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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정은,  자신과 트럼프 사이 끼어들려는 문 대통령 성가시게 생각

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입력 2022. 04. 04.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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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트럼프 오간 친서 27통 단독입수, 정밀분석
평양 남북정상회담 사흘 뒤 트럼프에 '문 대통령 빼고 둘이 직접 논의' 제안 편지 보내

(시사저널=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차례 북·미 정상회담을 하는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지속적으로 제기했으며, 성가시게 생각하기까지 하며 줄곧 배제를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북·미 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졌지만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인연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 정성을 기울였고,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의 이런 입장을 노련하게 활용해 북한을 관리하고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려 한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노딜 사태 직후부터 문 대통령에게 "삶은 소대가리" 등 막말 비난을 퍼붓는 와중에도 정작 회담 상대였던 트럼프에게는 깍듯한 존경과 개인적인 친분관계를 과시하는 서한을 보낸 점도 확인됐다.

이는 김정은-트럼프 사이에 오간 친서 27통의 전문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첫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직전인 2018년 4월1일부터 2019년 8월5일 사이에 오간 친서에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과 하노이 2차 회담을 전후한 김정은과 트럼프의 생각과 속내는 물론, 두 사람 사이의 개인적 친분관계를 엿볼 수 있는 내용들이 담겼다. A4용지 35쪽 분량의 친서에는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 개최와 비핵화 논의 등 민감한 이슈를 다뤄나가는 과정에서 김정은과 트럼프가 어떻게 밀고 당기기를 했고, 핵심 이슈가 무엇이고 서로의 입장이 어떠했는지를 알 수 있는 결정적 대목이 고스란히 담겼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21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서신 내용. 여기서 김 위원장은 "조선반도 비핵화 문제를 문 대통령이 함께하는 게 아닌, 각하와 제가 직접 논의하기를 희망한다"고 썼다.ⓒ연합뉴스

"우리 문제에 보이는 文의 과도한 관심 불필요"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건 2018년 9월21일자로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 내용이다. 김정은은 편지에서 "가까운 시일 열릴 우리의 만남(북·미 정상회담)은 두 나라 사이의 불신을 해소하고 신뢰를 구축하는 데 매우 유용한 것"이라며 "조선반도 비핵화 문제에서도 큰 진전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합의 도달 가능' '결실' '아주 좋은 결과물' 등의 표현을 동원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2018년 6월12일)에 이은 2차 회담에 대한 기대를 보였다.

김 위원장은 이어 "앞으로 조선반도 비핵화 문제는 남조선 문재인 대통령이 함께하는 게 아닌, 각하와 제가 직접 논의하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의 문제들에 문 대통령이 보이는 과도한 관심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I hope to discuss the issue of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directly with Your Excellency, not with President Moon Jae-in of South Korea, in future and I think the excessive interest President Moon is showing as now in our matter is unnecessary)며 문 대통령을 배제할 것을 주장했다. 이어 "만일 각하께서 제 의견에 동의한다면 폼페이오(미 국무장관)를 조속한 시일 내에 다시 평양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비록 많은 사람이 현재의 상황과 두 나라 사이의 비핵화 논의 등에 회의적이지만 각하에 대한 나의 확신과 존경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트럼프를 치켜세웠다.

주목해야 할 점은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편지를 보낸 시점이다. 김 위원장은 친서 발송 불과 사흘 전에 문 대통령과 평양에서 3차 남북정상회담을 가졌다. 백화원 영빈관에서 회담을 하고 '전쟁 없는 한반도'와 '한반도 비핵화'를 골자로 한 합의문을 발표했다. 조속한 시일 내에 서울을 답방한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두 정상이 평양 시내를 카퍼레이드하면서 환호에 답했고, 문 대통령은 15만 명의 평양 주민 앞에서 연설했다. 또 백두산으로 가 두 정상 부부와 수행원이 남북관계에 대한 희망을 노래했다.

