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니] 전경련 "집무실 경제효과 12조 원", 어떻게 나왔나

전준홍 2022. 4. 3.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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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집무실 이전의 경제 효과에 대한 보고서들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것은 전국경제인연합 산하의 한국경제연구원에서 지난 3월 30일 발표한 보고서입니다. 집무실 이전으로 인한 경제 효과가 '수조 원'에 이를 수 있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앞서 경제 효과가 ‘수천억 원’이라고 추산한, 문체부 산하 한국관광연구원 보고서보다 훨씬 큰 숫자입니다.

"청와대 관광 수입 늘고, GDP도 상승"

전경련은 무엇을 근거로 경제효과가 이렇게 크다고 봤을까. <알고보니>는 발표 당일 보고서 원문을 입수해 분석했습니다. 보고서가 강조하는 경제적 효과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관광증대’효과와 ‘GDP 상승’ 효과입니다. 보고서는 청와대 개방으로 우리나라의 관광수입이 1.8조 원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또 새로운 대통령 집무실에서 정부와 국민과의 소통이 증가했을 때, '제도적 신뢰도'가 증가해 GDP가 최대 12조 원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청와대 관광객 유치효과 산출 근거,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

"청계천 방문객만큼 청와대 여행 올 것"

그렇다면 늘어나는 관광 수입 1조 8천억 원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보고서는 청와대 관광객이 연간 1,67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청계천 방문 인원 1,740만 명에서 기존에 청와대 방문 인원 약 70만 명을 뺀 수치입니다. 즉 청계천을 방문한 사람만큼이 청와대를 찾을 것이란 예측입니다. 보고서는 한국인 관광객의 경우 1인당 평균 5만 2천 원을, 외국인 관광객의 경우 약 150만 원 가량을 쓰고 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 관광객(여행객) 1인당 지출액은 문체부가 발표한 ‘2019 국민여행조사’ 설문자료 결과등을 활용했습니다.

그렇다면 청계천 연간 방문객 숫자는 어디서 왔을까요. 서울시설공단 청계천관리처의 종합현황 보고서에 나와 있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청계천 방문객은 CCTV나 육안을 통해 단위 면적 안에 있는 인원을 센 뒤에, 청계천 전체 면적만큼을 곱해 구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저 지나가거나, 서울 시민이든 서울 밖에서 온 사람이든 가리지 않고 집계되는 겁니다.

'청계천관리처 종합현황', 서울시설공단 청계천관리처

'방문객'과 '여행객'은 다른 개념

하지만 관광객(여행객) 집계는 이와 다릅니다. 전경련 보고서가 인용한 ‘2019 국민여행조사’에 따르면 특정 지역의 여행객은 ‘거주지’가 해당 지역 밖이어야 합니다. 이에 따라 1인당 5만 2천 원씩 쓴다는 청와대 관광객은 ‘서울 외부 지역’에서 여행목적으로 온 사람들이어야 합니다. 서울 시민은 5만 2천 원씩 쓰는 서울 관광객이 될 수 없는 겁니다. 물론 서울 시민이 청와대 인근에서 돈을 쓰고 갈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얼마나 쓰고 갈지는 불분명하므로, 적어도 보고서처럼 청계천 방문객 수에 5만 2천 원을 곱하는 식으로 관광 수입을 산출할 수는 없습니다.

'2019 국민여행조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청와대 관광객은 불특정 다수가 지나다니는 청계천 방문객과 표본 자체가 다른 겁니다. ‘방문객’이 될 수 있는 요건은 ‘관광객’보다 단순하기 때문에 청계천 방문객이 청와대 관광객(여행객)보다 더 많을 가능성이 큽니다. 더군다나 광화문 일대에 있는 청계천은 청와대보다 접근성이 좋습니다. 보고서를 발간한 한국경제연구원의 이상호 팀장은 “청와대가 위치한 곳은 지리적 접근성이 청계천보다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청와대 개방 이후에 지리적 접근성을 개선할 수 있다면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도 상당히 큰 방문 요인이 생길 것으로 예상한다”고 부연했습니다.

"집무실 이전하면 GDP 최대 12조원 증가"

대통령 집무실 이전으로 인한 예상 GDP(국내총생산) 증가폭도 조 단위입니다. 최소 1.2조원에서 최대 12.1조 원까지 내다보고 있습니다. 생소한 개념인 ‘제도적 신뢰’ 지수가 올라가면 GDP도 비례해 올라 갈 거라는 설명입니다. 전경련 보고서는 집무실 이전으로 정부와 국민 간 소통이 활성화되면, 제도적 신뢰가 올라갈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제도적 신뢰 지수는 영국의 싱크탱크 연구소인 레가툼 연구소에서 매년 발간하는 ‘레가튬 번영지수’ 중에서 ‘사회 자본 지수’의 5가지 구성요소 가운데 하나입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사회 자본 지수에서 전 세계 167개국 중 142위를 차지했습니다.

