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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지지기반·경제력 '3무' 청년 "정치의 벽 너무 높다"

김나윤 입력 2022. 04. 23. 00:02 수정 2022. 04. 23.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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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지방선거 D-40, 정치 신인 실종
청년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12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후보들과 청년 대표자 토론회 개최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6·1 지방선거가 4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예비후보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는 새 정부 출범 후 20여 일 만에 실시된다는 점에서 민심이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각 정당도 지방선거 이후 정국 주도권을 거머쥐기 위해 경쟁력 있는 후보들을 앞다퉈 내세우며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현재 전국 각지에서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는 예비후보 통계 등을 분석한 결과 여전히 ‘5060 남성’이 대다수로 연령별·성별 다양성은 좀처럼 확보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대선 때 목소리를 부쩍 높이며 한국 정치의 한 축으로 급부상한 2030 청년 세대도 이번 풀뿌리 민주주의 선거에 대거 도전장을 낼 것으로 기대됐지만 정작 현실 정치에 뛰어드는 데는 주저하는 모습이다.

정치권 또한 너도나도 ‘청년’과 ‘여성’을 외치며 이들을 적극 수혈하겠다고 공언해 왔지만 정작 이들의 정치 참여를 가로막고 있는 제도적 장벽을 낮추려는 노력은 소홀히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지역 정가는 물론 청년·여성단체들 사이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에 참신함과 열정을 갖춘 새 인물이 충원되길 바라는 여론과 달리 오히려 기성세대 쏠림 현상만 심화되면 민의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치권 “청년·여성 몫 늘리자” 말뿐

5060 남성 쏠림 현상은 통계로도 확인되고 있다. 광역·기초의원의 경우 22일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예비후보 중 50대와 60대 이상이 73.9%를 차지했다. 광역·기초의원 예비후보 네 명 중 세 명은 50세 이상인 셈이다. 반면 18~29세는 1.8%, 30대는 6.8%에 불과했다. 40대도 17.6%에 그쳤다. 상대적으로 젊은 층의 진입 장벽이 낮은 시·군·구 기초의원 예비후보조차도 20대는 93명(1.9%), 30대는 332명(7.2%)뿐이었다. 40대도 829명으로 2002년 이후 처음으로 후보가 1000명 이하로 줄었다.

반면 60대 이상 광역의원 예비후보는 617명으로 역대 지방선거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도지사와 시·군·구청장 등 광역·기초단체장 예비후보도 5060세대가 91.9%에 달했다. 성별로도 남성 광역·기초단체장 후보가 1398명(94%)으로 절대다수였고 여성 후보는 90명(6%)에 불과했다. 각 당이 경선 등 내부 교통정리를 마친 뒤 최종 후보를 확정할 경우 청년과 여성 후보 숫자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청년과 여성의 정치 참여는 왜 이토록 저조한 것일까. 여론의 높은 관심과 지지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왜 지방선거에 나서길 주저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청년·여성 정치 신인들은 “극복하고 넘어서야 할 장애물이 한둘이 아니다”며 현실적 고충을 한목소리로 토로하고 있다. 무엇보다 출마와 선거운동에 필요한 기초 정보조차 습득하기 쉽지 않은 현실이 첫손에 꼽힌다.

광주광역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문현철(27) 기본소득당 예비후보는 “9급 공무원을 지망한다면 학원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누가 1타 강사인지, 공무원의 비전과 장단점은 무엇인지 등을 인터넷 몇 번 검색하면 금방 알 수 있지만 정치인이 되는 법에 대해서는 공개된 정보가 거의 없다시피 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 주변에도 정치에 뛰어들 의지는 있지만 뭘 준비하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액션 플랜’을 세우기가 힘들다며 결국엔 마음을 접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는 정치적 사명감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서울 은평구의원 선거에 무소속 예비후보로 등록한 김연웅(27)씨도 “정당 후보가 되면 주변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많아지겠지만 나처럼 홀로 뛰어야 하는 예비 정치인의 경우 모든 난관을 스스로 풀어가야 한다”며 “선거운동 금지 규정 등 정치관계법도 매우 엄격한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 수 있는 통로도 거의 없다 보니 당황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정치 신인에게 현실의 벽이 너무 높다”고 토로했다.

어렵사리 출마를 결심해도 또 다른 장애가 기다리고 있다. 정당 후보 자리를 둘러싼 기성 정치인과의 경쟁이 그것이다. 하지만 지역 기반이 중요한 지방선거에서 정치 경험과 현지 네트워크가 부족한 청년 정치인이 기성 후보를 앞서기는 결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30대 전남 지역 예비후보는 “현장을 다녀보면 많은 유권자들이 ‘지역에도 새바람이 불어야 한다’며 젊은 후보의 등장을 반기지만 실제로는 지역 유지들과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특정 후보를 밀어주는 분위기가 압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체육에 소질이 없는 그는 최근 지역 유권자들에게 좀 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주말 테니스 모임에도 가입했다.

