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왜] 中, 호주에 "우크라이나 꼴 난다"..신경질적 비난, 왜?
호주지정학..남중국해와 연동
호주와 중국간의 공방이 점입가경입니다. 2년 전 부터 석탄 금수 등으로 본격화되더니 올해는 안보 이슈로 옮겨붙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엔 안보와 경제 사이에 서열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호주가 안보 우선 행보를 본격화하자 사사건건 중국과 갈등하는 긴장 상황이 표출되고 있습니다.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이번주 미국ㆍ영국ㆍ호주 3국 간 안보동맹인 오커스(AUKUS)가 공동으로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나서기로 합의했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오커스는 앞서 지난해 9월 창설하면서 호주의 핵잠수함 건조에 나섰습니다. 미ㆍ영이 호주에 기술 이전을 약속하고 추진 중입니다. 호주는 향후 20년간 100억 호주달러(약 9조1300억원)를 들여 동부 해안에 핵잠수함 건조 시설과 기지를 건설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어떤 무기체계일까요. 저고도로 비행하고 음속의 5배 이상 속도를 낸다고 합니다. 요격할 방어수단이 녹록치 않습니다. 따라서 이 미사일을 두고 미래전의 '게임체인저'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장쥔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5일 ”또 다른 우크라이나 위기를 보고 싶지 않으면, 위기를 촉발할 수 있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마디로 '호주는 우크라이나가 되고 싶냐'는 위협성 발언입니다. 카랑카랑한 날선 발언을 할 때는 자국 내의 외교부ㆍ국방부 대변인을 동원하지 않고 유엔 대사를 종종 활용합니다. 메시지가 직설적입니다.
중국은 왜, 호주의 전력 강화에 이렇게 신경질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할까요.
중국 포위망을 펼치는 오커스에서 호주가 맡은 역할이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호주의 지정학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호주는 서태평양에서 미군의 2선 지원 역할을 맡아왔지만 미ㆍ중간 패권 대결이 본격화하면서 전진 배치되는 양상입니다.
미국이 19세기 카리브해를 내해화하면서 이 지역의 기존 맹주 영국 세력을 밀어냈습니다. 자국의 앞마당을 울타리 삼아 원거리 방어선을 친 겁니다. 미국의 방어선은 대서양과 태평양으로 확대되면서 미국 중심의 패권질서가 구축되는 겁니다.
이에 비해 동중국해에선 대만이 역으로 중국을 겨냥하는 불침항모 역할을 하게 됩니다. 목에 걸린 가시입니다. 이렇게 중국의 전략 구상에서 남중국해는 사활적 이익이 걸린 핵심 지역입니다.
따라서 미국의 봉쇄 전략은 현재 일본과 연합해 동중국해에 집중돼 있지만 남중국해에 대한 경계를 늦출 수도 없습니다. 이 대목에서 호주의 지정학이 작동합니다. 아래 지도에서 보듯이 호주 북부에서 반다해와 술라웨시해를 지나면 바로 남중국해입니다. 남중국해가 뜨거워지면서 잠자고 있던 호주의 지정학이 깨어나고 있는 겁니다.
지난 6일 호주 국방장관(피터 더튼)이 나와 35억 호주달러(약 3조2041억원)를 투입해 전투기와 전함에 탑재되는 미사일의 사거리 개량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호주 국방부는 F/A-18 전투기와 궁극적으로 F-35A 전투기에 탑재할 합동공대지장거리미사일(JASSM)의 사거리를 900km로 확장하고 프리깃함과 구축함에 탑재하는 해군 공격 미사일의 사거리를 늘리는 한편 항구와 해상 접근로를 보호하기 위한 해군의 기뢰 획득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호주 공군은 스텔스전투기 F-35를 90기 이상 구매하고 미 해군의 차세대 전자전 프로그램에도 참여한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전략폭격기(B-21) 구매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에 사거리 900km JASSM-ER(극초단파로 전자장비 파괴)과 LRASM 같은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구매도 추진 중입니다. 이렇게 장거리 타격 역량을 집중적으로 강화해서 남쪽 먼바다에서부터 중국의 남해함대를 때리는 전략을 다듬어가고 있습니다.
■ 호주, 中·솔로몬제도 군사협력에 긴장
오랜 시간 호주 사회에 침투해 호주 여론을 친중화하는 데 공을 들여온 중국. 호주가 이렇게 얼굴색을 바꾸고 대응 전력을 강화하자 반격에 나서는 중국측 움직임들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호주는 위치상 서태평양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해역에서 동맹인 미군의 작전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AFP에 따르면 양측 안보협정 초안에는 중국의 필요에 따라 중국 군함을 솔로몬제도에 파견하고, 현지에서 물류 보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또 중국이 관여하는 주요 프로젝트 보호를 위해 군 병력 파견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죠.
■진격의 中일대일로, 솔로몬제도 상륙
솔로몬제도에선 호주 등을 의식해 중국의 군사기지 건설은 어림 없다는 반응이지만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실체를 알고 나면 호언장담은 금물입니다. 일대일로 '스리랑카편'을 함께 보시겠습니다.
결국 연간 11억 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99년간 항구 운영권을 중국의 국유 항만기업에 내줍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달콤한 차이나 머니를 몇 년 즐기다 빚더미 끝에 주요 인프라의 운영을 중국에 넘기고마는 패턴입니다.
솔로몬제도에 중국의 그림자가 드리우자 호주가 펄쩍 뛰고 있습니다. 솔로몬제도는 호주 해군이 서태평양을 북진할 때 쓰는 주요 통로입니다. 군사적으로 솔로몬제도는 더 심중한 의미가 있습니다. 미군의 서태평양 거점인 괌 기지의 남쪽에 있기 때문입니다.
미군은 괌이 인민해방군의 DF-26 미사일의 타격권이라 백업용으로 호주 북동부 다윈기지를 미 공군의 전략거점으로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유사시 대만해협을 작전권으로 하는 대규모 공군급유기지를 건설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보급과 물류의 허브로 삼겠다는 겁니다.
■ 美, 29년만에 솔로몬제도에 대사관 다시 열기로
상황을 스리랑카편까지 안가게 사전 차단에 나서는 첫 번째 포석입니다. 이 대사관을 거점으로 한 미국(영국,호주)진영과 중국의 물밑 외교ㆍ정보전이 불꽃을 튀길테니 앞으로 외신에 솔로몬제도 뉴스가 종종 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함께 지켜보시죠.
이렇게 중국이 핵심이익이라고 주장하는 남중국해 문제는 호주가 자국의 장거리 투사력을 강화시키는 트리거가 됐고 불똥은 잔잔한 남태평양 바다로 튀고 있는 형국입니다.
사태가 이렇게 흘러가면 실물경제는 물론 환율은 물론 채권과 주식 등 자본시장도 급격한 변동성에 휘말립니다. 호주가 지정학의 호출을 받았듯이 한반도도 지정학의 호출을 받는 요충지입니다. 19세기 그레이트 게임과 러일 전쟁 때 러시아의 남하를 견제하면서 작동했고 1950년 10월 중공군의 참전 때 다시 호출됐습니다. 한미동맹도 지정학의 반향 속에 있습니다.
호주와 중국의 난타전을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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