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 암초 만난 尹 '용산공원' 계획..'졸속 합의' 우려도

홍민기 2022. 4. 1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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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집무실이 들어설 국방부 청사 주변에 있는 용산공원 완공을 앞당겨 국민에게 전면 개방하겠다고 약속했는데요.

이를 위해선 용산 미군기지 오염 문제부터 우선 해결돼야 합니다.

하지만 YTN 취재 결과 가장 최근 진행된 기지 주변 조사에서 발암물질인 벤젠이 기준치의 510배 이상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마저도 기지 외부에 대한 수치이고, 내부는 조사조차 못 하는 상황이라고 하는데요.

이 내용 취재한 취재기자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홍민기 기자, 어서 오세요.

먼저 용산 미군기지, 과거에도 환경오염 논란이 불거져 온 것으로 기억하는데, 최근에도 여전하다고요?

[기자]

네, 이미 관련 지적이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죠.

먼저, 용산 미군기지 주변에는 이른바 '관측공' 이 여러 개 있는데요.

땅에 구멍을 뚫어서, 지하수를 채취할 수 있는 곳입니다.

한국농어촌공사와 서울시가 분기에 한 번씩, 1년에 네 번 지하수를 채취해 오염도를 분석하는데요.

저희 취재진도 협조를 받아서 '사우스포스트' 주변에서 지하수를 채취해 봤습니다.

화면을 보면서 말씀드리면요.

녹사평역에서 용산구청 방향으로 기지 담장을 따라 걸어가면, 바닥에 저런 네모난 철판이 있는데요.

저 철판을 열면, 땅속 깊이 박힌 관이 하나 보이죠.

저기에 긴 플라스틱 관을 넣으면, 관 안에 지하수가 차오르는 겁니다.

저게 지하 6m 깊이에서 빼낸 지하수인데요.

겉으로 보기에는 맑아 보였는데, 실제로 냄새를 맡아 보니 기름 냄새가 강하게 났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검은 기름이 둥둥 떠 있기도 했다고 하는데요.

용산 미군기지 주변에는 이런 관측공이 여러 개 있습니다.

국방부 청사 뒤편 '사우스포스트' 지역에는 52개가 있고요.

남영동 전쟁기념관 근처 '캠프 킴'에는 27개가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 지하수에서 발암 물질도 검출됐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앞서 서울시와 관계 당국이 지하수를 채취해 정기적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YTN 취재진이 이 자료를 확보해서 분석해 봤습니다.

지도 화면을 보면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지도 왼쪽이 이태원 동쪽의 '사우스포스트'인데요.

지난해 10월, 저 빨간 관측공에서 발암물질인 벤젠이 기준치의 510배 넘게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벤젠은 아주 낮은 농도에서도 백혈병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물질인데요.

이밖에 다른 관측공에서도 톨루엔, 에틸벤젠 등 다른 유해 물질이 끊임없이 검출되고 있습니다.

전쟁기념관 근처 '캠프 킴' 주변의 오염도도 분석해 봤는데요.

이곳에선 지난 2년 동안 벤젠 등 유해 물질이 검출되진 않았습니다.

다만 TPH, 즉 유류에 의한 토양 오염 정도가 리터 당 900㎎를 기록했는데요.

공원이나 학교 부지에 적용되는 기준치가 리터 당 500㎎인데, 이 수치를 두 배 가까이 넘긴 겁니다.

사실 용산 미군기지 주변 토양과 지하수 오염 문제는 꾸준히 문제가 돼 왔는데, 최근이라 할 수 있는 불과 6개월 전에도 이런 오염이 발견된 겁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담장 안쪽에 대해선 오염 상태를 아예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점입니다.

아무래도 오염의 진원지인 만큼 담장 밖보다 상황이 심각할 것으로 보이는데, 아직 반환이 다 이뤄지지 않아서 안쪽은 조사도 못 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매 분기 지하수를 채취할 뿐만 아니라 조금씩 걷어내서 정화도 하고 있는데요.

정작 오염원에는 접근조차 할 수 없어서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인 상황입니다.

[앵커]

용산공원 조성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 같은데요.

과거엔 어땠나요?

[기자]

용산 미군기지 땅을 반환하고, 이 자리에 국민 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 1990년 노태우 정부 때 처음 나왔습니다.

미군기지 이전 비용을 한국 측이 전액 부담하기로 했는데, 2조가 넘는 비용 때문에 얼마 못 가 흐지부지됐습니다.

그러다가 2001년, 김대중 정부 당시 용산기지 인근 녹사평역 지하에서 기름 유출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사고 당시 주변 주유소 가운데엔 기름이 유출된 곳이 한 곳도 없어서 주한미군 기지가 오염원으로 지목됐는데, 주한미군은 이를 부인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환경부와 미국 측이 공동조사한 결과, 기지 내부 유류 탱크에서 휘발유가 유출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용산공원 조성 여론에 그야말로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됐죠.

이후 논의가 다시 시작된 게 노무현 정부 때인데요.

전시작전권 환수 논의와 맞물리면서 공원 조성을 적극적으로 추진했고, 2007년엔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미국의 재정난과 한반도 안보 등 여러 문제가 얽히면서 계속 미뤄졌습니다.

