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검수완박 듣도 보도 못해" 美 한국계 판사도 놀랐다

정유진 2022. 4.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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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 전(60·한국명 전경배) 미국 뉴욕 브루클린 지방법원 형사수석 판사가 더불어민주당이 4월 강행 처리키로 결정한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듣도 보도 못한 비상식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앞으로 어떤 여파를 초래할지 생각도 않고 정치적 판단만으로 법안을 통과시킬 경우 그 피해는 오로지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며 "한국에서 청문회 등을 열어 본인을 초청한다면 제 시간 같은 건 상관치 않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니 전 미국 뉴욕 브루클린 지방법원 형사수석 판사. 트위터(@malikwrightNYC)


대니 전 판사는 12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검수완박이라는 건 보지도 듣지도 못한 이상한 말이고, 아주 간단하게 생각해도 상식을 벗어나는 말"이라고 밝혔다. 전 판사는 1987년 뉴욕 맨해튼 지방검찰청 검사로 임관해 12년간 강력범죄 등을 수사한 경험이 있다. 이어 1999년 뉴욕시 형사법원 판사, 2003년 뉴욕주 법원 판사로도 한국계 최초로 임명돼 올해로 23년째 법정을 지키고 있는 입지전적 인물이다. 2007년엔 우리 대검찰청의 초청을 받아 전국 공판부장검사 회의에서 미국의 배심재판 실태 등을 강연하기도 했다.

현재 국회에는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2020년 12월 29일)한 '검찰청법 폐지안'과 '공소청 법안', 이를 전제로 황운하 의원이 대표 발의(2021년 2월 8일)한 '중대범죄수사청 법안', 그리고 이수진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2021년 5월 20일)한 '특별수사청 법안' 등이 계류 중이다. 각론은 조금씩 다르지만 현재 남아있는 검사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직접수사권을 빼앗고, 이를 신설될 수사청으로 이관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검사는 공소제기·유지만 맡게 된다.

황 의원은 과거 "전 세계적으로 검찰이 전면적으로 수사기관화된 나라는 대한민국 말고는 어디에도 없다"며 법안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검사가 모든 수사권 갖고 기소…형사소송법의 기본"

전 판사는 이에 대해 "미국은 연방이든 주든, 경찰이나 연방수사국(FBI)이 얼마든지 알아서 수사를 시작할 수 있지만, 일단 검찰로 송치를 하면 검사가 모든 수사권을 갖고 사건을 지휘·통제한 뒤 수사종결권을 행사해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며 "미국 법전에 검찰의 수사 및 기소권이 보장돼있고 이는 형사소송법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못 갖는 검사 고유 권한에 대해 그는 "예를 들어 모든 소환장은 검찰이 보내지만 경찰은 그렇게 할 수 없다"며 "소환장을 거부했을 때의 강제구인 영장, 압수수색 영장, 구속명령 요청(구속영장) 등도 모두 검찰이 법원에 신청하게 돼있으며, 모든 증거물 분석과 참고인 소환조사, 기소 요청까지 검찰이 다 한다"고 설명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직접)기소를 해야되니까"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또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복잡한 사건일수록 검사가 추가 보완수사를 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막는 검수완박이 현실화할 경우 "검사가 사건을 정확하게 알지 못해서 무죄 비율이 높아질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 기소하면 안 될 사건을 기소해버리는 문제도 나올 수 있다"며 "기소를 단단히 해야될 피고인들은 수사가 불충분해서 풀려나거나 무죄를 받고, 기소를 안 해도 되는 사건을 (경찰 요청에 따라) 무조건 기소해버리면 그 피해는 오로지 국민들이 감당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2007년 7월 대검찰청 전국 공판부장검사 회의에서 강의하는 대니 전 미국 뉴욕 브루클린 지방법원 형사수석 판사. 중앙포토

"중요한 문제…국회서 초청하면 가서 설명할 것"

황운하 의원이 최근 동료 의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검찰 수사권을 폐지하면 검사가 가진 6대 범죄 수사권은 증발해버리고, 국가수사총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선 "범행은 그대론데 수사가 없어지면 그건 어떻게 되는 거냐"라고 반문했다. "범죄가 없어지고 범행이 없어지면 수사가 따라서 없어져도 되겠지만 범죄는 그대로 있는데 검찰의 손을 묶어놓는다는 발상은 비상식적"이라는 거다.

섣부른 개혁보단 지금 제도 개선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도 했다. 전 판사는 "한국은 언제나 '개혁, 개혁' 하는데 개혁보단 개선(improvement)을 하는 것에 더 관심을 가지고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대선이 끝나고 나니 향후 어떤 여파나 결과가 초래할지는 생각지도 않은 채 정치적 판단만으로 법을 만들게 되면 그 피해는 누가 감당하냐"며 "너무나 중요한 문제기 때문에 국회에서 청문회나 토론회를 열어 저를 초청한다면, 제 시간 같은 건 상관치 않고 가서 설명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우리 형사사법체계에 대한 아쉬움도 숨지기 않았다. 그는 "미국에선 대배심원(Grand Jury) 제도가 있어서 검사가 기소를 요청하면 시민들이 기소 결정을 내리는데, 한국의 배심재판 제도는 모양새만 갖추고 있고 실질적으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 조금 아쉽다"고 했다. 그는 "미국이 역사는 짧아도 한번 제도가 생기면 300년이 지나도 별로 바뀌는 게 없는데, 한국은 다이내믹 코리아란 말처럼 제도가 너무 빨리 바뀌는 것 같다"고도 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정유진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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