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로 넘어간 CPTPP 협상..윤 당선인 첫 '통상 시험대'
[경향신문]
홍남기 “이달 중 가입 신청, 다음 정부서 가입 협상” 입장 재확인
높은 개방 수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골치’…농어민 반발 ‘숙제’
윤석열 정부의 첫 통상 시험대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8일 ‘현 정부 내 가입 신청, 다음 정부 가입 협상’ 방침을 재확인하면서다. CPTPP 가입은 통상 영토를 확장하고 시장을 다변화할 수 있지만 개방 수준이 다른 자유무역협정(FTA)보다 월등히 높다는 점에서 농어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에서 “현 정부 내 CPTPP 가입 신청, 다음 정부 가입 협상이라는 큰 틀에서 추가적인 피해 지원 방안과 향후 액션플랜 등을 최종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달까지 가입 신청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CPTPP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미국이 빠지자 일본·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11개국이 모여 2018년 12월 출범한 자유무역협정이다. 전 세계 무역 규모의 14.9%를 차지하고, 인구는 5억1000만여명(전 세계의 6.6%)이다. 지난해 2월 영국이 신규 가입 신청을 한 데 이어 중국, 대만 등도 가입을 신청하면서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CPTPP 가입에 따른 경제효과 전망은 엇갈린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달 공청회에서 “개방에 따른 교역 확대와 생산·투자·고용 증가로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늘고 소비자 후생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산업연구원은 15년간 연평균 6억~9억달러(약 7321억~1조981억원) 규모의 순수출 증가를 예상했다.
CPTPP 회원국들의 평균 개방률(관세철폐율)이 96.3%에 달한다는 점에서 피해도 우려된다. 한국과 FTA를 맺은 국가들의 평균 개방률은 73.1%다.
CPTPP 저지 한국 농어민 비상대책위원회는 “가입 시 농수산업의 기반 붕괴가 예상되며 지역경제 악화, 중소 지방도시 소멸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농업분야 경제적 타당성 검토에서 “15년간 연평균 853억~4400억원의 생산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은 미국 탈퇴로 무산될 뻔했던 TPP를 CPTPP로 되살린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CPTPP에 가입하려면 일본 등 11개 회원국 전부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특히 일본의 협조가 없으면 사실상 가입이 어렵다.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이 후쿠시마산 수산물이다. 앞서 대만은 지난 2월 일본 후쿠시마를 포함한 사고지역 주변 5개 현 식품 수입을 허용키로 했다.
차기 정부가 대일 관계 개선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CPTPP 가입에도 적극적일 가능성이 크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도 “해외 많은 국가와 통합을 이룬다는 것은 대부분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밝힐 정도로 자유무역 확대 의지가 강하다.
하지만 CPTPP 가입을 위해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금지를 서둘러 풀려 한다면 국민적 저항도 예상된다. CPTPP 저지 한국 농어민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지난 6일 인수위를 찾아 “CPTPP에 가입하면 먹거리 안전 위협으로 국민 전체가 피해를 입게 되고 수산물 소비 급감이 예상된다. 제2의 촛불집회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어떻게 보장하겠느냐”며 신중할 것을 요청했다. 비대위는 8일에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 산업 종사자와 농식품 소비자에 대한 배려 없이 무리하게 가입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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