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향신문

장애인 지하철 시위를 장애학 관점으로 본다면

정희완 기자 입력 2022. 04. 09. 14:01 수정 2022. 04. 09. 17:42

기사 도구 모음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경향신문]
김도현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활동가 인터뷰
“차별을 통해 장애를 만드는 사회가 문제”

김도현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활동가가 4월 5일 서울 동숭동 노들장애학궁리소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 정희완 기자

‘장애’란 무엇일까. 흔히들 신체나 정신에 존재하는 손상을 장애로 여긴다. 손상 때문에 장애인들은 일상이나 사회생활에서 불편이나 차별을 겪는다고 생각한다. 활동 제약과 차별의 원인이 손상, 즉 개인에게 있다는 이런 인식의 틀 속에서는 한번 ‘장애인’은 영원한 장애인일 수밖에 없다.

‘장애학’이 바라보는 장애와 장애인의 개념은 다르다. 장애인들이 일상이나 사회생활에서 어려움 겪는 건 손상 때문이 아니다. 진짜 원인은 차별이다. 사회가 심신의 손상을 가진 이들을 차별을 통해 배제하니까 ‘장애인이 된다’. 여기서 말하는 장애는 무언가를 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사회 환경과 맥락에 따라 어떤 상황에선 장애인이 되고 다른 상황에선 장애인이 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가령 휠체어를 탄 사람은 계단이나 버스를 이용할 수 없어 장애인이 된다. 반면 저상버스를 타면 수월하게 이동이 가능해 장애를 경험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장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 ‘장애인이기 때문에 차별받는 것이 아니라 차별받기 때문에 장애인이 된다’가 장애학의 핵심 명제이다.

김도현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활동가(48)는 지난 4월 5일 인터뷰에서 “과거 장애는 개인의 비극이고 개인이 극복해야 할 문제였다”라며 “이런 관념에 도전하는 게 바로 장애학”이라고 밝혔다. 그는 “장애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다. 개인 건강 차원이 아니라 다수자와 소수자의 권력 관계 등 굉장히 정치적인 문제라는 게 장애학의 기본 시각”이라고 설명했다.

김 활동가는 장애인의 지하철 시위를 ‘비폭력 직접행동’, ‘시민 불복종 운동’으로 봤다. 지하철 시위를 비난해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선 “기존의 한정된 경험과 앎 속에서 확신에 차 주장하지 말고, 시간을 내어 장애학 관련 책들을 조금이라도 읽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활동가는 1996년 대학에서 특수교육학을 전공하면서 장애인 운동을 시작했다. 노들장애인야학,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등에서 활동하면서 우연히 장애학을 접했다. <당신은 장애를 아는가>(2007), <장애학 함께 읽기>(2009), <장애학의 도전>(2019) 등을 펴냈다. <철학, 장애를 논하다>(2020) 등 장애학 관련 외국 서적 4권을 번역했다. 노들장애학궁리소는 장애학을 연구하고 배울 수 있는 공간으로 노들장애인야학의 부설 기관이다.

이형숙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가 지난 3월 30일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장애인 권리 예산 및 정책’ 반영 요구의 답변을 촉구하며 삭발을 한 뒤 지하철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장애학을 간략히 소개해달라.

“장애학은 몰라도 여성학은 대부분 알 거다. 여성학은 인류사회에서 여성이 겪은 차별의 역사를 조명하고 어떠한 사회구조 속에서 여성의 차별이 발생·유지됐는지를 연구한다. 또 여성을 상대로 한 차별·혐오를 없애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다룬다. 여성학은 학문적인 관심 속에서 탄생한 게 아니다. 여성의 차별을 철폐하자는 운동 속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체계화하고 인문·사회과학 담론과 연결해 풀어낸 것이다. 장애학도 유사하다. 여성의 자리에 장애인을 놓으면 장애학이 된다.”

-의학, 재활학, 심리학, 사회복지학, 특수교육학에서도 장애를 연구한다. 차이는.

“장애와 관련된 기성 학문은 보건·복지 계열의 학문이다. 장애 문제를 보건·복지 안에만 가둔다. 재활의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개인이 극복해야 할 사안으로 다뤘다. 결국 개인의 능력을 키워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사회구조와 문화가 어떻게 변해야 한다는 얘기는 없다. 장애학은 장애를 사회문제로 본다. 기존의 장애 연구가 ‘개인적 장애 모델’이라면, 그래서 장애학은 ‘사회적 장애 모델’이다. 장애의 원인을 차별로 보고 보편적 권리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장애 문제를 다루려면 철학, 사회, 정치, 경제 등 인간 문제를 해명하기 위한 모든 앎과 지식의 통찰이 필요하다. 여러 학문을 넘나든다는 점에서 학제적이다. 또 실천지향적이다. 장애학은 장애인 운동을 위한 학문이다.”

