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국민청원도 무산..추가 배송비 해결, 산 넘어 산

허지영 입력 2022. 4. 1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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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물가만큼이나 '헉' 소리 나는 게 있습니다. 바로 배송비입니다. 물건이 배나 비행기를 타고, 바다 건너 제주에 오기 때문에 추가되는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은데요. 추가 배송비 때문에 제주에선 프랜차이즈 햄버거와 치킨도 더 비싼 값을 주고 먹어야 합니다. KBS는 제주 추가 배송비 실태와 대안을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보겠습니다.

제주도가 직접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2020년 11월, 제주도는 제주녹색소비자연대와 함께 제주 추가 배송비 문제를 해소해달라는 취지의 국민청원을 올렸습니다.

제주도는 "(도서 산간 지역 주민들이) 업체에 따라 적게는 천5백 원에서 많게는 2만 원을 추가로 내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부당하게 과도한 추가 배송비를 내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가 합리적인 기준과 관련 제도를 조속히 마련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국민청원은 청와대 답변 기준 20만 명을 한참 밑도는, 만 7천여 명 참여를 끝으로 종료됐습니다.

■ 국민청원 무산되고, 관련 법안은 계류 중

지역 국회의원들이 나서기도 했지만 뚜렷한 진척은 없었습니다.

오영훈 국회의원(제주시 을)은 2018년과 2020년, 택배 사업자들에게 택배 요금을 신고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택배사들이 택배 요금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면서 추가 배송비가 발생하는 섬 지역 주민들의 부담이 가중됐다며, 신고된 요금을 토대로 택배 요금의 적정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에서입니다.

위성곤 의원(서귀포시)과 송재호 의원(제주시 갑)도 지난해 도서 산간 지역 등 물류 취약지역에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잇따라 발의했습니다.


하지만 법안들은 모두 국회 상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했습니다.

택배 업계 반발이 거셌고, 정부도 난색을 보였다는 게 국회의원실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택배사들은 택배 요금의 원가를 공개하면 요금 담합이나 출혈 경쟁이 생길 수 있다며 반발하고, 정부는 추가 배송비가 발생하는 지역에 비용을 지원하면 지역 형평성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는 겁니다.

■ 제주도민이 직접 해결? 주민 조례안 제출됐지만…

결국, 제주도민들이 팔을 걷어붙이기도 했습니다.

진보당이 제주도민 4천여 명의 서명을 받아 '제주도 택배 표준 도선료 조례안'이란 제목의 주민 조례안을 제주도의회에 제출한 겁니다.

주민 조례안은 추가 배송비 관련 종합계획을 제주도가 3년마다 수립하고, 택배 원가 조사 등을 추진할 제주도 차원의 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습니다.

제주도의회 담당 전문위원실 검토 등을 거쳐 올해 상반기 중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 명의로 발의될 예정입니다.


KBS 취재진은 주민 조례안에 대한 도의원들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도의원 42명 전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조사 결과, 응답 의원 40명 중 60% 이상이 조례안에 찬성했습니다.

하지만 주민 조례안의 미래가 마냥 장밋빛인 건 아닙니다.

조례안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보류' 의견을 내놓은 의원들도 있었습니다. 제주도민들의 세금 부담으로 이어지는 만큼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고, 궁극적으로 제주도가 아닌 국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였습니다.

다가오는 6월 지방선거 전까지, 조례안이 제주도의회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번 지방선거에 당선될 도의원들이 주민 조례안을 심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제주 추가 배송비 문제를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① "정부 기본계획에 추가 배송비 내용 반영해야"

한 전문가는 정부의 5개년 기본계획에 추가 배송비 관련 내용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국토부는 지난해 시행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에 따라 올해 관련 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입니다.

국가 정책의 큰 방향성을 설계하는 계획인 만큼, 이 기본계획에 추가 배송비 관련 내용이 반영되도록 제주도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겁니다.

한승철 제주연구원 연구위원은 "추가 배송비 문제는 제주도와 도서 산간 지역 주민들의 물류 기본권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정부의 기본계획에 관련 내용이 포함돼야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② "지자체 중심 협의체가 추가 배송비 적정한지 따져봐야"

지자체들이 협의체를 꾸려, 추가 배송비가 적정하게 부과되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제주도가 추가 배송비를 부담하는 지자체와 협의체를 꾸린 뒤, 정부와 택배업계를 불러모아 추가 배송비가 적정한지 조사를 추진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태형 한국교통연구원 물류연구본부장은 "지자체 중심 협의체를 꾸려 추가 배송비 적정성을 조사할 주체와 예산 책정, 추진 방법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6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시도지사 간담회


③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추가 배송비 부담 전달해야"

추가 배송비 부담을 차기 정부에 전달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옵니다.

양덕순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중심이 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추가 배송비를 지역 의제로 던져주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행히 KBS 보도 이후, 제주도는 추가 배송비를 제주 지역 주요 현안에 포함해 윤석열 당선인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전달했습니다. 차기 정부가 이 현안을 채택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대목입니다.

취재진이 지역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 달린 댓글 일부.


다행히 국민권익위원회가 추가 배송비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권익위는 지난해 6월 제주에서 추가 배송비 문제 해결을 위한 간담회를 한 뒤, 제주도를 포함한 도서 산간 지역의 추가 배송비 실태조사를 했습니다.

현재 정부 각 부처에 제시할 권고안 초안을 마련했는데, 행안부와 국토부, 해수부 등 주요 부처의 의견을 수렴하는 대로 자체 심의를 거쳐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 권고안을 낼 예정입니다.

다만 이 권고안은 말 그대로 권고에 그칩니다. 권고안 수용률이 90% 이상이라는 게 권익위 설명이지만, 권고안을 이행하는 건 각 부처 몫입니다.

제주 추가 배송비 문제는 올해 안에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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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영 기자 (tangerin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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