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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창수의 일본읽기]윤석열 정부, 對日외교에 '긴 호흡' 필요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입력 2022. 04. 24. 14:40 수정 2022. 05. 31.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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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협의단 방일.. 관계개선 '첫 단추' 책임 무겁지만
기시다 日총리, 7월 선거에 사활.. '타협'할 여유 적어

[편집자주]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도쿄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와세다대학과 도쿄대학에서 객원교수를 지낸 명실상부한 '일본통'이다. 지난 2015년 국내 외교·안보 분야 대표적 싱크탱크인 세종연구소 제9대 소장직을 3년간 역임했다. 기시다 후미오 시대를 맞아 한일관계 뿐 아니라 일본의 정치·경제·문화 전반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이 기대된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 뉴스1

(서울=뉴스1)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미국에 이어 일본에 '정책협의대표단'을 일본에 파견했다. 이는 윤 당선인이 한일관계 개선에 관심이 많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현재 한미동맹, 한중관계의 꼬인 매듭을 풀기 위해서라도 한일관계를 우선적으로 풀어야 국제관계가 정상화될 수 있다. 특히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이 갈등의 코스트를 높이는 건 전략외교의 방향이 아니다. 서로 한배를 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이 주장하듯 우리나라가 '글로벌 중추국가'가 되기 위해서라도 한미일 협력이 중요한 과제인 건 분명하다.

일본에서도 우크라이나 전쟁,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그리고 바이든 미 정부의 한일관계 개선 요구 등 국제환경 변화에 따라 한일협력이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윤 당선인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의 전화 대담에서 봤듯, 일본도 윤 당선인에게 기대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윤 당선인이 한일협력에 적극적인 만큼 한일정책협의대표단은 한일 간의 실질적 대화 채널을 복원하기 위한 소통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표단이 한일정상회담 개최의 희소식을 가져올지도 관심사다.

또 대표단이 한일 간의 첨예한 쟁점인 강제동원·위안부 문제 등에서도 실질적인 대화의 토대를 만들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지금까지 한국 내 반일(反日) 정서에 밀려 주저해왔던 과제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관련 협력, 인도·태평양전략,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협의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등의 논의가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우느냐가 한일관계의 미래를 좌우하는 만큼 한일정책협의대표단의 책임이 무겁다.

그러나 이번 대표단이 한일관계 개선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본은 여전히 '한국에 공이 있다'고 생각해 윤 당선인의 결단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가 강하다. 즉, 현재 일본에선 '한일관계 개선은 한국의 윤석열 정부가 어떻게 나오는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는 얘기다.

지금 일본 집권 자민당(자유민주당)은 한국에 거는 기대보다는 불신이 앞서는 상황이다. 진보 정권인 문재인 정부가 일본의 대(對)한국 불신을 증폭시킨 게 사실이나, '한국의 보수 정부도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는 게 일본 측의 중론이다.

일본에선 '한국의 보수 정부가 진보 진영의 친일 프레임 공격에 취약해 오히려 한일대립을 격화시킨 예도 많다'고 본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 보여준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한일정상회담 거부가 이를 뒷받침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따라서 자민당 내에선 윤석열 당선인의 요구에 호응해 한일관계를 개선하는 데 소극적인 분위기다. 일본 국민도 그에 대해 비판적이긴 마찬가지다.

최근 일본 자민당의 한국에 대한 불신은 기시다 총리와 강경파 간 갈등과도 연관돼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를 중심으로 하는 강경파들은 기시다 총리가 '아베의 유산'을 뒤엎을까봐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기시다 총리에 대한 자민당 강경파의 우려는 앞서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무대신 임명에서부터 시작됐다. 하야시 외무대신은 기시다 총리와 같은 파벌인 '고치카이'(宏池會·굉지정책연구회)의 일원으로서 한국·중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를 중요시한다. 한국 정치인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과의 교류도 유지해온 그는 '친한파'로도 알려져 있다.

특히 온건파인 기시다 총리는 아베의 '라이벌' 가문인 하야시 외무대신을 기용함으로써 외교에서 아베 전 총리와의 차별성을 갖고자 했다. 기시다 총리가 아베 전 총리,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하야시 대신을 임명하면서 기시다와 아베의 갈등에도 불이 붙었다.

그 후 아베는 작심한 듯 방위비 증강을 포함해 '적(敵) 기지 공격력' 확보, 그리고 지금까지 금기시됐던 '핵공유' 주장도 서슴지 않고 이어왔다.

또한 최근 불거진 일본 사도(佐渡)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록 추진과 관련해서도 자민당 내 강경파들이 기시다 총리의 결정을 번복토록 해 그의 어려움이 가중됐다.

한일관계와 관련해선 아베의 '사죄와 반성은 없다'는 주장이 일본 정치권의 지배적 담론으로 정착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시다 총리가 한국과 타협할 수 있는 '여유'는 매우 적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는 일본에게만 요구해선 한일관계 개선이 어렵다는 걸 말해준다.

정권 초기 한일관계 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게 윤석열 정부에 유리하겠지만, 기시다 일본 총리의 정치상황은 당장 한국의 요구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특히 7월 참의원 선거에 기시다 정권의 사활이 걸려 있어 윤석열 정부도 일본을 설득하기 위한 카드를 섣불리 낼 수 없는 구도가 됐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로선 대일(對日)정책 분야에서 긴 호흡을 갖고 국제관계의 협력을 진행시키면서 과거사 문제 해결도 추진할 수 있는 전략적 그림을 공유하는 게 우선해야 할 일이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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