재는 클링커의 재료로 쓸 수도 있다. 타이어 안의 철심은 원래 시멘트를 만들 때 들어가는 철을 대신할 수 있어 유용하다. 넥센타이어의 ‘2021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2019년 기준 폐타이어의 78%를 재활용했는데 그중 30%는 고무분말 형태로 물질 재활용했고, 나머지는 거의 시멘트 소성 연료로 재활용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정에서 발생하는 화학물질 찌꺼기도 점토 등을 대신해 시멘트 원료로 재활용한다.

그럼에도 시멘트의 주요 원료인 석회석을 대체하지 않는 한 시멘트 생산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크게 줄이기는 어렵다. 결국 시멘트업계는 탄소중립의 핵심 방안으로 유연탄 등 화석연료를 가연성 폐기물로 대체하는 방식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폐타이어는 석유류에서 나온 제품이라 열원으로 사용하고, 타이어의 철심은 시멘트 제조에서 쓰는 철광석을 대신할 수 있다”면서 “하수 침전물은 점토 대용으로 재활용하는데 반도체 공정 폐수 침전물의 경우 국립환경과학원 재활용 평가제도의 모범사례로 선정될 정도로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질소산화물 등 낮은 배출기준 논란

시멘트업계가 생활폐기물과 산업폐기물을 연료나 원료로 활용하는 비율을 크게 늘리다 보니 폐기물 사용량은 2015년 614만t에서 2020년 807만t으로 증가했다. 정부도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시멘트 업체의 연료를 유연탄에서 폐플라스틱 혹은 폐합성수지로 전환하는 목표를 제시하면서 시멘트업계를 지원하고 있다.

폐기물을 시멘트의 연료와 원료로 활용하는 건 우리만이 아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도 이런 재활용에 적극적이다. 국내에서 시멘트 1t당 사용한 부산물이나 폐기물의 양(329㎏)은 일본(473㎏)이나 독일(350㎏)보다 작고, 화석연료를 대체한 비율은 독일(68.9%)보다 낮은 24.0%이다. 배재근 서울과학기술대 환경공학과 교수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용역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렇게 폐기물을 시멘트 원료와 연료로 대체 사용하면서 줄인 온실가스는 연간 268만t 정도다. 시멘트 산업의 재활용으로 민간 매립지의 수명은 7.2년 연장되는 것으로 나왔다. 소각시설, 매립시설 등 폐기물 처리시설의 설치비·운영비도 연간 591억원이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배재근 교수는 “폐타이어는 1990년대까지 진지 구축용으로 사용하다 사용을 못 하게 하면서 가루를 내 도로에 탄성재로 썼는데 이런 물질 재활용도 한계가 있어 대량 소모의 방안으로 시멘트업계가 꼽혔다”면서 “사실 시멘트업계는 폐타이어보다는 폐플라스틱 활용을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시멘트업계의 폐기물 재활용이 찬사만 받는 건 아니다. 미세먼지의 주된 원인 물질인 질소산화물이나 독성 화학물질인 염소의 배출을 우려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국내에서 질소산화물 배출이 가장 많은 곳은 시멘트업계로 석탄화력발전소보다 배출량이 많다. 환경부가 굴뚝에 자동측정기기를 부착한 사업장의 연간 배출량을 분석한 결과 2020년 석탄화력발전소는 4만7512t의 질소산화물을 배출했고, 시멘트업계는 4만9442t의 질소산화물을 배출했다. 이는 부분적으로 시멘트업계에 적용되는 배출기준이 낮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르면 소각업계의 질소산화물 배출 허용기준이 50ppm 이하인데 비해 시멘트업계는 270ppm 이하다. 선민우 기후변화센터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시멘트업계를 통한 재활용이 필요한 건 분명하지만 석회석을 구워 시멘트를 만드는 과정(소성)에서 질소산화물을 다량 배출하는 상황에서 법령 자체의 느슨한 부분까지 더해지면서 기업이 탈탄소의 간편한 방식으로 (시멘트업계를 통한) 재활용을 선택하는 건 개인적으로 다소 우려된다”고 말했다.

■재활용 바람직하나 환경기준 강화해야

폐타이어나 폐플라스틱 같은 가연성 폐기물을 자원화하면서 소각업계와 시멘트업계는 물량 확보에서 경쟁관계에 있다. 소각업계는 폐기물 t당 20만~30만원의 처리비용을 받는다. 소각 과정에서 나온 열을 인근 발전업체에 공급해 수익도 창출한다. 소각업체도 열로 자원을 회수한다고 할 수 있다. 시멘트업계는 과거엔 돈을 주고 샀던 폐기물을 요즘엔 t당 4만~8만원의 처리비용을 받는다. 시멘트회사로서는 연료·원료 대체 효과에 더해 부가 수익을 얻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오염물질 배출과 관련해 소각업계에 비해 완화된 규정을 적용받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멘트협회 측은 “기준은 270ppm지만 실제론 150ppm 이내로 줄여 배출하고 있다”면서 “질소산화물 등 5개 항목에 대한 배출허용기준은 차이가 있지만, 중금속 등 나머지 항목은 모두 소각업계와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성현 환경부 대기관리과장은 “배출기준을 정할 때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는데 소각시설은 여러 지정폐기물을 같이 태우는 게 주 업종이라 좀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폐기물을 연료나 원료로 활용하는 과정에서 불완전연소가 이뤄질 경우 소성로에 유해물질이 남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현서 전주대 연구교수는 지난해 11월 3일 열린 토론회에서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하며 “소성로의 온도가 높고 체류 시간이 길어 폐기물의 완전연소가 이뤄질 것이라 하는데 공기량이 부족해 불완전연소가 유도될 수 있는 특성도 있어 소성로에서 지금처럼 폐기물을 마냥 쓸 수 있도록 하는 건 고려해볼 대목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연소 온도가 높을수록 불완전연소가 되면 일산화탄소나 탄화수소 같은 미연소 유기화합물이 많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2~3월 사이의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때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정지나 출력제한, 대기오염물질 다량배출 차량 단속 강화 등을 시행한다. 시멘트업계는 이런 계절관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고 자발적 협약으로 줄이고 있다. 장성현 과장은 “의무화는 아니지만 자발적 협약을 통해 대형업체들은 계절관리제 기간 동안 공장가동률을 80%까지 줄이고 있다”면서 “질소산화물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선택적 촉매 환원시설(SCR)을 한곳에 설치해 실증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유연탄 대신 폐기물을 연료로 사용할 때 질소산화물을 비롯한 대기오염물질의 배출량이 어느 정도 변화하는지, 시멘트에 들어간 폐기물에서 중금속이 나올 우려는 없는지에 관한 연구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명원 서울시립대학교 환경공학부 교수는 “시멘트업계처럼 폐기물을 대량으로 처리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점에서 소성로 처리가 대안이지만 오염물질을 최소화하는 후처리 공정 고도화가 필요하다”면서 “폐플라스틱에 염소 성분이 많은데 이는 공정 배관을 침식시키기도 하지만 여러 환경오염물질을 만든다는 점에서 의무적으로 배출 저감장치를 달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멘트 원료로 사용되는 폐기물의 구성성분도 업계에서 선제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 배재근 교수는 “그간 불법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시멘트업계가 기여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면서도 “주변 지역에 피해가 없을 정도로 방진시설을 하고 폐기물을 선별해 쓰되 유해물질이 없다는 걸 먼저 공개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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