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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식에 이분들 초청했으면..尹시대, 한·일관계 먼저 할 일 [뉴스원샷]

유지혜 입력 2022. 04. 16. 05:00 수정 2022. 04. 16.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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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1일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통화하는 윤석열 당선인과 지난 4일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하는 기시다 일본 총리. 연합뉴스


유지혜 외교안보팀장의 픽 : 새로운 한‧일 관계

5월 출범할 윤석열 정부가 맞닥뜨린 외교적 난제를 꼽자면 수도 없다. 언제든 고강도 도발을 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인 북한의 위협, 미‧중 간에 갈수록 치열해지는 전략 경쟁 등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다.

하지만 사실 이를 생각보다 쉽게 풀어나갈 수 있는 숨은 고리가 있다. 바로 일본이다. 한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이웃국가인 일본과 상당수의 안보 현안에서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공조가 용이하다는 뜻이다.

단적인 예로 북한의 미사일 위협만 봐도 그렇다. 비핵화의 방법은 대화가 돼야 하지만, 북‧미가 당사자가 되는 비핵화 대화에서 ‘스몰 딜’에 대한 우려는 항상 존재한다. 미국 본토에 위협이 되는 장거리 미사일 제거를 우선시할 경우 한국을 직접 위협하는 단거리 미사일 문제는 간과되기 쉽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함께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한‧일은 북한의 중‧단거리 미사일로 인한 안보 위협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18일 북한은 전날 전술유도탄 검수사격시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그래서 문재인 정부가 한‧일 관계를 최악의 상황으로 곤두박질치도록 방치 내지는 조장한 것은 북핵 위협을 비롯해 여러 안보적 현안을 다루는 데 있어 스스로를 불리한 위치에 몰아넣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누가 원인을 제공하기 시작했는지 따지기 시작하면 비난받아야 할 쪽은 일본이다. 부당한 경제 보복 조치를 취하고, 과거사 문제에 대해 진정성 있는 태도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외교력이란 건 ‘그래서’가 아니라 ‘그럼에도’를 해내는 것이다. 단교할 게 아닌 이상은 그럼에도 한‧일 관계를 이 정도까지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정부가 지금보다는 더 노력했어야 한다.

그러기는커녕 오히려 국내정치적으로 반일 감정을 활용하며 대결 구도로만 몰아간 게 문 정부의 패착이다. 그사이 갈등의 근원인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한 국내적 노력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접견실에서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스1

5년의 터널을 지나 이제 드디어 한‧일 관계 개선의 환경이 조성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이에 대한 의지를 보였고, 일본에서도 문 정부가 물러나는 것만으로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하지만 최근 일본발 보도를 보면 윤 정부는 이런 기대감을 충족하는 게 아니라 기대감을 하향 조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걱정부터 앞선다.

지난해 9월 미 백악관에서 열린 쿼드 정상회의. EPA=연합뉴스

윤석열 당선인이 취임 직후인 5월 말 쿼드(미국, 일본, 호주, 인도 간 안보협의체) 정상회의에 옵서버로 참석하길 바라며 ‘비공식’으로 방일을 타진했다는 14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가 대표적이다. 비공식이라는 표현 자체가 수상한 데다 출처도 일본 정부 당국자가 아니라 ‘쿼드 참가국 고위 관료’로 돼 있다.

물증은 없지만, 국내외적 반응을 보려는 모종의 ‘떠보기’ 아닌가 하는 심증이 강하게 든다. 아니나 다를까,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보도 직후 “우리나라에 대해 (한국 대통령의 방일 의사가)타진이 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보도 출처가 일본도 아니고, 게다가 비공식 타진이라니 반박하기도 쉽다. 이에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즉각 “전혀 논의된 바 없다”고 선을 그은 것은 물론이다.

대선이 끝나고 계속 이런 식이다. 윤 당선인의 취임식에 보낼 축하 사절에 대한 이야기는 한 줄도 보도되지 않으면서, 한국이 일본에 정책협의단(특사단)을 보낼 계획이라는 보도는 계속 회자한다.

시작부터 이런 식의 ‘밀당’은 곤란하다. 한국 쪽에서 아무리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해도 일본이 호응할 의지가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날 것 아닌가.

제68주년 해양경찰의 날을 맞이한 지난해 9월 6일 경상북도 울릉군 독도 인근 상공에서 바라본 독도 전경. 사진공동취재단

정책협의단만 하더라도 쉽게 결론내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4월 말이나 5월 초 무렵에는 일본이 연례적으로 외교청서를 공개하는데, 보나 마나 이번에도 독도에 대한 억지 주장을 담을 게 뻔하다. 정책협의단을 일본에 보낸다면 공교롭게도 4월 말이 적기다. 우리의 영토 주권을 대놓고 부정하는 일본에 윤 당선인이 어떻게 흔쾌히 정책협의단을 보내겠는가.

우선 일본은 과거사에 대한 반성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한국이 해결책을 만들어와야 한다’는 식의 고압적 자세로 일관하는 한국 때리기를 그만둬야 한다. 그걸로 충분하다는 게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위한 기본 중의 기본이다.

지난 2018년 10월 일본 전범기업이 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하라는 대법원 판결 뒤 원고 이춘식 할아버지가 심경을 밝히고 있다. 김상선 기자

윤석열 정부는 관계 개선을 위한 일본과의 협의에 앞서 양국 간 갈등의 근원인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한 국내적 노력부터 해야 한다. 시작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 또 듣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법원에서 나온 판결의 틀에만 얽매이면 과거사 문제와 한‧일 관계를 동시에 해결하는 건 백만년이 지나도 불가능하다. 피해자들이 원하는 ‘매듭’의 방식도 다양하고, 이는 국가가 얼마나 성의 있게 이들의 목소리를 듣는지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우선 윤 당선인이 직접 피해자들을 만나거나, 이들을 취임식에 초청하는 것은 어떤가. 일본에 강경한 메시지를 주자는 게 아니라, 힘없는 나라에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평생을 고통 속에 산 피해자들을 위해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도리라는 차원에서 말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달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도 생각한다. 만약 2015년 위안부 합의 때 이를 전후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피해 할머니들을 청와대로 모셔 식사라도 대접하며 충분히, 진정성 있게 상황 설명을 하고 의견을 들었다면 어땠을까. 합의의 본질이 달라지진 않았더라도 이후 불어닥친 거센 반대의 양상은 달라졌을 수 있다.

윤 정부에서는 지나고 난 뒤에야 이런 ‘아쉬운 가정’을 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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