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

김성훈 2022. 4. 1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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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일이었다.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추모 주기를 앞두고 몇몇 직장 동료들에게 사내에서 관련한 작은 추모 행사를 열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을 전했다.

 우리가 특별히 세월호 참사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상에는 동료들의 말처럼 무수히 많은 사건과 안타까운 죽음이 산재되어 있다.

그렇기에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자고 말할 때는 오롯이 그 사건만을 기억하자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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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사회의 역할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

[김성훈 기자]

몇 년 전 일이었다.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추모 주기를 앞두고 몇몇 직장 동료들에게 사내에서 관련한 작은 추모 행사를 열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을 전했다. 내가 다니는 직장이 시민사회 영역에 속해 있기도 하고, 이미 그 전에도 다양한 사내 커뮤니케이션 기획들을 함께 해왔던 동료들이었기에 큰 무리가 없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동료 중 몇 명이 해당 행사에는 관여하지 않겠노라고 말했다. 이유인 즉, 한국 사회 안에는 다양한 사건과 죽음이 존재하는데 세월호 참사만 유독 사회적으로 특별한 대우를 받는 것 같아 점점 공감하기 어렵다는 논리였다. 이미 사고까지 수 년이 흘러 세월호 이슈에 대한 사회적 피로도를 이야기하는 이들도 사실 퍽 많았고, '세월호 사건은 일종의 교통 사고'라고 버젓이 말하는 정치인들도 하나 둘 등장할 때였다.

개인적인 아쉬움은 있었지만 동료들의 해당 결정을 존중해야 했으므로 사내 행사는 예상보다 축소해 진행하자고 최종적으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준비 과정 내내 나는 그 동료들의 말이 가슴에 남았다. 내가 무언가 그에 관한 부연을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나는 왜 그들을 설득할 수 없었을까? 그 이후로 퍽 시간이 지났지만 이제야 나의 대답을 이 자리를 빌려 동료들에게 털어놓고 싶다. 
 
▲ 세월호 참사 8주기를 맞아 416재단에서는 세월호 참사 8주기를 맞아 기억리본 달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기억은 그렇게 행동으로 이어진다.
ⓒ 416재단
 
우리가 특별히 세월호 참사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상에는 동료들의 말처럼 무수히 많은 사건과 안타까운 죽음이 산재되어 있다. 그것을 일일이 기억하고 추모한다는 것은 아마도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몇몇 사건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바로 그 사건들의 대표성을 지니고 있다. 

전태일 이전에도 노동자들의 처우에 대해 고민하고 행동하는 이들이 있었다. 박종철, 이한열 이외에도 민주화의 열망을 꿈꾸는 젊은이들은 많았다. 우리가 그 안에서 온전히 바라봐야 할 대상은 역사 안에서 분절된 한 개인 뿐만이 아니라 그 사건이 드러내는 사회적 맥락일 것이다.

세월호 참사가 기억되어야 할 하는 이유는, 그 가슴 아픈 사연을 넘어 '국가의 역할'과 '사회 구조'에 대한 총체적인 질문을 해당 사건이 대표하기 때문이다. 물론 동류의 사건들도 많았고 모든 사건이 규모나 내부 사연 등으로 그 우위가 감히 재단될 수는 없다. 다만 세월호 참사가 그와 비슷한 질문을 던지는 다른 사건들을 대표하여 사회적 공감대를 부력으로 삼아 비로소 수면 위로 등장했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자고 말할 때는 오롯이 그 사건만을 기억하자는 것이 아니다. '정치적 중립'을 논하며 추모의 영역을 축소하고자 하는 이들의 의도는 일면 수긍할 수 있으나, 인간의 기억력이라는 한계 안에서 그 대표성을 부각해 놓지 않으면 반복되는 삶 속에서 그것들은 쉬이 망각되고 말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시기가 다가오면 다시금 그 아픔 안에 서는 훈련, 국가와 사회의 역할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훈련을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사내 행사를 기획하던 바로 그 자리에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나의 동료들에게 꼭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우리가 세월호를 기억하지 않는다면 당신이 말하고자 했던 다른 죽음과 사건들 또한 기억되지 못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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