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오픈런보다 힘들다..포켓몬빵 6개에 100여명 긴 줄 [르포]

이상현,최아영 2022. 4. 6.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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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빵' 묶음 판매에 새벽부터 대기
캠핑용 의자·돗자리까지 동원 '오픈런'
6일 오전 9시께 '포켓몬빵'을 사러 경기도 하남 이마트 트레이더스 위례점에 몰린 소비자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이상현 기자]
"그동안 구경도 못했는데 오늘은 번호표 받았어요."

6일 오전 7시 30분께 경기도 하남 스타필드 시티 위례점. 이마트 트레이더스 매장이 있는 이곳에서 만난 20대 소비자 A씨는 "수량이 넉넉하다고 들어 '오픈런'을 하러 왔다"며 기대에 찬 미소를 지었다. 이날 A씨가 사러 온 건 최근 품귀 현상이 빚어진 '포켓몬빵'이다.

A씨는 "어렸을 때 추억도 있고 스티커가 요즘 인기니까 궁금했는데, 동네 편의점을 다 돌아도 구경도 못 했다"면서 "대형마트에서 대여섯개씩 묶음 판매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오늘은 살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최근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포켓몬빵을 대량 확보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이 이른 아침부터 점포로 몰려들고 있다. 이날 이마트 트레이더스 위례점과 경기도 고양 킨텍스점에는 각각 50~100명가량의 소비자가 몰렸다.

6일 오전 8시께 경기도 고양 이마트 트레이더스 킨텍스점에서 소비자들이 '포켓몬빵'을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최아영 기자]
이마트 트레이더스 매장이 문을 여는 시간은 오전 10시지만, 앞쪽에 줄을 선 소비자들은 오전 6시께부터 매장 정문 앞에서 기다렸다고 상황을 전했다. 기자가 오전 7시 30분 위례점에 도착했을 땐 이미 50명의 소비자가 긴 줄을 서 있었다. 이후에도 오전 9시 정도까지 50여 명이 더 매장을 찾아 줄을 섰다.

소비자 연령대는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했다. 1020세대 뿐 아니라 학부모와 조부모도 많았다. 들고 온 책을 읽으면서 기다리는 중년 여성이 있는가 하면, 아침 6시부터 와서 기다리고 있다며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푸는 사람도 있었다.

교복을 입고 온 한 학생은 초조한 표정으로 매장 문이 열리길 기다리다 오전 9시가 다되자 아쉬운 표정으로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이날 오전 8시께 킨텍스점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아침부터 50여 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캠핑용 의자나 돗자리를 갖고 온 '열혈 준비생'도 있었지만 대부분 바닥에 그대로 앉아 매장 문이 열리길 기다렸다.

이날 킨텍스점에 맨 처음 도착한 30대 B씨는 "9살짜리 아이가 사달라고 해서 처음 와봤다. 오전 6시에 도착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40대 주부 C씨는 "아이들이 사달라고 해서 어제 왔는데 못 사서 오늘 또 왔다"며 "예전에 동네마트에서 30분 기다려 포켓몬빵 1개를 살 수 있었는데, 차라리 여기에서 기다리는 게 낫겠다 싶어서 다시 왔다"고 말했다.

SPC삼립이 지난 2월 재출시한 '포켓몬빵'(왼쪽)과 번호표 배분 완료 안내문(오른쪽). [최아영 기자]
이날 매장에 입고된 수량은 6개 묶음 기준 위례점이 81개, 킨텍스점이 83개다. 두 매장은 모두 오전 9시께 번호표를 나눠줬고, 소비자들은 1인당 6개 묶음을 하나씩 살 수 있었다. 번호표를 일찍 받았더라도 매장이 영업을 시작하는 오전 10시까지 더 기다려야 했다.

대기 행렬은 끝이 안 보이도록 길게 늘어섰지만 확보된 물량은 부족했다. 번호표 배부 후 현장에 도착한 소비자들은 아쉬운 표정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뒤늦게 도착한 40대 소비자 D씨는 "오늘은 아쉽게 늦었지만, 내일 다시 도전하겠다"며 웃어보였다.

포켓몬빵은 SPC삼립이 지난 1998년 인기 만화 '포켓몬'과 연계해 처음 출시했다. 당시에도 판매 초기 월 500만개씩 팔려나가며 큰 인기를 끌었고 2008년까지 8년간 판매됐다.

올해 2월 23일 포켓몬빵이 재출시되자 한 달 만에 700만개 이상 팔리며 지난 1998년보다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매장이 문을 열기 전부터 긴 줄을 서는 오픈런을 비롯해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웃돈 거래까지 이뤄진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엔 포켓몬빵이 샤넬백보다 구하기 어렵단 우스개 말까지 나온다"면서 "부담 없는 가격대와 소비자 향수를 자극한 게 포켓몬빵의 흥행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 최아영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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