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J노믹스]③ 최저임금 급속 인상 쇼크..자영업 사장님 30만명 사라지고, 저소득층 소득 줄어

세종=이민아 기자 2022. 4.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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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5년 결산]
2018년 최저임금 16.4% 인상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5년간 30만명 감소
文정부 출범 후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 비율 증가
5인 미만 사업장 최저임금 미만율 33.6%
17시간 미만 초단기 일자리 급증
전문가 "文정부 최저임금 인상, 취약계층 소득 증가 효과 없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소상공인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1월 7일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상가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근로자의 임금 소득을 높여 경제성장을 이룬다는 소득주도성장을 핵심 경제 정책으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는 2018년 최저임금을 16.4%(1060원) 인상했다. 2001년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었다. 최저임금을 높여 고용 취약 계층의 소득을 늘리면 소비와 생산이 연쇄적으로 증가해 경제 성장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 나온 결정이었다.

그러나 계산은 빗나갔다. 2018년 연간 취업자수는 전년대비 9만7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취업자가 30만명 늘어난 2017년에 비해 3분의 1 토막이 난 것이다. 반면, 실업자는 107만명으로 당시로서는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을 견디지 못한 자영업자들이 고용원을 줄이면서, 저숙련·저소득 일자리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인건비 상승에 따른 부담을 견디지 못해 폐업을 하는 자영업자도 속출했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30만명 감소했다. 자영업자 30만명이 비용부담을 견디지 못해 직원을 내보내고 ‘나홀로 사장님’이 됐거나, 장사를 접었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커진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 등 코로나19 방역으로 인한 영업 제한 영향 뿐만 아니라 2018~2019년 최저임금을 2년 간 30%나 끌어올린 영향이 더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근로자외 가구)의 사업소득은 2018년 1분기부터 2020년 4분기까지 12분기 연속 감소했다. 근로자들의 근로 조건도 악화됐다. 오랜 시간 한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줄어들고 ‘초단기 일자리’는 대폭 늘었다. 최저임금보다 낮은 급여를 받는 사람의 비중은 증가했다. 취약 계층을 위한다는 정책이 가장 먼저 취약 계층에 타격을 입혔다.

그래픽=손민균

◇직원 둔 사장님, IMF때만큼 줄었다

지난해 결정된 올해 최저임금은 1년 전보다 5.05%(440원) 오른 9160원이다. 문 정부 초기 두자릿수 인상률을 나타냈던 최저임금은 임기 중반을 지나며 뚝 떨어졌다. 정부는 지난 2018년(16.4%)과 2019년(10.9%)에 최저임금을 대폭 올렸다. 2018년은 지난 2001년 16.6% 인상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었다. 급속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최저임금 인상률은 둔화됐다. 최저임금은 2020년에는 2.9%(240원), 2021년 1.5%(130원), 2022년 5.05%(440원) 올랐다. 2021년의 1.5% 인상률은 지난 1988년에 최저임금 제도가 도입된 이후 가장 낮은 인상률이다.

최저임금 인상률 급증 행보에 제동이 걸린 것은 임금 인상에 따른 효과가 정부의 기대와 달리 부작용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직원을 두고 일 하는 자영업자의 수가 줄어든 것이 대표적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의 수는 131만명이었다.

문 정부 임기 내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2017년 161만명 ▲2018년 165만명 ▲2019년 154만명 ▲2020년 137만명 ▲2021년 131만명으로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를 나타냈다. 이들은 고용원을 두지 않고 혼자 일하는 나홀로 사장님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2017년 407만명 ▲2018년 399만명 ▲2019년 407만명 ▲2020년 416만명 ▲2021년 421만명이었다. 약 14만명이 증가했다.

이는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161만명)보다 30만명 감소한 것이다. 직원을 고용할 정도로 사업 규모를 갖춘 자영업자들이 5년 사이 20% 가량 사라진 것이나 다름 없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수가 130만명대로 줄어든 것은 외환 위기를 겪은 1998년(139만명)과 1999년(135만명) 이후 처음이다. 이같이 직원을 채용한 사장님이 급감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이후 자영업자의 사업소득이 장기간 감소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2~4분기 동안 완만하게 증가한 전국 2인 이상 근로자외 가구의 사업소득은 16.4% 인상된 최저임금이 시행된 2018년 1분기부터 12분기 연속 감소했다. 2018년 4분기에는 사업소득 감소폭이 10%에 이를 정도로 심각했다. 2018년에 비해 최저임금이 10.9% 오른 2019년에도 자영업자의 사업소득 감소는 계속됐고, 2020년에는 코로나 감염증까지 겹쳐 자영업자들의 소득 활동이 극도로 위축됐다.