사회적 자본의 5가지 항목, 레가튬 번영지수 보고서

보고서는 사회적 자본지수가 오르면(제도적 신뢰 지수가 오르면) GDP가 상승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전경련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경우 제도적 신뢰 지수가 1단위가 오를 때마다 1인당 국내총생산, GDP가 0.024%p 오를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그동안의 제도적 신뢰지수와 GDP와의 상관관계의 경험칙에 따른 예측입니다. 따라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으로 우리나라의 제도적 신뢰 수준이 우리보다 한 단계 위인 슬로바키아(+2.8단위)만큼 오르게 되면, GDP가 약 1.2조 원이 상승한다고 밝혔습니다. OECD 10위라는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 수준만큼 제도적 신뢰를 올리면 GDP 증가액은 12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제도적 신뢰 증가에 따른 GDP상승 효과,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

우루과이 사례 한국에 적용시킬만 한가

전경련 보고서가 강조하는 GDP 3.3조원 증대 효과는 우루과이의 사례를 염두한 것입니다. 우루과이에서 ‘대통령 관저’를 개방한 선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보고서는 특히 그중에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집권한 호세 무히카 대통령 시기를 비교했습니다. 해당 시기에 제도적 신뢰도 지수가 45.7점에서 53.2점까지 증가했는데 이 시기 경제성장률이 3.2%~7.8%에 달했기 때문입니다. 우루과이만큼 신뢰도가 상승하면,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GDP가 3.3조 원이 오른다는 것이 보고서의 분석입니다.

하지만 우루과이 대통령 관저를 맨 처음 개방한 시기는 무히카 대통령의 전임자인 타바레 바스케스 임기 시절부터였습니다. 무히카 대통령이 5년의 임기를 마치고 난 뒤 다시 바스케스 대통령이 다시 집권했고 이때도 관저가 개방됐습니다. 관저 개방 시기는 총 15년에 달합니다. 바스케스 대통령 집권 2기 때에 관저가 계속 개방되어 있었음에도 경제성장률은 0.9%~1.5% 정도로 크게 둔화했습니다. 즉 관저를 개방한 15년 전체가 아니라, 그중에 경제성장률이 높았던 무히카 대통령 집권 시기 5년을 뽑아내 분석에 활용한 겁니다.

우루과이 대통령 관저, 15년 간 개방 뒤 다시 관저로 쓰여

월급 90% 기부, 관저는 노숙자에 개방

한국경제연구원 이상호 팀장은 “바스케스 대통령도 관저를 개방했지만 관련 자료가 워낙 없어서 무히카 대통령을 중심으로 비교를 했다”며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상당히 노력한 분이라는 평가가 국내외적으로 상당히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무히카 대통령은 어떤 사람일까.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청빈한 삶으로 국민적 지지가 높았습니다. 재임 기간의 받은 월급 90%를 기부하고, 관저는 노숙자에게, 별장은 시리아 난민에 개방했습니다. 본인의 낡은 농가에서 집무실로 손수 소형차를 몰고 출퇴근을 하는 소탈한 모습으로 가난한 사람들과 격의없이 소통을 했습니다. 또 관저만 비웠을 뿐, 집무실은 이전하지도 않았습니다. 무히카 대통령의 이러한 파격적이고 차별화된 행보를 고려하면 우루과이 사례를 우리나라에 단순 접목시키기 어려워 보입니다. 나아가 우루과이의 제도적 신뢰가 ‘관저 개방’ 만으로 쌓인 것이 아니라는 걸 짐작케 합니다.

집무실 이전하면 제도적 신뢰 상승하나

집무실 이전이 제도적인 신뢰를 높인다는 근거도 부족합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제도적 신뢰의 구성 지표에는 ▶중앙정부에 대한 신뢰 ▶정치인에 대한 신뢰 ▶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경찰력에 대한 신뢰 ▶국회에 대한 신뢰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 등이 있습니다. 집무실 이전은 이 중에서 ‘중앙정부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요소라고 전경련 보고서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앙정부에 대한 신뢰는 제도적 신뢰 구성 지표 6개 가운데 하나에 불과합니다. 즉 집무실 이전으로 중앙정부에 대한 신뢰가 올라가는 것만으로, 한 국가의 제도적 신뢰가 크게 오른다고 볼 근거가 부족합니다.

전경련 측도 이같은 지적을 인정했습니다. 한국경제연구원 이상호 팀장은 “집무실 이전을 계기로 제도적 신뢰가 바로 쌓일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라면서 “집무실을 이전해서 새 정부가 목표한 대로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많은 수단을 가져와서 정책들을 펼쳐야 될 것이고 그것을 전제로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경련이 말하는 소통을 위한 정책이란 인수위의 밝혀온 ‘프레스센터를 집무실 1층에 설치하고’, ‘대통령 집무공간의 접근성을 높여 국민과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등입니다.

결과보다 '의도'에 주목하는 언론들

이처럼 청와대 관광객이 청계천 방문객수 수준이 되고,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GDP를 유의미하게 증가키려면 많은 '조건'이 갖춰지고 ‘가정’과 ‘전제'들이 첨부되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언론들이 유수의 경제단체인 전경련의 연구치고는 내용이 엄정치 못하다는 취지로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자연스레 ‘왜’ 이런 보고서를 냈느냐는 의문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알고보니>는 ‘왜’를 확인하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보고서의 의도는 어떻든, 한 가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전경련이 제시한 수조 원대의 경제 효과를 내려면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다가 아니라, 본보기로 제시한 우루과이 무히카 전 대통령처럼 소통을 위해 대단한 노력을 해 나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자료조사: 권혜인, 박호수

※ [알고보니]는 MBC 뉴스의 팩트체크 코너입니다.

(전준홍jjhong@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6355743_291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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