-‘장애인이라서 차별받는 게 아니라 차별받기 때문에 차별받는다’를 풀어서 설명하면.

“장애인은 ‘무언가 할 수 없음(장애)’을 경험하는 사람이다. 장애인이 무언가 할 수 없고 무능력하기 때문에 차별받는 게 아니라 차별에 의해 무언가를 할 수 없게 된다는 얘기다. 장애인의 몸에 존재하는 손상은 생물학적·인간학적 차이일 뿐이고 장애는 사회적 상태다. 손상을 지닌 사람은 사회적 맥락이나 환경에 따라 무언가 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질 수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흑인은 특정한 관계 속에서만 노예가 됐다. 마찬가지로 손상도 특정한 관계 속에서만 장애가 된다.”

-장애인이라는 개념은 언제 처음 생겼나.

“당연한 얘기지만 근대 이전에도 ‘맹인’, ‘농인’, ‘심신결함자(defective)’, ‘광인’ 등으로 일컫는 존재들은 있었다. 현재의 장애인이라는 독립적인 범주가 형성된 건 자본주의 체제로 이행하면서다. 이들이 노동 문제와 관련해 사회에서 분리·배제되는 역사적 상황 속에서 장애인이라는 범주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잘 보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이보다 장애인들 간 경험이나 신체의 차이가 더 클 수 있다. 예컨대 맹인과 비장애인은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지만, 맹인과 농인은 서로 의사소통하기 어렵다.”

김 활동가의 저서 <장애학의 도전>을 보면 영국은 1834년 '개정구빈법'에서 빈민을 분류할 때, 아동, 병자, 광인, 심신결함자, 노약자를 특별히 중요한 다섯개 범주로 설정했다. 이들에게 ‘일할 수 없는 몸(the disable-bodied)’이라는 꼬리표를 붙인 뒤 아동을 제외하곤 모두 별도의 시설로 보냈다. 김 활동가는 “일할 수 있는 몸을 선별하기 위해 일할 수 없는 몸을 명확히 규정하려 했고, 이로부터 장애인이라는 개념이 ‘발명’된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주의적 노동체제에서 배제된 사람들을 범주화한 개념이라는 얘기다.

-사회적 관점의 장애 개념은 어떻게 나왔나.

“1976년 ‘분리에 저항하는 신체장애인 연합’이라는 영국 단체가 ‘장애의 기본 원리들’이라는 문서에서 처음 제시했다. 이들은 ‘장애는 손상을 지닌 사람들에 대해 거의 또는 아무런 고려도 하지 않음으로써 그들을 주요 사회활동의 참여에서 배제하는 당대의 사회조직에 의해 야기된 불이익이나 활동의 제한이다’라고 했다. 1975년 영국 오픈 유니버시티에서 처음 장애학과가 개설됐다.”

-한국에 장애학이 들어온 건 언제인가.

“2010년 전후쯤이다. 장애학은 영국과 미국이 거점 역할을 했다. 이들 나라에서 공부하고 한국에 돌아온 학자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분들이 중심이 돼 한국장애학회를 2015년 만들었다. 나는 대학에서 장애학을 공부하진 않았지만 창립멤버로 참여했다. 학회는 장애학과를 만드는 데도 공을 들였다. 수도권 대학에 개설을 시도했다가 무산됐다. 2018년 대구대학교 일반대학원에 장애학과가 처음 생겼다.”

-장애학이 장애인 운동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

“사실 장애학과 장애인 운동은 하나다. 담론 따로, 실천 따로 가는 구조가 아니다. 장애인 차별을 외치는 현장에는 장애학에서 말하는 인식의 전환이 자연스레 녹아 있다. 장애학을 대단한 것인 양 부풀릴 필요는 없다. 담론이 실천을 뒷받침하는 것도 있으나, 실천이 벌어지면 이를 뒤따라가는 방식의 담론도 있다. 장애학과 장애인 운동 중 뭐가 먼저라기보다 서로 엮여 있다. 다만 과거에는 장애인 운동 관련 담론이 약하니까 장애인들이 ‘아’라고 말해도 저쪽에선 ‘어’라고 알아듣거나 무시했다. 장애학을 매개로 소통하면 주장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 체계화된 담론으로서의 장애학은 장애인 운동을 위한 무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장애학 자체가 장애인 운동이기도 하다.”

장애인들이 2002년 9월 11일 서울지하철 시청역에서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지하철 선로를 점거하고 농성을 하고 있다. 장애인들은 전원 경찰에 연행됐다. /강윤중 기자

-장애학을 알게 되면 인식도 많이 바뀔 수 있겠다.

