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총재 없어도 금리인상 초강수..연내 2% 넘을까

이호연 2022. 4. 14.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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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물가・美 긴축, 만장일치 인상
"고물가 장기화..경기 하방 위험↑"
2.00~2.50%까지 기준금리 올릴 듯
주상영 금융통화위원(의장 직무대행)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한국은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총재 공백 속에서도 기준리를 0.25%p 인상하는 결단을 내렸다. 당초 총재 부재 변수와 경기 둔화 우려로 이달 동결에 무게가 실렸으나, 고물가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공격적 긴축 행보에 더는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인 주상영 금통위원까지 이번 기준금리 인상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물가 상승 압력 확대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한은은 올해 물가 상승률이 4%에 근접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물가를 잡기 위해서라도 추가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4일 통화정책결정회의를 열고 이달 기준금리를 1.25%에서 1.50%로 올렸다. 지난 1월 기준금리를 1.25%로 올린 뒤 2월 금리를 동결했으나 4월 들어 다시 인상한 것이다. 기준금리가 1.5% 수준으로 높아진 것은 2019년 10월 이후 2년 6개월만이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는 1.00~1.25%p로 수준이다.


이날 금통위는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가 아직 취임을 하지 못하면서 주상영 금통위원이 한은법에 따라 의장 직무 대행 자격으로 회의를 주재했다. 시장에서는 총재 부재로 동결을 예상하기도 했으나, 인플레이션 상황이 심각하다는 판단하에 주상영 직무 대행을 포함한 금통위원 6명이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인상에 찬성했다.


이번 금통위의 행보는 총재 공백 상황에서도 금리 인상을 결정하면서 합의제 기구인 금통위의 독립성과 위상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시장 예상을 뛰어넘은 결정의 주요 요인은 고공행진 중인 물가다. 3월 소비자 물가지수는 4.1%대로 10년 3개월만에 4%대를 돌파했다. 기대인플레이션율 역시 2.9%에 달해 7년 11개월만에 가장 높았다.


주 직무 대행은 통화정책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예상보다 물가 상승 압력이 장기화 가능성할 가능성이 있어 총재 공석임에도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은 4% 또는 그에 근접한 수준으로 상승률이 올라갈 것”이라고 관측했다.


여기에 다음달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한 번에 0.50%p 올리는 ‘빅스텝’이 임박한 것도 금리 인상을 뒷받침했다. 한은은 미국 등 주요국 통화정책을 고려해 완화정도를 적절히 조정한다는 방침을 밝히며, 올해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관건은 인상 시기와 속도조절이다.


ⓒ 뉴시스

시장에서는 한은이 연말까지 두 차례 이상의 추가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점치는 분위기다. 인플레이션을 해소하고 미국의 빅스텝에 대응하려면 한국의 기준금리가 연내 최소 2.00%까지는 높아져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채권시장에서는 기준금리 2.5%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11일 3.186%를 기록하면서, 2013년 12월(3.006%) 이후 8년 4개월 만에 3%를 돌파했다. 이같은 금리 급등은 기준금리가 2.5%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기준금리가 2.5%로 오를려면 한은은 남은 4차례 금통위에서 연속으로 금리를 올려야 한다.


다만 기준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면 대출자들의 이자 상환 부담이 가중된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 대내외 악재로 경기 성장 둔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 주 직무 대행 역시 이를 고려해 경제성장률을 기존 전망치(3%)보다 하향 조정할 것을 시사했으며 “오늘의(금리인상) 결정은 물가 상방 위험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경제 하방 위험도 종합적으로 균형있게 고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은은 이날 금통위에서 하반기 들어서부터 국내 경기가 둔화되는 양상을 보일 경우에 금리 인상의 속도과 둔화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면서도 “한은이 높은 물가에 대응하것이 우선인만큼, 오는 5월과 7월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신얼 SK증권 연구원은 “만장일치 인상과 대조적으로 물가와 성장을 균형 있게 살피겠다고 한 금통위 기자회견은 덜 매파적이었다”면서도 “선제적인 물가 대응 차원의 5월 또는 7월 금통위에서 추가로 금리 인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올해말 기준금리는 기존 2.00%를 유지하는 가운데 분기별 1회가 아닌 3분기까지 압축적으로 진행될 수 있겠다”며 “경기와 물가의 종합적 고려 가능성을 인식한 가운데, 이날 충분히 언급되지 않은 가계부채에 대한 신임 한은 총재의 스탠스가 향후 정책 경로의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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