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8년".. KDB생명, 매각 실패 흑역사 끊어낼 수 있을까?

산업은행의 KDB생명에 대한 매각 시도가 또 무산됐다. 사진은 KDB생명 동자동 사옥./사진=KDB생명

산업은행의 KDB생명 매각 시도가 4차례나 무산되며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2023년부터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이 예정돼 미래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KDB생명 매각은 예초부터 어려웠다는 얘기다. 산업은행을 통해 KDB생명에 투입된 막대한 자금이 차츰 허공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옛 금호생명을 인수한 KDB산업은행의 책임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매각이 계속 실패하고 있는데다 1조원에 가까운 막대한 자금 투입에도 지급여력(RBC)비율 등 KDB생명의 주요경영지표까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22일 금융권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초저금리 장기화와 IFRS17 도입 등을 앞두고 진행된 KDB생명 매각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KDB생명 매각은 지난 20일 또 실패했다. 지난 2014년 첫 시도 이후 4번째다. 

2014년 산은은 DGB금융지주에 KDB생명을 매각하려 했지만 DGB가 제시한 가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거래를 중단했다. 같은 해 국내 소형 사모펀드가 예비입찰에 참여했지만 이 때도 가격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무산됐다. 

또 2016년에는 중국계 자본이 KDB생명 본 입찰에 응했으나, 산은은 가격 조건이 맞지 않다며 우선협상대상자에 제외했다. 

이러한 매각 실패 사례는 한국 인수합병(M&A)시장에서 이례적이라는 게 보험업계와 IB업계의 시각이다. 최근 M&A시장에서 생보사는 찬밥신세다. 

보험업 새국제회계기준(IFRS17) 적용을 앞두고 있어 인수한 후에도 대규모 신규 자금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6년엔 한국알리안츠생명이 중국의 안방보험에 35억원이라는 헐값에 매각되기도 했다. 

매각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KDB생명의 RBC비율이 업계 최하위권에 머무는 등 경영지표 개선 마저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KDB생명의 RBC비율은 160%대로 금융당국 권고안 150%을 간신히 웃돌고 있다. IFRS17를 적용할 경우 대주주인 산은은 대규모 자본을 추가로 투입해야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KDB생명의 경우 뚜렷한 강점이 없는데 가격은 비싼편이다"면서 "반면 매각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았던 PCA생명은 변액연금분야에서 뚜렷한 강점이 있어 의외로 쉽게 매수자(미래에셋생명)를 찾았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산은의 구조조정 역할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정책금융의 문제점과 혁신과제' 토론회를 열고 산은 구조조정 방식에 대한 변화를 촉구했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정책금융기관은 사후적 구조조정에서 한계를 보인다"며 "전문성이 부족하고 구조조정 기업의 공기업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은금융지주 사장을 지낸 윤만호 EY한영 경영자문위원회장은 "구조조정 추진 시 채권단 관리 기간을 최소화해야 한다"면서도 "공정한 절차에 의한 시장가격으로 조속하게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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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준 기자 minjun8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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