그래픽=이은현

◇최저임금 인상 효과, 대규모 사업장 근무하는 고소득층에 집중

인상된 최저임금이 취약계층의 고용의 질을 개선시켰는지도 미지수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최저임금보다 낮은 급여를 받는 근로자는 늘어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통계청의 ‘2021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원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법정 최저임금(시급 8720원)을 받지 못하는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는 321만5000명으로, 전체 임금근로자의 15.3%에 이르렀다.

문재인 정부가 2018~2019년 동안 최저임금을 30% 가량 올렸지만,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근로자 비율(최저임금 미만율)은 오히려 증가세다. 2017년 13.3%였던 최저임금 미만율은 ▲2018년 15.5% ▲2019년 16.5% ▲2020년 15.6% ▲2021년 15.3%으로 늘었다. 최저임금보다 낮은 급여를 받는 근로자의 수가 최저임금 인상 후 더 늘어나는 ‘역주행’이 발생했다.

특히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았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 379만5000명 중 33.6%인 127만7000명이 최저임금보다 낮은 급여를 받았다. 30인 미만 사업장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22.1%로 30인 이상 사업장(5.8%)의 4배였다. ▲5인 미만 사업장은 33.6%, ▲5~9인 사업장 20% ▲10~29인 사업장 14.7%의 최저임금 미만율을 나타냈다. 3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장의 경우에는 278만6000명 중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은 2.7%(7만5000명)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중견·대기업에 근무하는 고소득 근로자에 집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서 소득 1분위와 5분위의 코로나19 확산 이전 기간(2018~2019년) 소득 추이를 살펴보면, 2018년 1분기부터 2019년 3분기까지 7개분기 연속 소득 하위 20%의 소득은 8분기 연속 1년 전보다 감소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 ▲2018년 1분기 -13.3% ▲2018년 2분기 -15.9% ▲2018년 3분기 -22.6% 씩 감소하다, 2018년 4분기 들어서는 소득이 36.8% 감소하기에 이르렀다. 이후에도 ▲2019년 1분기 14.5% ▲2019년 2분기 15.35% ▲2019년 3분기 6.5% 줄었고, 2019년 4분기엔 6.5% 증가했다. 그런데 이 기간 상위 20%의 소득은 2019년 1분기 3.1% 소폭 감소한 것 이외에는 꾸준하게 증가했다. 특히 1분위의 소득이 큰 폭으로 감소했던 2018년, 5분위의 소득은 매 분기 10%대 증가율을 나타냈다.

일주일에 17시간 밑으로 일하는 ‘초단기 일자리’가 급증한 것도 눈에 띈다. 지난해 주당 평균 노동시간 17시간 미만의 단시간 취업자 수는 200만명을 돌파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80년 이후 처음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36시간 이상인 취업자는 2016년 대비 143만1000명(6.7%) 감소했다. 반면 17시간 미만 취업자는 88만5000명(69.9%) 늘었다. 전경련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주 15시간 이상 근무한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주휴수당을 피하기 위해 15시간 미만의 ‘쪼개기 일자리’가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그래픽=손민균

◇전문가들 “저소득층 살림 안 나아졌고 자영업자 타격”

최저임금 인상이 목표한 바처럼 저소득 계층의 살림 살이를 나아지게 하지도 못했다는 연구도 속출했다. 지난 2020년 김재호 한국노동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한국노동패널 학술대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가계소비 증대효과 분석’ 보고서를 통해 “본 연구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저소득가구의 소득과 소비를 늘리는 효과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분위별 소득 증대 효과도 분석했다. 그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지만 소득 분위 1분위(하위 20%)와 4분위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음의 상관관계를 나타낸 반면 2분위, 3분위, 5분위(상위 20%)에서는 양의 상관관계를 나타냈다”며 “(최저임금 인상이)저소득층의 소득을 증대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배진한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팀도 지난해 한국경제학회의 학술지 ‘노동경제논집’에 게재한 ‘한국의 최저임금과 자영업’이라는 논문에서 “자영업자 중 최저임금 미만의 소득을 벌고 있는 사람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임금근로의 이동은 증가하고, 고용주가 될 확률은 감소하며, 미취업자가 될 확률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최저임금 이하를 받고 있는 저소득 자영업자가 임금근로자로 이동하는 경로는 상용직이기보다는 임시·일용직임이 명확하다”고도 지적했다. 2018년의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이 남성 자영업자와 고졸 이하 자영업자의 미취업 확률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IMF 아시아태평양담당국장을 지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현 정부에서) 최저임금이 정말 그래쥬얼(gradual·점진적)하게 올라갔다면 오히려 이 기간(문 대통령 임기) 최저임금이 더 올라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처음에 너무 많이 올라서 자영업자에 부담을 줬기 때문에 그 부작용으로 오히려 최저임금에 대한 인식이 나빠졌다”고 말했다. 그는 IMF 아태국장 시절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지적한 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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