“그렇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가지 측면에서의 대중화가 필요하다. 우선 읽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의 대중화다. 장애학을 대중적인 언어로 풀어야 한다. 장애학 연구활동의 대중화도 필요하다. 연구자 중에서도 대다수가 장애 문제를 사회복지 등을 바탕으로 접했다. 정치학이나 사회학 등 여러 분야의 학자 중에서도 장애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좋겠다. 저변이 넓어져야 한다.”

-‘연립’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는데 무엇인가.

“연립을 말한다고 해서 ‘자립’을 부정하는 건 전혀 아니다. 자립이 지배 이데올로기에 포섭되면서 의미의 변질을 우려해 연립 개념을 말했다. 자본주의적 의미에서 자립은 결국 자활이다. 의존하지 말고 개인이 알아서 제 살길을 찾으라는 각자도생과 같다. 우리가 주장하는 자립은 다르다. 자립생활운동의 기본 구호가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자’이다. 공생이다. 그러려면 의존이라는 개념도 다르게 봐야 한다. 의존은 자립과 대립하는 게 아니다. 탈시설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자립하려면 타인, 제도, 공동체에 의존할 수 있어야 한다. 이건 인간 모두에게 해당한다. 그래서 ‘함께 서기’라는 연립생활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장애인들의 ‘출근길 지하철 타기’를 장애학에 관점에서 설명하면.

“‘ableism’이라는 단어가 있다. ‘비장애중심주의’ 혹은 ‘장애차별주의’라는 뜻이다. 사회가 비장애인의 속도와 신체를 척도로 모든 물리적 공간, 제도, 문화 등을 구축했다. 노동의 방식도 마찬가지다. 지하철 타기 투쟁은 이런 비장애중심주의에 맞선 일종의 ‘비폭력 직접행동’이나 ‘시민 불복종 운동’이라 할 수 있다. 비장애인중심사회에 맞춰 살지 않겠다는 걸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투쟁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하철 시위를 두고 ‘비문명’, ‘언더도그마 담론으로 묻으려 한다’ 등의 언급을 했다.

“언더도그마라는 단어 자체가 미국의 티파티라는 보수 기독교 중심 극우 단체가 만든 말이다. 혐오를 선동하는 단체다. 미국에서도 비폭력 직접행동, 시민 불복종 운동을 통해 장애인들의 권리가 신장됐다. 1980년대에 미국의 ‘대중교통접근권을 위한 미국장애인연대(ADAPT)’도 버스를 점거하는 방식 등의 시위를 했다. 여기서 영감을 받아 한국에서도 같은 시위가 벌어졌다. 시민 불복종(civil disobedience)에서 ‘civil’은 문명적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문명사회에서 하는 행위다. 교통 방해, 점거, 연좌 등이다. 이와 대비되는 ‘uncivil disobedience’, 즉 비문명적 불복종이 있는데 이는 약탈, 방화, 차량과 건조물 파괴 등을 말한다. 지하철 시위는 지극히 시민적이고 문명적인 저항 방식이다.”

-이 대표는 지하철 시위를 불법이라고도 했다.

“2001년부터 집단 지하철 타기 시위는 종종 있었다. 그러나 이것 때문에 형사 처벌받은 적은 없다. 이 대표가 ‘불법 딱지’를 붙이고 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그저 한꺼번에 지하철에 탑승하며 자신들의 요구를 알릴 뿐이다. 현장에 경찰들도 나온다. 공권력이 그렇게 관대하거나 허술하지 않다. 불법이면 이미 조치하지 않았겠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4월 1일 탈시설 정책에 반대하는 부모 단체를 만난 자리에서 ‘지역사회에서 복지서비스가 강화되기 이전에 선택이 아닌 강요로 시행되는 탈시설 정책은 인권 유린에 가깝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7년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실태를 조사한 결과 자발적인 의사로 시설에 간 사람들은 14.3%에 불과했다. 이들도 지역사회에 선택지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떠밀려갔다. 이 대표의 말 속에 답이 있다. 지역사회를 바꿔서 탈시설할 수 있게 하면 된다. 이런 서비스 강화와 지역사회의 변화는 뒷전으로 밀어놓고 탈시설 정책을 인권 유린이라고 말하는 건 언어도단이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와 이 대표가 오는 4월 13일 토론을 벌인다.

“장애 문제가 방송사 토론 프로그램에서 다뤄진 적이 한 번도 없다. 이 대표가 갈라치기, 혐오 정치를 양산하고 있기에 적절히 대응할 필요성을 느껴서 전장연이 TV 토론을 제안했다. 그래서 이번 토론은 의미가 있다. 또 그간 장애 문제를 등한시한 정치권 전반에도 할 말이 많다. 다만 이 대표의 그간 행보에 비춰보면 장애 의제를 진지하게 다루는 생산적인 토론이 될 수 있을지 우려가 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은 언제쯤 사라질까.