당 후보로 공천받더라도 ‘선거 비용’이란 큰 산을 또 넘어야 한다. 많게는 5000만원부터 적게는 200만원의 중앙선관위 기탁금에 소속 정당에 내야 하는 비용, 선거 공보물 제작비까지 더하면 최소한 4000만원의 선거 자금이 필요하다. 서울 마포구의원 선거에 출마한 전진형(34) 정의당 예비후보는 “선거 사무소도 단기 임대계약을 하다 보니 시세보다 웃돈을 줄 수밖에 없다”며 “경제적 여력이 없는 젊은 정치인은 유동 인구가 많고 위치도 좋은 사무소는 꿈도 못 꾼다”고 말했다. 김연웅 후보도 “선거 기간엔 경제 활동을 할 수 없다는 것도 청년 예비 정치인에겐 무시할 수 없는 장벽”이라며 “군에 있을 때 저축한 돈까지 털어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젊은 여성 정치인에겐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추가된다. 김명신(28) 부산시 금정구의원 예비후보는 “최근 현역 정치인을 만났는데 같이 간 또래 남성 활동가에겐 존댓말을 쓰더니 내게는 초면임에도 대뜸 반말을 해 당황스러웠다”며 “내가 잘하면 이런 편견이 없어질 거라고 마음을 다잡지만 종종 힘에 부치는 게 사실”이라고 하소연했다.

정치권도 여성과 청년 몫을 늘려야 한다는 취지엔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제도 개선에는 여전히 미온적인 실정이다. 지난 15일 국회는 여성 정치인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겠다며 여성 추천 보조금 지급 기준을 30%에서 10%로 낮추는 내용의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곧바로 “기존 정당들이 보조금만 챙기겠다는 꼼수”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주요 정당의 여성 후보 공천율이 10% 안팎이기 때문이다. 의무 규정도 아닌 탓에 실효성도 떨어진다.

청년·여성 할당제를 두고도 여야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체 후보 중 30%를 청년·여성 후보에 할당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다 보니 얼마나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당내에서는 벌써부터 인물난과 역차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시대착오적인 여성 배려의 잔재”라며 여성과 청년 할당제를 전면 폐지하는 대신 능력에 따라 후보를 선발하는 ‘기초자격평가(PPAT)’를 도입하기도 했다.

선거 사무소 등 비용 마련도 어려워

일각에선 이번 지방선거가 대선과 맞물리다 보니 후보들이 미리 체계적으로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현실론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론과는 별개로 각 정당이 선거철마다 ‘떴다방’식으로 운영하는 인재 육성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등 보다 현실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이 뒷받침돼야 연령별·성별·직종별로 다양한 형태의 정치인이 배출될 수 있을 거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청년들을 대상으로 정치학교를 운영해 온 야당 관계자는 “정당마다 청년 정치인을 육성하겠다며 여러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지만 이론적 수준에 그치거나 단발성 코스에 그치기 일쑤였다”며 “여야를 막론하고 10년을 내다보는 인재 육성 프로그램은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젊은 정치인 발굴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는 “일반 기업으로 치면 공채 시즌에만 인재 육성팀이 잠깐 운영됐다가 채용이 끝나면 팀이 사라지는 것과 비슷하다”며 “그러다 보니 정당이 선발한 정치인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키울지, 차기 신인은 어떻게 수혈할지 고민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인이란 직업의 매력도가 떨어지는 건 결국 시간문제”라는 우려도 적잖게 제기되고 있다. 임대환 청년재단 정책기획팀장은 “투표 등 정치적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것과 ‘플레이어’로서 직접 정치 무대에 뛰어드는 건 전혀 다른 얘기”라며 “청년들이 당선 배지를 달기까지 경제적으로나 경력 측면에서 스스로 희생해야 하는 몫이 너무 큰 상황에서 단순히 열정만으로 정치에 참여하라는 건 무리한 요구”라고 진단했다.

박 대표도 “요즘 청년층이 ‘네카라쿠배’라고 불리는 정보기술(IT) 업계를 선호하는 건 월급이나 복지, 업무 강도 등에서 매력적인 부분이 뚜렷하기 때문”이라며 “반면 삶의 안정성도 보장받지 못한 채 각자 알아서 생존해 나가야 하는 지금의 정치 생태계가 지속될 경우 앞으로도 정치권에 청년과 여성의 발길이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나윤 기자 kim.na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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