그런데 합의문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트럼프에게 친서를 보내 문 대통령을 불필요한 간섭꾼 정도로 폄훼하고 문 대통령을 뺀 북·미 양자 간 논의를 요구한 것이다. 김 위원장의 이런 입장은 이 서한을 보낸 지 5개월 만에 성사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파국을 맞은 뒤 그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2019년 4월12일)에서 문 대통령에게 "분주다사한 행각을 재촉하며 오지랖 넓은 중재자·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맹비난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북한의 관영 선전매체들은 문 대통령을 '삶은 소대가리' '겁먹은 개' 운운하는 거친 표현을 동원해 비방하고 불만을 표출했다. 여기에는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이 문 대통령과 한국 정부의 잘못된 조언과 불필요한 개입 때문이란 인식이 깔려있다는 관측이 서울의 대북관측통 사이에서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19일 평양 5·1경기장에서 열린 남북정 상회담 경축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빛나는 조국'에서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평양사진공동취재단

볼턴 회고록에도 서신 내용 뒷받침하는 정황 나와

김정은이 직접 공개연설을 통해 문 대통령에게 "오지랖 넓은 중재자 행세 말라"는 취지의 비난을 퍼붓던 시점에도 문 대통령의 북·미 관계에 개입하려는 시도는 이어졌다. 김정은-트럼프 간 '문재인 왕따' 의기투합 기류를 문 대통령과 참모들이 간파하지 못했을 공산이 크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 박사가 펴낸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The Room Where It Happened)》에 자세히 서술돼 있다.

볼턴은 2019년 4월11일 워싱턴을 방문한 문 대통령이 트럼프와의 회담에서 "시간과 장소, 형식 면에서 극적인 방법을 써야 극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판문점이나 미 해군 함정에서 (3차 북·미 정상) 회담을 열자는 제안을 내놓았다"고 전했다. 볼턴은 "트럼프가 문재인의 장광설에 졸음이 쏟아지는지 그의 말을 중간에서 잘랐다"며 "그런데도 문재인은 여전히 실질적인 내용보다는 형식에 매달렸다"고 지적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그러면서 "그에게 무엇보다 중요했던 것은 김정은과 트럼프가 만나는 자리에 자신도 동참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었다"면서 "하지만 트럼프는 그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 이 펴낸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The Room Where It Happened)》

문 대통령의 이런 입장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이 매우 곤혹스러워했음을 보여주는 정황도 볼턴 회고록에서 드러난다. 김정은과 트럼프의 정상회담에 관여하려 한 문 대통령은 당시 한·미 정상회담 마무리 발언을 통해 "서울에 돌아가면 북한 측을 상대로 6월12일에서 7월27일 사이에 3차 북·미 회담을 제안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말했다. 하노이 결렬 사태를 풀고 북·미 관계를 복원시키는 메신저 혹은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발언 취지였다.

싱가포르 첫 북·미 정상회담 개최일과 6·25 전쟁 휴전협정 체결일 사이를 택한 것도 상징성을 고려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트럼프는 북·미 간 사전협의가 이뤄져야 회담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를 문 대통령은 끈질기게 설득하려 했다고 한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문제라면 폼페이오와 내가 잘 알아서 할 것"이라고 잘라버렸다는 게 볼턴의 전언이다.

북·미 정상 간 주고받은 27통의 친서는 초청장을 먼저 보낸 김정은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트럼프의 2018년 4월1일자 서한으로 시작된다. 김정은도 같은 날 친서에서 트럼프가 폼페이오 당시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특사로 평양에 파견해준 데 대해 감사를 표하면서 첫 만남(정상회담)에 대한 큰 기대를 나타내며 트럼프의 '중대한 결단'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두 정상은 편지에 담는 내용을 늘려가며 북·미 간 현안뿐 아니라 개인적인 친분을 다지는 데도 주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팽팽한 신경전과 줄다리기도 나타난다. 트럼프는 2018년 5월24일 편지에서, 6월12일 싱가포르에서의 첫 만남이 예정돼 있는 점을 강조하면서 북한의 대미(對美) 비난 등 부적절한 처사에 대해 경고성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당신이 북한의 핵 능력에 대해 말했는데, 우리의 것은 매우 크고 파워풀해서 나는 하느님께 제발 그것들이 쓰여지지 않도록 해달라고 기도한다"고 했다. 마치 북·미 간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2018년 1월 초 김정은이 핵단추를 언급하자 트럼프가 트위터에 "북한 김정은이 방금 '핵단추가 늘 책상 위에 있다'고 했다. 나는 그가 가진 것보다 더 크고, 강력한 핵단추가 있다"고 쓴 뒤 "내 버튼은 작동한다"고 엄포를 놓았던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싱가포르 첫 정상회담 직후인 2018년 7월3일 김정은에게 보낸 편지에서 트럼프는 폼페이오 특사를 북한에 보낸 사실을 상기시키며 북한 지역에 있는 6·25 전쟁 미군 포로와 실종자의 유해를 조속한 시일 내에 송환해줄 것을 요구했다. 또 싱가포르에서 김정은이 셧다운하기로 약속한 미사일 엔진시험장을 기술 전문가들이 방문하는 문제를 폼페이오 특사와 협의해 달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세 번째 의제로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하며 '최종적이고 완전하며 검증 가능한 비핵화'(FFVD)를 향한 중대한 첫 스텝을 강조했다. 트럼프는 비핵화 문제를 셋째로 꼽으면서도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사흘 뒤 친서에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은 하지 않은 채 자신과 트럼프가 정상회담에서 보여준 강력한 의지와 진지한 노력, 독창적인 접근법이 북·미 간 새로운 미래를 지향하고 있다는 등의 수사로 일관하며 차기 회담에 대한 기대를 표출하는 데만 집중했다. 김정은의 이런 모습은 친서 곳곳에서 드러난다. 비핵화나 북한이 취해야 할 조치들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적에는 엉뚱한 찬사를 늘어놓거나 회피하는 방식을 취하고, 추가 만남에 대한 강한 기대를 적는 패턴을 보인다. 하노이 북·미 회담이 파국에 이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김정은의 이런 태도에서 엿볼 수 있다.