“노르웨이와 스웨덴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가운데 장애인구 통계를 제출하지 않는 유이한 국가들이다. 기본적으로 사회적 장애 모델에 입각해 장애를 보기 때문이다. 장애가 사람의 몸에 존재하는 특징이 아니고 물리적·사회적 환경과 조건에 따라 유동적인 개념이므로 고정적인 장애인구를 산정할 수 없다는 인식이다. 두 국가는 1980~1990년대 시설폐쇄법을 만들어 2000년대 중반에 모든 시설을 없앴다. 장애인이라는 범주 없이 개인마다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손상은 사람 고유의 차이지만 장애는 상태라고 보는 거다. 이런 방향으로 사회가 변한다면 장애인이라는 개념도 희미해지리라고 본다.”

국내 최초 장애학과 소속 학생들 “이준석 사퇴하라”

조한진 대구대학교 일반대학원 장애학과 교수

노들장애학궁리소 외에 장애학 연구자를 양성하는 곳이 있다. 대구대학교 일반대학원의 장애학과다. 장애 문제를 전문으로 다루는 국내 최초, 유일의 학과다. 2018년 석사과정을, 2020년 박사과장을 각각 신설했다.

그간 석사 졸업생 25명을 배출했고 조만간 첫 박사 졸업생이 나온다. 재학생은 석사 27명, 박사 33명 등 60명이다. 43%가 장애인이다. 휴학생과 수료생 등을 포함한 총 학생수는 약 120명이다.

장애학은 장애를 둘러싼 문제를 정치·사회·문화·역사적 맥락에서 살핀다. 장애학 개론, 장애인 인권, 장애인 정책과 법률, 장애와 문화·예술, 장애학과 교육, 발달장애인의 권리와 지원, 장애와 종교 등 15개 이상의 과목들이 있다.

장애인 지하철 탑승 시위가 시작되고 이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비난하자 장애학과 학생들도 목소리를 냈다. 학생 70명은 지난 3월 29일 이 대표를 규탄하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 대표의 “볼모”, “인질” 등의 발언과 장애 문제 인식을 비판했다.

학생들은 “이 대표가 줄곧 활용해온 혐오의 정치가 이제 장애시민들을 향했다”며 “이 대표는 ‘혐오의 분화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대표의 사퇴도 촉구했다.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을 준비 중인 전근배씨(36)는 기자와 통화에서 “이 대표가 시위 방식을 두고 문제 제기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장애인 권리 보장의 정도나 요구의 정당성 등과 맞닿아 있다”며 “장애인들이 사회구조적으로 겪어온 차별·배제의 역사, 맥락을 언급하지 않고 협소하고 왜곡된 얘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민주당을 향해서도 “OCED 평균 3분의 1에 불과한 장애인 예산은 얼마나 나아졌나”, “혐오 정치를 관망하는 것 외에 무엇을 했나”고 비판했다.

장애학과 개설을 주도한 조한진 교수(57)는 통화에서 “학생들의 입장문을 100% 공감하고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중교통 수단은 비장애인 위주로 설계되다 보니 그간 대중교통의 덕을 본 건 비장애인”이라며 “시민들께서는 장애인의 시위를 환영하지는 못하더라도 조금만 참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준석 대표를 향해선 “정치의 기본적인 목적은 갈등 조정이다. 공당의 대표로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이동권이 부딪힌 상황을 조정하지는 못할망정 인기영합주의식 발언만 했다”고 말했다. 이어 “표피적으로 현상만 보고 장애인을 매도하는 건 결코 성숙한 자세가 아니다”고 했다.

미국 일리노이대학에서 장애학을 공부한 조 교수는 2004년에 귀국한 이후 장애학을 더욱 본격적으로 파고들었다. 2015년 한국장애학회 창립에도 큰 역할을 하면서 1·2대 회장을 지냈다.

조 교수는 장애학이 시민들의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될 거라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 체험이나 ‘장애인 먼저’ 운동 같은 배려 차원의 접근은 인식 개선에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된다”며 “왜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이런 시각으로 보는지, 깊숙한 정치·경제·사회·문화·역사적 근원을 끄집어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 많은 장애학과가 생길 수 있도록 정부가 필요한 지원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조 교수는 “학과를 새로 만드는 일이 보통 힘든 게 아니었다”며 “꼭 학과 형태가 아니더라도 정부가 지원하는 연구소에서도 장애학을 활발히 다룰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