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간호협의회장 "간호법 제정 놓고 갈등 해외 전례 없어"

백영미 2022. 4. 7.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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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파멜라 시프리아노 국제간호협의회장 인터뷰
간호법 통과되려면 이해당사자 간 '소통' 중요
간호법 제정 시 갈등 소지될 용어·표현은 빼야
한국 의료계 환자 안전 위해 원팀 가치 세워야
간호법 환자 만족 높이고 병원도 장기적 이익
간호법 제정 직역간 갈등 아닌 국민 안전 중점
한국 코로나19 대응 백신접종 홍보 높이 평가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파멜라 시프리아노 국제간호협의회 회장이 지난 6일 서울 중구 비즈허브 서울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04.07.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한국보다 앞서 간호법을 제정한 다른 나라에서는 직역 간 갈등이 없었습니다. 법안 제정 과정에서 사회적 논의는 필요하지만, 의료계는 환자의 안전을 위해 원팀이 돼야 합니다."

지난 6일 서울 중구 비즈허브 서울센터 2층에서 만난 파멜라 시프리아노(Pamela Cipriano·미국) 국제간호협의회(ICN) 회장은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한국도 '간호법' 제정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국제간호협의회는 전 세계 2700만 명의 간호사를 대변하는 비정부기구다. 시프리아노 회장은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간호사 업무범위·처우개선 등 간호정책을 종합적으로 아우르는 간호법은 지난해 3월 발의된 후 대한간호협회와 대한의사협회 등 다른 의료직역 간 갈등이 첨예해 1년이 넘도록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는 "간호법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이해당사자 간 소통을 통해 쟁점을 알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면서 "제정 시 향후 갈등의 소지가 될 수 있는 용어나 표현을 담지 않고, 궁극적으로 보건의료에 초점을 맞춰서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국제간호협의회장에 오른 후 임기 4년 간의 좌우명으로 '영향력(Influence)'을 내세운 그는 인터뷰 내내 간호법 제정 논의는 국민의 안전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차분하면서도 반복적으로 '설득'하려는 모습이었다. 국민의 안전을 중심에 두고 간호법 제정이 옳은지 따져보면 소모적인 갈등이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한국의 간호법 제정을 지지하기 위해 한국에 오셨다고요.

"간호법은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규정하고 간호사 양성을 위해 필요한 교육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국민의 건강을 보장하기 위한 법입니다. 한국의 현행 의료법 안에 포함된 간호사 관련 규정은 시대에 너무 뒤떨어져 있어 독립된 법안이 (국회를)통과해야 합니다. 특히 간호사들이 환자에게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도 필요하고요."

-간호법 제정이 의료직역 간 갈등으로 국회에서 1년 넘게 논의 중인데요. 직역 간 갈등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간호법을 통과시키려면 토론과 소통이 중요합니다. 양측이 토론을 통해 상대방을 깊이 이해하고 쟁점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대한간호협회는 반대측이 간호법에 대해 좀 더 이해할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하고요. 법안 제정 시에는 갈등의 소지가 될 수 있는 용어나 표현은 빼고 간호사가 어떤 역할을 해야하고 어떻게 역량을 강화할 수 있을지 명시되면 됩니다. 궁극적으로 보건의료에 초점을 맞춘 법안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한국처럼 간호법 제정을 두고 갈등을 빚은 사례가 해외에서 있었나요?

"단연코 다른 나라에서는 없었습니다. 사회적 논의는 긍정적이고 필요하지만, 간호법 제정을 둘러싼 직종 간 갈등은 다른 나라에서 사례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미국의 전문간호사 제도의 경우 의사의 업무와 겹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어 논의가 됐지만, 간호법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갈등은 없었습니다. 한국 의료계는 환자의 안전을 위해 원팀이 돼야 합니다. 간호협회는 간호법을 환자 보호를 우선시하는 법안임을 강조하고, 의사협회도 의료인으로서 간호법 제정을 지지하고 함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메시지를 내야 합니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파멜라 시프리아노 국제간호협의회 회장이 지난 6일 서울 중구 비즈허브 서울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04.07. yesphoto@newsis.com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 인력을 추가로 고용해야 해 병원 경영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는데요.

"지난 20년 간 이 문제에 대한 연구가 이뤄졌는데요. 숙련된 간호사, 정규직 간호사를 더 많이 채용한 결과 환자의 만족도가 더 높아졌고요. 사망률과 부작용도 감소했습니다. 장기적으로 병원도 환자들에게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만족도가 높아진 환자들이 병원을 더 많이 찾게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또 간호법 제정은 간호사의 전문성을 강화시킬 수 있는 길이기도 합니다."

-간호법 제정으로 인해 다른 직역이 차별 또는 의료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되거나 사회적 비용이 늘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할 텐데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무엇이 옳은 일인가에 초점을 맞추면 큰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법안을 적용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간호협회는 다른 의료직역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지속해 나가고, 법안이 제정되면 바르게 적용해 일반 환자, 국민들과 함께 법안이 잘 뿌리내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간호법을 제정한 후 문제가 있다면 이해관계자 간 대화를 통해 보완하고요."

-한국 정부의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한국 정부는 국민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필요성을 잘 홍보했고 1,2차 백신 접종률이 80% 이상이고, 부스터샷(3차 접종)도 64% 정도 되는 성과로 나타났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뿐 아니라 재난, 전쟁, 인구 고령화 등 여러 위기에서 간호사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각국 정부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감염병의 대유행을 막으려면 각국 정부 간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정보교환이 제대로 돼야 합니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 때 잘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정보가 부족해 보건인력들의 안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었고 국민을 대상으로 감염병 대응 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죠. 간호사에 대한 정부의 인식도 매우 중요합니다. 간호사야말로 언제나 환자들과 함께 있고 국민을 위해 들고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을 정부가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한창인데요. 국제간호협의회는 현지 간호사들을 돕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우크라이나의 많은 간호사들은 병원에 상주하고 있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가족들과 떨어져 장기간 환자를 돌봐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대도시 간호사들의 경우 테러, 전쟁으로 위협받고 있고요. 국제간호협의회는 피란을 떠난 간호사에게 금전적 지원은 물론 정신적 지지도 해주고 안전한 피신처를 얻을 수 있도록 여러 도움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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