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 1만5000원 줘도 알바 못 구해" 영업제한 풀리자 '구인난'에 우는 자영업자들

최효정 기자 2022. 4. 2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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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뽑는 식당은 많은데 일하려는 사람은 없어
배달 라이더 빠지고, 외국인 유학생도 사라져
전문가 "노동시장 참여 유인 줄어".. 인력난 장기화 가능성

“최저임금이요? 9000원은커녕 1만5000원에도 사람 뽑기가 힘듭니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완화하면서 영업시간 제한을 전면 해제했지만 많은 식당들은 여전히 자정 전에 문을 닫고 있다. 늦은 밤까지 홀 서빙이나 주방을 담당할 아르바이트생을 찾기 힘든 탓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2년여 만에 영업 제한 조치가 풀렸지만 자영업자들은 기뻐할 새도 없이 ‘구인난’에 시달리며 낙담하는 모습이다.

21일 인터넷 구인·구직 플랫폼에는 올해 최저임금 9160원을 훌쩍 뛰어넘는 금액을 제시한 곳들이 즐비했다. 영업시간 제한 전면 해제 후 자영업자들이 경쟁적으로 임금을 올리면서 식당이나 술집의 기본 서빙 아르바이트 시급은 1만원을 돌파한 상황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로 구인 수요가 늘어난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센터에 음식점 등 구인 공고문이 붙어있다./연합뉴스

자영업자들이 급하게 아르바이트생을 구하기 위해 시급을 올리고 있지만 구인난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없다. 구인 공고를 내고 일주일이 지나도록 아예 문의 자체가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업무 강도가 비교적 높은 술집이나 고깃집은 최저시급보다 50% 이상 많은 시간당 1만3000~1만5000원을 지급한다고 해도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양윤모(26)씨는 “알바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면서 “원래는 알바 공고 올리고 하루이틀이면 알바를 구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1~2주가 됐는데도 문의 전화가 제로(0)”라고 말했다.

강남구 삼성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전모(34)씨도 “1만5000원까지 시급을 올려도 사람이 안 뽑힌다. 3~4명은 더 뽑아야 하는데 한달째 공고를 올려뒀지만 전화가 안 온다”면서 “요즘 젊은 친구들은 주식이나 코인을 하려 하지 몸이 힘든 일은 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역삼동에서 곱창집을 운영하는 김완수(55)씨는 “시급 1만1000원정도까진 잘 안 뽑히고 1만5000원 정도까지 높이면 문의가 온다”면서 “코로나 전에는 최저시급보다 1000원 정도만 더 줘도 뽑기가 쉬웠다. 갑자기 거리두기를 전면 해제하면서 모든 식당들이 한꺼번에 인력을 충원하려다 보니 시급이 자연스럽게 올라간 것 같다”고 말했다.

사람을 찾는 식당이 넘치다 보니 더 좋은 조건을 찾아 중간에 그만두거나, 단기 아르바이트 자리만 찾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 취업 플랫폼 알바천국에 따르면 올해 3월 아르바이트 공고 수는 코로나가 창궐한 지난 2020년 3월과 비교해 216.7% 늘었다.

지난 17일 서울의 한 가게에 붙어 있는 '단체석 완비' '직원 및 아르바이트 모집' 안내문. /연합뉴스

식당이나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보다 배달 라이더를 택하는 청년층이 많은 것도 구인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배달 라이더는 고정적인 시간을 일할 필요 없이 자유 근무가 가능한 데다, 최근에는 배달 라이더로 버는 돈이 식당 아르바이트보다 많은 경우가 다반사다.

대학생 이모(22)씨는 “스무살 때 시급 1만원을 받고 호프집 서빙 알바를 했었다. 그때는 나름 고생하는 만큼 벌어서 쓴다는 의미가 있었는데, 이젠 사실 그 시간대에 1만3000원을 받고 출퇴근하며 일하느니 그냥 쉬는 게 낫다는 생각”이라면서 “돈이 필요할 시기에 쿠팡 라이더 등 자유로운 일을 하는 게 훨씬 이득”이라고 말했다.

김모(30)씨는 “취직한 것도 아닌데 고정적인 출퇴근을 요구하는 알바는 시간 면에서나 자유도 면에서나 소득 대비 너무 소모적”이라면서 “필요할 때 바짝 벌고 쉴 땐 쉬는 게 백배는 낫다”고 말했다.

대학가 식당에서 서빙 아르바이트 자리를 채워오던 외국인 유학생이 코로나19 기간 뚝 끊긴 것도 구인난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유학 목적으로 방한한 외국인은 8만84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37만5661명)에 비해 80% 가까이 감소했다. 신촌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오모씨는 “식당이나 술집 서빙 아르바이트는 외국인 유학생이 맡는 경우가 많았는데 코로나19로 유학생 자체가 줄다보니 사람 구하기가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정부의 지원이 늘면서 노동시장 참여 유인이 줄었고, 일을 하려는 사람 자체도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한다. 근로소득에 의미를 두지 않는 MZ세대 특성 등으로 노동을 기피하는 분위기도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지원이 늘면서 일할 의사 자체가 줄었다”면서 “또 한 축으로는 필요에 따라서 그때 그때 일을 하는 게 돈도 많이 벌고 더 행복하다는 사람들이 늘었다. 아예 일을 안 하려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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