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희의 차이나 트렌드] “왜 한국 만두에서 욱일기가 나와?”…中 광고에 등장한 ‘수상한’ 그림

베이징=김남희 특파원 2022. 4. 22.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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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의 한식 브랜드 비비고가 중국에서 제품 광고에 일본 욱일기를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사용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비비고는 이달 8일 중국 식물 단백질 식품 제조사 싱치링(星期零 Starfield)과 협업해 만든 '왕교자 식물 계획' 만두 2종을 출시했다.

신제품 공지 게시물에서 비비고 만두 제품의 배경이 욱일기를 떠올리게 하는 일러스트레이션이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해외에서 미국 다음으로 비비고 만두가 많이 팔리는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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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중국에서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만두 광고에 일본 욱일기를 연상시키는 문양이 사용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오른쪽) 일본 외무성이 유튜브 광고 영상에 사용한 욱일기. /싱치링 웨이신, 일본 외무성 유튜브 광고

CJ제일제당의 한식 브랜드 비비고가 중국에서 제품 광고에 일본 욱일기를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사용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욱일기는 가운데 붉은 태양에서 16개의 햇살이 뻗어 나가는 모양으로, 일본 제국주의와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깃발이다. 지난해 7월 일본 도쿄올림픽에선 경기장 내 욱일기 허용 여부를 두고 국제적인 논란이 일었다. 최근 일본 정부는 유튜브에 한국어로 욱일기를 홍보하는 광고 영상을 내보내 한국 국민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비비고는 이달 8일 중국 식물 단백질 식품 제조사 싱치링(星期零 Starfield)과 협업해 만든 ‘왕교자 식물 계획’ 만두 2종을 출시했다. 싱치링의 식물성 고기를 넣은 김치(중국어 제품명은 중국이 김치를 지칭하는 표현인 파오차이) 만두와 한국식 잡채 만두다. CJ가 건강식 트렌드에 맞춰 식물 단백질을 주원료로 사용해 내놓은 식물성 만두다.

CJ제일제당 비비고가 중국에서 4월 출시한 ‘왕교자 식물 계획’ 만두 2종. 왼쪽은 김치(중국어 제품명은 중국이 김치를 지칭하는 표현인 파오차이) 만두, 오른쪽은 한국식 잡채 만두. /싱치링 웨이신

이날 한국인 A씨는 중국판 카카오톡인 웨이신(위챗)에서 싱치링 공식 계정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신제품 공지 게시물에서 비비고 만두 제품의 배경이 욱일기를 떠올리게 하는 일러스트레이션이었기 때문이다. 둥근 해처럼 보이는 원 주변으로 빛줄기가 퍼지는 모양이 영락없이 욱일기 모양이었다. 다른 점이라면 원과 햇살 모두 빨간색이 아니라 연한 초록색이란 것이다. A씨는 “빨간색이 아니어도 문양만 봐도 욱일기가 생각나 기분이 나빴다”며 “한국 회사인 CJ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광고를 만든 건지 의아하다”고 했다.

엄밀히 말하면, 이 게시물은 싱치링이 제작해 올린 것이다. 같은 날 비슷한 시각, 비비고 웨이신 공식 계정에도 싱치링 협업 만두 출시 소식이 올라왔다. 이 게시물엔 욱일기를 형상화한 이미지는 없었다. 다만 싱치링 계정에 게시된 지 2주가 다 되도록 CJ가 문제의 소지가 있는 콘텐츠를 파악조차 않고 방치한 것도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또 다른 한국인 B씨는 “한국이 일제 침략 전쟁의 피해국인데, 한국 대기업에서 국민 감정을 헤아리지 않은 이런 광고를 볼 줄은 몰랐다”고 했다.

중국에서 CJ제일제당 비비고 만두 광고에 일본 욱일기를 연상시키는 문양이 사용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왼쪽은 비비고 브랜드 소개, 오른쪽은 중국에서 최근 출시된 비비고 식물 만두 2종 광고. /싱치링 웨이신

일본은 최근 유튜브에 공개한 ‘일본의 오랜 문화로서의 욱일기’란 제목의 영상에서 “(욱일기) 문양은 수백 년 전부터 상서로운 의미로 널리 사용돼 왔으며, 북마케도니아공화국 국기, 미국 애리조나주 주기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사용되고 있다”고 했다. 일본 외무성이 지난해 10월 한국어를 포함한 10개 언어로 제작해 배포한 영상이다. 일본의 침략 전쟁 상징물을 일상 생활 속 보편적인 디자인으로 포장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욱일기는 일본이 아시아 침략 전쟁과 제2차 세계대전 중 사용한 군기(軍旗)다. 현재 일본 해상자위대는 햇살이 16개인 기본 욱일기를 자위함기로 사용 중이고, 육상자위대는 햇살을 6개로 줄인 욱일기를 자위대기로 쓰고 있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2018년 10월 제주도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에 욱일기를 달고 참가하려다, 우리 정부가 국민 정서를 이유로 반대하자 반발 끝에 불참했다. 지난해 7월 도쿄올림픽 때는 경기장 내 욱일기 허용 여부를 두고 한일 간 진실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대한체육회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일본의 욱일기 응원을 금지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밝혔으나,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욱일기의 경기장 반입이 금지되지 않았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욱일기는 일본 해상자위대의 자위함기로 사용되고 있다. 해상자위대 욱일기는 햇살이 16개, 육상자위대 욱일기는 햇살이 8개다. /일본 해상자위대

싱치링은 식물 단백질 생산 기술을 개발해 식물성 대체육 등을 만들고 있다. 중국 남부 광둥성 선전에 본사가 있다. 중국 밀크티 브랜드 헤이티, 커피 체인 루이싱커피, 패스트푸드 체인 KFC 등 100여 개 회사에 식물 단백질 원료를 공급하고 있다. CJ에 앞서 풀무원이 지난해 12월 이 회사 식물육을 넣은 얇은피 만두 제품을 먼저 선보였다.

싱치링은 올해 1월 중국 벤처캐피털 업계 큰손 프리마베라캐피털그룹 등에서 1억 달러(약 1240억 원) 추가 투자를 유치했다. 당시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키키 우는 “첫 자체 공장 건설, 식물육의 맛과 질감 개선, 인력 확대, 마케팅 강화 등에 새 투자금을 쓸 것”이라며 “타깃 소비자인 Z 세대의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신제품 출시를 서두를 것”이라고 했다.

중국 베이징의 한 수퍼마켓 냉동고에 진열된 CJ제일제당 비비고 만두. /김남희 특파원

중국은 해외에서 미국 다음으로 비비고 만두가 많이 팔리는 시장이다. 비비고 만두의 중국 매출은 2019년 930억 원에서 2021년 1700억 원(약 9억 위안)으로 늘었다. CJ는 지난해 7월 약 400억 원을 투자해 중국 동부 산둥성 랴오청 공장 증설에 나섰다.

조선비즈 보도 직후 CJ는 싱치링의 해당 게시물을 삭제 조치했다. CJ는 “욱일기 문양을 넣으려는 의도로 만든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어떤 경로로 제작됐는지는 모른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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