공원 조성 시점도 노무현 정부에선 2045년까지다, 이명박 정부에선 2027년에 된다, 이렇게 들쭉날쭉했는데요.

결국,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에야 공원 조성 완료 시점을 'N+7년'으로 발표했습니다.

'N년'은 부지 반환 시점을 얘기하는데, 시점을 아직 확정할 수 없다는 얘기고요.

돌려받더라도 공원 조성에는 7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다음 달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는 아직 조성 시점을 못 박진 않았는데, 당선인이 집무실 이전과 함께 조성을 앞당기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서 과연 가능할까, 우려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앵커]

네, 공원 조성이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이렇게 해결이 어려운 이유가 뭔가요?

[기자]

네, 핵심 쟁점은 역시 환경 오염 정화 비용이 얼마나 되고, 이 비용을 누가 낼 거냐 하는 겁니다.

일단 비용을 계산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앞서 2001년 녹사평역 기름 유출 사고도 보셨는데요.

지난 2017년에 국내 시민단체와 환경단체가 미국 국방부에 용산 미군기지 오염과 관련한 정보를 공개하라고 청구해 이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그런데 1990년부터 2015년까지, 용산 미군기지 안에서 발생한 기름 유출 사고만 84건에 달했던 거죠.

이 가운데 사고 사실을 우리 정부에 알린 건 다섯 건뿐이었습니다.

이처럼 주한미군이 아직 밝히지 않은 오염 사고가 더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한미 공동 조사에도 협조하고 있지 않아서 비용 추산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비용을 누가 낼 것이냐도 중요한 쟁점인데요.

2001년에 한미 양국은 SOFA, 주한미군지위협정에서 '환경조항'을 신설했습니다.

이때 도입된 게 이른바 'KISE(키세)' 기준인데요.

인간 건강에 대해 알려진, 임박한, 실질적인, 급박한 환경오염이 일어난 경우에만 원인을 제공한 주체에게 환경 정화를 명령할 수 있다는 조항입니다.

그런데 미국 측은 주한미군 기지 내 오염이 이 '키세'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환경 정화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당연히 이 '키세'에 해당한다는 입장이고요.

이런 문제들이 얽히며 용산기지 부지 반환율은 10%대에 머무르고 있는데, 전체 반환 시점은 역시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앵커]

네, 윤석열 당선인은 용산공원 조성을 앞당기겠다고 말했는데, 그럼 문제는 없을까요?

[기자]

우리 정부는 "일단 오염이 계속 일어나고 있으니, 전체 부지를 돌려받은 다음 우리 돈으로 정화하고, 그 비용을 나중에 청구하겠다." 이런 입장입니다.

이 자체도 사실 실현 가능성이 크진 않아 보이는데, 만약 새 정부가 용산공원 조성 계획을 추진하면서 부지 반환을 앞당길 경우, 협상에 불리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렇지 않아도 오염 정화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미국이, 이 기회에 정화 비용까지 모두 떠넘길 수 있다는 건데요.

한 마디로 아쉬운 건 우리 정부라는 얘기입니다.

환경 단체의 인터뷰 들어보시겠습니다.

[정규석 / 녹색연합 사무처장 : (우리 정부가) 시간을 못 박고 그전에 무조건 반환을 받겠다, 25%든, 100%든 반환을 받겠다면 조건은 딱 하나죠. 미군이 요구하는 모든 조건을 들어줘야 한다.]

오늘 아침 YTN 보도 이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브리핑에서 관련 답변을 내놨는데요.

"집무실 이전과 설치 관련해 실제로 어떤 위험이 있는지, 어떤 방안이 가장 열린 공간일지 고민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안은 결정된 바 없다."는 원론적인 내용뿐이었습니다.

[앵커]

네, 용산공원, 만든다면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요? 현실적인 방안이 있다면요?

[기자]

네, 서울 지도를 보시면, 서울 중심부 2백만 ㎡ 넘는 땅이 용산공원 부지로 텅 비어 있습니다.

이미 국가 공원을 만들기로 법으로 정했기 때문에, 언젠가는 공원을 조성해야 할 땅인데요.

이 문제를 취재하면서 전문가들의 얘기도 많이 들어 봤는데, 오염 정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습니다.

정화 사업 없이 공원을 만들면 오염 물질 등이 지하수를 타고 주변 지역까지 퍼질 수 있다는 건데요.

한 전문가는 용산기지 전체 오염을 정화하는 데만 수조 원 정도는 당연히 들 것이다, 이렇게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모든 오염을 정화할 필요는 없고,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을 정도로만 정화한 뒤 이를 '관리'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이 정도는 이미 우리 기술력으로도 충분하다는 겁니다.

결국, 관건은 속도와 절차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염 책임이 누구에게 있고 정화 비용은 누가, 어떻게 댈 것인지 한미 두 나라 사이에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하고, 이를 위한 충분한 시간도 있어야 합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무리하게 공원 조성을 추진하기보다는 국민 안전과 국익을 우선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오는 이유입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사회1부 홍민기 기자와 얘기 나눠봤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YTN 홍민기 (hongmg122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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