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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차 학살' 러시아, 유엔 인권이사회서 사실상 퇴출

김유진 기자 입력 2022. 04. 08. 07:47 수정 2022. 04. 08.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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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우크라이나 병사가 6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키예프) 외곽 소도시 부차에서 파괴된 러시아군 탱크들이 널부러져 있는 거리 한복판에 서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 부차 등지에서 민간인 학살을 저지른 러시아가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사실상 퇴출됐다.

유엔총회는 7일(현지시간) 긴급 특별총회를 열어 러시아의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자격을 정지하는 결의안을 찬성 93표, 반대 24표, 기권 58표로 가결했다. 기권 또는 표결에 불참한 나라를 제외한 유엔 회원국 중 3분의 2 이상이 결의안에 찬성함에 따라 러시아는 인권이사국 자격이 정지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 중 유엔 산하 기구에서 자격이 정지된 것은 러시아가 처음이다. 러시아는 2011년 반정부 시위대를 폭력 진압한 리비아에 이어 두번째로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쫓겨난 나라가 됐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국제사회의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증진하고 보호하는 것을 임무로 하는 유엔 산하기구로, 옛 유엔 인권위원회를 대체해 2006년 설립됐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유엔 회원국 과반수의 동의를 통해 총 47개국이 임기 3년의 이사국으로 활동한다. 러시아의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임기는 2023년까지다.

유엔 규정상 심각하고 조직적인 인권침해를 저지른 국가는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자격을 정지할 수 있다. 이번 결의안은 러시아군이 부차 등에서 민간인 수백명을 집단 학살한 증거가 속속 드러나는 상황에서 미국의 주도로 채택됐다.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이번 표결을 두고 “역사적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는 희생자들과 생존자들의 고통이 무시되지 않을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집합적으로 표출했다”면서 “러시아는 이 근거없고, 부당하고, 납득할 수 없는 전쟁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방 국가들과 한국, 일본 등이 찬성표를 던진 반면 북한, 중국, 이란은 반대표를 던졌다. 북한은 표결 직전에 김성 유엔대사의 연설을 통해 공개적인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 대사는 “우리는 일부 국가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정치적이고 평화적인 해법을 추구하는 대신 회원국들 사이에서 대립과 불신을 계속 추구하는 데 대해 매우 우려한다”며 미국을 비판하기도 했다. 장쥔 주유엔 중국대사도 공개발언을 통해 “편가르기식 성급한 행동은 회원국들 사이의 분열을 악화하고, 관련 당사국들 사이의 대립을 격화할 것”이라며 “불에 기름을 붓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표결에 앞서 세르게이 끼슬리쨔 주유엔 우크라이나대사는 결의안 찬성은 “선택이 아닌 의무”라며 “반대표는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호소했다. 이에 맞서 겐나디 쿠즈민 주유엔 러시아차석대사는 “조작된 사건에 근거한 거짓 혐의를 부인한다”고 반발했다.

이날 표결은 지난 3월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한 2건의 결의안이 각각 141표, 140표의 압도적 찬성으로 채택된 데 견줘 ‘이탈표’가 상당히 늘었다. 유엔 193개 회원국 중 절반 이상이 반대, 기권 또는 표결에 불참했다.

러시아는 앞으로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결의안을 제기하거나 표결에 참여하지 못하고, 발언권도 잃게 된다. 러시아 측은 결의안 채택 직후 “불법적이고 정략적인 조치”라며 탈퇴를 선언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에 대해 “해고된 후에 사표를 낼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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