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출연 '유퀴즈' 방송 후 시청자들 비판 쏟아져

고희진·정대연 기자 2022. 4. 2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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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일 방송, 유재석 “(나오신다고 해서) 저희도 갑자기 당황스럽다”
윤석열 “국민들이 많이 보는 프로라고 해서…안 나올 걸 그랬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출연한 tvN 인기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록>(유퀴즈)이 지난 20일 방영됐다. 보통 사람의 이야기를 표방하는 프로그램에 정치인이 출연한다고 하자 방영 전부터 시청자 반발이 컸다. 윤 당선인은 4명 중 1명의 게스트로 약 20분 출연했다. 진행자와 윤 당선인 간 질의응답이 빠르게 오가는 상황이 이어졌고, 평소 프로그램 분위기와 다르게 편집도 무미건조했다는 평이 많았다. 우려됐던 대통령 당선인 미화 논란은 없었으나, 진보·보수 커뮤니티 모두 비판적 시청평이 많았다. 일부 보수 커뮤니티에서는 방송국이 ‘일부러 편집을 건조하게 했다’는 비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지난 20일 tvN 인기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게스트 4명 중 1명으로 출연했다. tvN 제공


윤 당선인의 <유퀴즈> 출연은 지난주 녹화 사실이 알려진 순간부터 비난과 화제를 몰고 왔다. 방송 전까지 프로그램 게시판에 1만건 가까운 비판 글이 올라왔다. 코로나19 이후 방송 녹화를 길거리에서 실내로 전환하며 사전 섭외한 인물들이 출연하긴 했지만, 이 방송은 기본적으로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우연히 만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이다. 정치인으로는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등이 출연한 바 있지만,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로서 김 의원의 특색이나 인간적인 면모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논란을 의식했는지 진행자인 유재석씨는 윤 당선인에게 “저희도 갑자기 당황스럽다”며 출연의 이유를 물었다. 윤 당선인은 “국민들이 많이 보시고 좋아하는 프로라는 얘기를 해주셔서 (보좌진 등이) 한 번 나가보라고 해서 나오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에 유재석씨는 “한편으로는 부담스럽기도 하고 여러 가지가 또 저희 입장에서는 그렇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고, 윤 당선인은 “안 나올 걸 그랬나?”라고 답하며 농담조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20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윤 당선인이 민트 초코 맛을 좋아하는 ‘민초파’라는 것, 사법고시 9수 시절의 이야기 등이 이어졌다. 출연자들의 모습도 보통 때보다 경직돼 보였고, 평소 감성적 음악과 자막을 다양하게 사용하는 프로그램답지 않게 편집도 다소 무미건조했다.

방송이 끝나고 디씨인사이드, 클리앙, 여성시대 등 진보·보수 성향 커뮤니티를 막론하고 비판적인 시청평이 올라왔다. 진보 성향 커뮤니티에서 ‘윤 당선인이 출연한 것 자체가 문제다’ ‘유퀴즈 불매하겠다’는 글이 이어졌고, 보수 성향 커뮤니티에서도 ‘tvN이 좌파를 의식해 일부러 편집을 재미없게 했다’며 역시 ‘불매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한 시청자는 ‘대통령의 예능 출연은 문제 없지만, 보통 사람 이야기를 듣는다는 프로에 나온 것은 맞지 않다’며 윤 당선인이 출연 프로그램을 잘못 골랐다고 평했다. 처음으로 대통령 당선인이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이 됐지만, <유퀴즈>는 방송 시작 전부터 끝까지 여기저기서 악평을 받은 셈이 됐다.

방송사나 프로그램이 정치적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되는 것에 대한 시청자의 거부감이 이 같은 반응을 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MBC 직원들이 정치권의 방송 장악 의도에 반발해 장기 파업을 한 것은 유명하다. CJ 계열사인 CJ ENM에서 제작하는 tvN도 비슷한 풍파를 겪은 바 있다. 2012년 tvN에서 방영한 <SNL코리아>의 한 코너였던 ‘여의도 텔레토비’는 신랄한 정치풍자로 인기를 끌었지만, 이후 정치권의 간여로 결국 방송이 중단됐다는 의혹을 받았다.

화제성에 비해 시청률은 평이했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와 TNMS에 따르면 이날 방송분의 전국 유료플랫폼 가입 가구 기준 시청률은 각각 4.4%, 3.5%로 닐슨은 전주(3.8%)보다 높고, TNMS는 전주(3.9%)보다 낮았다. TNMS에 따르면 특히 평소보다 30대 여성의 시청 이탈이 컸다고 한다. <유퀴즈>는 평소 4~5%대 시청률을 기록해왔다.

방송 이후 <유퀴즈> 공식 홈페이지와 네이버 TV 등에 올라오는 다시보기 영상에 21일 오후 현재까지 전날 출연한 4명의 게스트 중 윤 당선인 출연 분량만 업로드되지 않았다. tvN 측은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한편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글에서 “작년 4월과 그 이전에 청와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이발사, 구두수선사, 조경 담당자들의 (유퀴즈) 프로그램 출연을 문의한 바 있다”며 “그때 제작진은 숙고 끝에 CJ 전략지원팀을 통해 ‘프로그램 성격과 맞지 않다’는 요지로 거절 의사를 밝혔다. 우리는 제작진 의사를 존중해 더 이상 요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희진·정대연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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