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감사원 "文케어로 뇌 MRI 등 남발.. 건보 재정 낭비"

조백건 기자 2022. 4. 1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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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인수위에 특감 보고
뇌 MRI 검사 3년새 10배.. 새벽 3시에 찍기도
감사원 전경 ./뉴스1

감사원이 현 정부의 건강보험 적용 확대 정책인 이른바 ‘문재인 케어’에 대한 특감을 벌인 결과, 정부의 심사 부실로 건보 재정이 과다하게 지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고한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문재인 케어’는 현 정부 핵심 보건·복지 사업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감사원은 작년 11~12월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상대로 ‘건강보험 재정 관리 실태’ 특감을 벌였다. 이를 토대로 감사원은 최근 인수위에 ‘뇌 MRI(자기공명영상) 등 건강보험 보장 확대 항목의 심사 부실로 의료비가 과다 지출된 문제점을 확인했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현 정부 들어 건강보험이 적용된 대표적 항목인 뇌 MRI 등 ‘건강보험 보장 확대 항목’ 전반에서 재정 낭비가 있었다는 뜻이다. 사실상 ‘문재인 케어’를 직격한 감사 내용을 인수위에 보고한 것이다. 감사원은 현재 ‘문재인 케어’로 인한 재정 과다 지출액의 규모 등을 산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 과정에서 고액의 사업 소득을 축소하는 수법으로, 직장에 다니는 자녀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고소득·미등록 사업자’ 사례도 다수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연간 3400만원을 넘는 소득이 있으면 피부양자 자격을 박탈당하는데, 사업 소득이 이를 훌쩍 넘는 ‘가짜 피부양자’들을 복지부 등이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또 “건강보험은 다른 사회 보험과 달리 외부 심의가 없는 폐쇄적인 보험 정책 결정 구조를 갖고 있다”고 인수위에 보고했다고 한다. ‘문재인 케어’ 사례처럼 건강보험 적용 범위, 수가 등 보험 정책의 큰 방향을 결정하는 과정에 정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걸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전경./뉴시스

‘문재인 케어’는 2017년 62.7%였던 건강보험 보장률(진료비 중 건강보험에서 부담해주는 금액의 비율)을 2022년엔 70%까지 끌어올리는 정책이다. 현 정부 임기 내 30조6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기존에 건강보험이 되지 않던 비급여 3800여 개 항목을 급여화하겠다는 것으로, 이 중 뇌 MRI의 건강보험 적용은 ‘문재인 케어’의 상징적 혜택으로 많이 거론됐다.

그런데 시행 초기부터 의료계를 중심으로 ‘건강보험 재정 낭비’ 우려와 함께 ‘속도 조절론’이 나왔다. 중환자실, 외과 수술, 소아 심장 수술처럼 환자 생명과 직결되는 곳에 재정을 우선 투입하고, 전반적 보장성 확대는 점차적으로 늘려가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보장성 확대에만 치중할 경우 시급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보험 적용이 되는 고가의 검사를 받으려 해 재정 누수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실제 ‘문재인 케어’ 시행 후 두통 환자들까지 뇌 MRI를 찍는 사례가 급증했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작년 8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두통으로 뇌 MRI를 촬영한 환자는 7899명이었다. 그런데 2018년 10월 ‘뇌 질환 MRI 검사’의 건강보험 적용 후 환자 부담은 기존 38만~66만원에서 9만~18만원으로 줄었다. 그러자 2019년엔 뇌 MRI 검사 인원이 10만6698명으로 2017년 대비 13배 폭증했고, 2020년에도 8만2082명에 달했다. 수요가 폭발하자 입원 환자들은 새벽 3시에 자다가 일어나 MRI를 찍고, 외래 환자들은 새벽 5시에 촬영을 하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한다. 국내 MRI 장비도 ‘문재인 케어’ 시행 3년 만에 279대 늘어 1775대가 됐다. 인구 대비 세계 최다다.

감사원이 이번에 ‘뇌 MRI 등 건강보험 보장 확대 항목의 심사 부실로 의료비가 과다 지출됐다’고 한 것은 정부가 이런 ‘과잉 검사’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해 국민이 낸 보험료가 낭비됐다는 뜻이다. ‘문재인 케어’의 재원을 대기 위해 건강보험료율은 계속 올랐다. 2018년 2.04%, 2019년 3.49%, 2020년 3.2%, 작년엔 2.89% 인상됐다. 박근혜 정부 때는 최대 인상 폭이 1.7%였다.

감사원 안팎에선 “진작에 해야 할 감사를 또 정권 교체기에 해서 불필요한 논란을 빚게 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전직 감사원 간부는 “애당초 문제 제기가 많았던 이 사업 감사를 더 빨리 했다면 국민 세금이 낭비되는 사례를 상당히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감사원이 눈치를 보다가 정권 힘이 빠질 때 정권 역점 사업을 감사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감사원은 현재 이 감사 내용을 정리 중이다. 감사 결과는 새 정부 출범 후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뇌 MRI의 경우 그렇게까지 과다하게 재정이 투입되진 않을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최종 발표하면 그 내용을 보고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또 복지부가 고소득 사업자 등 ‘가짜 피부양자’를 걸러내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국세청과 함께 피부양자의 정확한 소득 파악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고, ‘건강보험 정책 결정 구조가 폐쇄적’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보험 수가, 적용 범위 등을 결정하는 복지부 소속 건강보험정책심의위에는 관련 단체와 의료 협회 관련자 등 외부 인사가 다수 참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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