이번 서한에는 남북한과 미국 정상이 한자리에서 만난 2019년 6월30일 판문점 회동의 성사 과정도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29일 김정은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는 지금 일본 오사카에서 한국으로 가고 있는데 내일 오후 판문점에서 만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오후 3시30분, 남측 지역 평화의 집'으로 시간과 장소를 못 박았다. 실제로 김정은과 트럼프는 이튿날 오후 3시46분 군사분계선 지역에서 만났다. 당시 한국 정부 당국자들은 트럼프가 트위터에 남긴 글을 보고 북한이 접촉을 제안해 만남이 성사됐다는 식의 연막을 피웠지만 실제로는 북·미 정상 간에 매우 구체적인 소통이 있었다는 게 서한을 통해 확인된다.

판문점 북·미 회동에 문 대통령이 가세한 데 대해 트럼프와 김정은이 어떤 입장을 주고받았는지는 친서에 나와있지 않다. 다만 김정은은 물론 트럼프도 이를 매우 불편해했다는 점은 볼턴 회고록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볼턴은 당시 상황에 대해 "점점 가시화되는 김정은과 트럼프의 회동에 끼어들려는 문재인까지 상대하고 있었다. 트럼프는 문재인이 근처에 다가오는 것조차 질색했지만, 문재인은 꼭 참석해 가능한 한 3자 회동으로 만들려고 단단히 마음먹고 있었다"고 밝혔다.

볼턴에 따르면 당시 폼페이오 등이 문 대통령에게 "당신이 생각하는 관점을 이미 북한에 설명했는데 북측이 거절했다"고 이해를 구했지만 "문재인은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고 한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김정은이 한국 땅을 밟는 순간 내가 그 자리에 없다면 그것도 보기 좋은 일은 아니니 김정은을 맞이해 트럼프에게 안내한 후 나는 빠지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하지만 결국 문 대통령을 포함한 3자 회동으로 진행됐고, 문 대통령을 보는 김정은의 표정에서는 못마땅하고 애써 무시하려는 노골적인 생각이 그대로 드러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30일 판문점에서 악수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바라보고 있다.ⓒ조선중앙통신 연합

남북정상회담 등 북한 비핵화 관련 사항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국가 정상 간 친서는 양자 사이의 긴요한 소통이 담긴 편지다. 의례적인 인사나 축하, 재난 위로 수준이라면 몰라도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는 경우는 드물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서한은 특히 북·미 간 역사적인 정상회담이나 비핵화 협상 등의 과정이 담겨있다는 측면에서 상당 기간 비밀에 부쳐졌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닉슨 행정부의 워터게이트 특종을 한 저명 저널리스트 밥 우드워드가 취재 과정에서 이를 입수하면서 그 내용이 부분적으로 언론을 통해 조명됐다.

그 내용은 주로 서방과 미·일 조야가 관심을 갖는 대목에 한정됐다. 우리 입장에서 트럼프-김정은 간 서한에 관심이 가는 건 왜 문재인 정부는 지난 5년간 그토록 북한 김정은 정권에 대해 굴욕적인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는가 하는 점이다. 북·미 관계에서 양측으로부터 '왕따'를 당했다는 사실이 김정은-트럼프 간 서한으로 확인됐다. 문 대통령은 투명한 대북정책 추진을 공언했다. 남북정상회담은 물론 북·미 관계와 북한 비핵화 관련 대목의 대부분이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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