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이어 추경호까지..내각에 드리운 '론스타 그림자'

윤승민 기자 입력 2022. 4. 11. 17:37 수정 2022. 4. 11.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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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를 지명한 데 이어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내정하면서 론스타 관련 의혹이 국회 인사청문 정국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입·매각 과정에서 두 사람이 한 역할에 검증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 후보자는 론스타의 국내 법률대리인 역할을 한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고문으로 일하다 경제 부총리·국무총리로 공직에 복귀했다. 론스타와 정부 간 ‘투자자·국가 간 중재(ISDS)’에 증인으로 선정된 이력도 있다. 추 내정자는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을 헐값에 매입하는 과정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 ‘10인 회의’ 참석자였다. 이후 경제부처 요직을 두루 맡다 국무조정실장으로 ISDS를 총괄했다.

론스타가 제기한 ISDS의 최종 결론이 윤석열 정부에서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 두 사람의 정부 최고위직 발탁을 두고 ‘이해충돌’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①론스타의 외환은행 매입

론스타는 2003년 8월 1조3800억여원을 들여 외환은행 지분 51%와 경영권을 받는 계약을 체결한다. 외환은행이 2003년 7월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03년말 기준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전망치(6.16%)가 8%보다 낮았기에 가능했다. 그런데 외환은행이 이사회에 보고한 같은 기간 BIS 비율은 10.0%였던 것으로 나중에 드러났다. 외환은행이 BIS 비율을 낮춰 금감원에 보고한 것이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입’ 사건을 수사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2006년 12월 이강원 당시 외환은행장을 정부의 영향력 아래 BIS 비율을 낮춘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로 기소했다.

당시 검찰에 따르면 이 은행장 등 외환은행 관계자과 정부 관계자들은 2003년 7월25일 서울 한 호텔에 모여 모여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입 건을 논의했다. 이는 훗날 ‘10인 회의’로 불리는데,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에서는 변양호 금융정책국장과 당시 은행제도과장이던 추 내정자가 참석했다. 추 내정자는 회의 이틀 전 변 국장에게 1998년도 유권해석을 인용하며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가 가능하다고 보고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금융정의연대·참여연대는 지난 8일 해당 문건을 공개하며 “2002년 4월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은행 인수를 금지하도록 은행법이 개정됐음에도 은행법 주무과장인 추 내정자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묵인했다”고 주장했다.

한 후보자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입 당시 김앤장 고문이었다. 직전에는 김대중 정부 청와대에서 정책기획수석과 경제수석을 지냈다. 당시 김앤장은 론스타의 국내 법률 대리인 역할을 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재경부 등 경제부처와 청와대를 거친 한 후보자가 론스타의 국내 법률대리인 김앤장의 고문으로 아무 역할을 안했다는 게 이상하지 않느냐”고 했다. 이에 대해 한 후보자는 지난 4일 “(론스타와 관련해) 국가 정부의 정책 집행자로서 관여한 적이 있지만 김앤장이라는 제 사적인 직장에서 관여한 바는 전혀 없다”고 했다.

②론스타의 ISDS 제기·증인 출석

론스타는 2006년 1월부터 외환은행 매각을 추진한다. 2006년 5월 국민은행이 인수 계약을 맺었으나 그해 11월 론스타는 계약을 파기했다. 2007년 9월에는 영국계 은행 HSBC가 외환은행 인수전에 뛰어들었으나 정부의 승인이 지연되자 1년 뒤인 2008년 9월 인수를 포기했다.

정부는 2011년 10월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판결이 확정된 이후 론스타의 대주주적격성에 문제가 있다며 론스타에게 매각 명령을 내렸다. 외환은행은 결국 2012년 1월에 하나금융지주에 인수됐다. 이에 론스타는 2012년 11월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S를 신청하며 46억8000만달러(약 5조7700억원)을 청구했다. HSBC가 외환은행 인수 의사를 밝힌 2007~2008년에도 매각 명령을 내릴 수 있었는데, 정부가 이를 지연시켜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첫 심리는 2015년 5월 미국 워싱턴에 있는 ICSID에서 진행됐는데, 한 후보자는 이 때 발표된 20여명의 증인 명단에 포함됐다. 한 후보자가 한국 정부와 론스타 측 중 어느 쪽이 신청한 증인인지. 어떤 증언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입·매각 때 김앤장 고문이었던 한 후보자가 정부 측 증인으로 출석했다면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ISDS에 증인으로 출석했다면 그것만으로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입, 매각에 관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추 내정자는 박근혜 정부에서 기재부 1차관, 국무조정실장으로 정부의 ISDS 대응 태스크포스(TF)에 참여했다. 경실련·금융정의연대·참여연대는 지난 8일 정부가 작성한 론스타 ISDS 대응문건을 인용하며 “론스타가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으로서 (국내) 은행법이 금지하는 은행 인수를 추진했다면 ISDS 신청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며 “이 TF는 그 논점을 스스로 포기하여 불리한 소송을 자초했다”고 주장했다.

론스타가 제기한 ISDS의 결론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자칭 ‘론스타펀드 고문’이 2020년 11월 청와대에 “8억7000만달러(약 1조600억원)를 주면 소송을 중단하겠다”는 취지의 서한을 보냈으나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후보자가 국무총리를, 추 내정자가 부총리를 맡게 되면 론스타와의 중재 과정에서 정부가 불리한 위치에 놓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전성인 교수는 “한 후보자가 국익을 이유로 답변을 회피할 수는 있지만 론스타 사건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불분명한 사람이 총리가 되는 것도 국익에는 도움되지 않는다”며 “비공개로라도 국회가 해당 상황에 대한 의견을 한 후보자로부터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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