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8주기 기억식 "잊지 않을게요, 그날을"

박용근·강현석 기자 2022. 4. 17.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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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세월호참사 8주기인 16일 전남 진도군 세월호 사고 해역에서 열린 ‘4.16세월호 참사 8주기 선상추모식’에서 희생자 유가족들이 경기 안산 단원고에서 가져온 벚꽃을 들고 있다. / 권도현 기자
세월호참사 8주기인 16일 전남 진도군 세월호 사고 해역에서 열린 ‘4.16세월호 참사 8주기 선상추모식’에서 희생자 유가족들이 사고 해역에 헌화를 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권도현 기자

304명의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8년. 세월이 흘러가도 ‘안타까운 그 날’에 대한 반성과 교훈은 더 깊어져 간다. 16일 세월호 참사 8주기를 기리는 행사가 경기 안산과 전남 진도 해상, 목포 등에서 열렸다.

이날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 단원고가족협의회 유족과 지인 44명과 4.16재단 관계자 등 76명이 목포 해경 소속 경비함 3015호에 올랐다. 매년 한번씩 다녀가는 길이었지만 올해는 또다른 비통함이 몰려왔다. 뱃길로 96km, 꼬박 3시간을 달렸다. 세월호가 침몰한 통곡의 바다 맹골수도는 여전히 거센 풍랑이 일고 있었다.

시계 초침이 세월호 침몰 시간인 10시 30분을 가르켰다. 고 김빛나라양의 어머니 김정화 협의회 운영위원장이 소중히 챙겨온 파란 봉투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안에서 얼굴을 내민 것은 하얀 벚꽃들이었다.

김 운영위원장은 “아이들이 봄이 되면 학교 벚꽃을 보고 많이 좋아했다. 아이들에게 벚꽃을 보여주기 위해 가져왔다. 단원고를 찾아 가는 일은 정말힘든 일이었지만 아이들의 미소를 생각해 직접 단원고에서 따 왔다”고 말했다. 그는 참석자들에게 일일히 벚꽃을 나눠주었다.

세월호참사 8주기인 16일 전남 진도군 세월호 사고 해역에서 열린 ‘4.16세월호 참사 8주기 선상추모식’에서 희생자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권도현 기자

고 김빛나라양의 아버지 김병권씨가 추도사를 읽어 내려갔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하는 나의 딸아. 벌써 스물여섯 살이 되었구나. 아빠는 8년이라는 시간 동안 너를 한 번도 잊어본 적이 없구나. 살아 있었다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해 어엿한 성인이 돼 있을 우리 딸,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보고싶다.”

이어진 헌화식에서 유가족들은 국화와 함께 단원고에서 가져온 벚꽃을 사고 해역에 뿌렸다. 경비함이 사고해역을 10여분 간 선회하는 동안 참석자들은 난간에 기댄 채 사고해역을 바라보며 오열했다. 일부 유족들은 경비함이 사고해역을 떠날 때까지 국화꽃을 손에서 놓지 못한 채 하염없이 노란 부표만을 바라봤다.

유족들은 세월호 선체가 있는 목포신항으로 돌아왔다. 이곳에서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던 추모식은 사회를 맡은 고 이호진군의 아버지 이용기 협의회 대변인이 현수막 사진 순서대로 희생학생 250명의 이름을 부르면서 다시 가라 앉았다. 유족들은 세월호 선체를 조용히 돌아본뒤 추모식을 마무리했다.

세월호참사 8주기인 16일 전남 진도군 세월호 사고 해역에서 열린 ‘4.16세월호 참사 8주기 선상추모식’에서 희생자 유가족들이 사고 해역을 바라보고 있다. / 권도현 기자

이날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는 유가족과 정부 관계자, 여야 정치인, 일반 시민 등 299명이 참석한 가운데 8주기 기억식이 열렸다.

희생자를 기리는 묵념으로 시작된 추모행사는 내빈 추도사,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과 시민들의 편지·메시지 낭독, 416 합창단의 공연 등 순서로 진행됐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추도사를 통해 “대한민국 정부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 정부를 대표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나가겠다는 유가족과 국민의 소중한 뜻을 정부가 받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은 “304명 희생자가 못다 이룬 꿈을 새로운 내일의 희망으로 열어가겠다”며 “하늘의 별로 오른 희생자들의 꿈이 이 땅에 희망으로 피어 빛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생존 단원고 학생인 장애진씨는 “구할 수 있었는데 구하지 않은 것은 사고가 아니다. 세월호 참사는 사고가 아니다”라고 강조한 뒤 “친구들아, 많이 지치고 힘들 부모님들과 나를 꿈속에서라도 나와서 껴안아 주고 가, 많이 보고 싶다”며 울먹였다.

이날 오전 세월호 선체가 보존 중인 전남 목포신항에서는 20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세월호잊지않기목포지역공동실천회의 주최로 기억식이 열렸다.

성역 없는 진상규명과 생명안전사회 건설을 구호로 열린 이번 기억식에는 사전 신청한 추모객과 시민단체 활동가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선체 앞에 모인 이들은 추모 음악공연, 시 낭송, 몸짓 퍼포먼스 등 여러 가지 추모 프로그램으로 희생자들을 기렸다.

5·18 민주화운동 역사 현장인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광장에서도 세월호 광주시민상주모임이 기억식을 열어 참사를 잊지 않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 것을 다짐하는 시간을 가졌다.

인천가족공원 추모관에서는 4·16 재단이 주최한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식이 열렸다. 이곳에는 단원고 학생과 교사를 제외한 일반인 희생자 41명의 봉안함이 안치돼 있다.

박용근·강현석 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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