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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불법 없다"던 옹벽아파트..감사원은 범죄 혐의 인정

김원 입력 2022. 04. 25. 05:00 수정 2022. 04. 25.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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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A아파트는 고도제한을 피하기 위해 최대 50m에 달하는 수직 옹벽을 쌓아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땅을 최대한 확보했다. [네이버 항공뷰]


감사원이 최근 최대 50m 높이의 수직 옹벽 앞에 들어선 성남시 백현동 판교A아파트(전용면적 84~129㎡, 1223가구) 특혜 의혹에 대한 감사를 벌인 뒤 대검찰청에 수사 요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5월 시민단체 성남미래정책포럼과 시민 320여명은 “성남시가 민간 사업자에게 특혜를 제공했고 위법한 옹벽 설치를 허가했다”며 감사원에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감사원은 공익 감사 청구를 접수하고도 약 5개월간 손을 놓고 있다가 해당 의혹이 본격화한 지난해 10월 감사 착수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사전조사를 했다. 실지 감사는 해를 넘긴 지난 1월에야 이뤄졌다. 구(舊)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들어선 이 아파트와 관련한 각종 인허가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현 상임고문)의 성남시장 재임 시절에 이뤄져 대선 기간 후보간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재명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월 대선 토론회에서 해당 의혹을 지적하자 “관련 규정에 따라 처리했고, 불법이나 잘못된 것이라고 결론 난 게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조사를 통해 해당 의혹이 상당 부분 신빙성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감사원법 제35조에 따르면 감사 결과 범죄혐의가 있다고 인정될 때는 고발 또는 수사요청을 할 수 있다.


유례없는 4단계 용도 상향...대신 짓겠다던 임대아파트는 10%만

이 사업 관련 특혜 의혹은 크게 ▶유례없는 4단계 토지 용도 상향 ▶이에 대한 조건으로 내세웠던 임대아파트 비율 감소 ▶옹벽 설치 심의 과정 부실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 아파트 시행을 맡은 B사는 2015년 2월 본사 이전을 추진하던 한국식품연구원과 수의계약을 거쳐 해당 부지(11만2861㎡)를 2187억원에 매입했다. 당시 대부분 토지(10만1014㎡)의 용도는 자연녹지였는데, B사는 자연녹지 가격으로 감정평가 받은 가격에 매입한 것이다. 그런데 7개월 뒤인 2015년 9월 성남시는 이 부지의 용도를 '준주거지'로 4단계 상향 조정했고, 준주거지로 바뀐 뒤의 감정평가금액은 4869억원으로 배 이상 뛰었다. 성남시의 명분은 '공공성'이었다. 한국식품연구원은 2015년 1월 성남시에 용도변경을 요청하면서 "공공성 확보 위한 임대아파트를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고, 성남시는 임대주택 건립을 조건으로 용도를 변경해줬다.

하지만 이 임대주택 비율마저도 전체의 10%(123가구) 가량으로 줄었다. 2017년 6월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성남시 측은 “재개발이나 재건축 지역에서 임대아파트의 의무비율이 있기 때문에 그것과 유사한 사례를 비교해 부지 내에 임대 아파트 10%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조정해서 분양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한국식품연구원이 국회에 제출한 백현동 부지 매각 절차와 관련한 해명자료. 한국식품연구원


이 용지의 매각 과정을 조사한 2018년 감사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식품연구원은 성남시에 임대주택을 일반 분양으로 바꿔 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2015년 11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모두 24차례나 보냈고 성남시는 2016년 12월에 일반 분양으로 계획을 바꿨다. 한국식품연구원은 용지를 매각한 이후라 이런 요청을 할 이유나 권한이 없었지만, B사 대신 공문을 보냈다. 당시 감사원은 한국식품연구원이 부당하게 민간 업체 영리 활동을 지원했다며, 실무자 징계(해임 1명·정직 1명·주의 2명) 등의 조치를 요구했다.

하지만 배경에는 '성남시의 요청'이 있었다는 게 한국식품연구원 주장이다. 연구원은 국회에 제출한 해명자료에서 “성남시와 매입자(B사) 협의로 공공기여 면적(기부채납)을 성남시 요구대로 들어주는 대신 임대 분양을 일반 분양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했다. 성남시가 기부채납을 더 받고자 임대를 일반 분양으로 바꿔주는 합의를 B사와 이미 했다는 얘기다. 성남시 역시 임대주택 비율을 조정하면서 부지 절반을 R&D용지와 공원 등으로 기부채납 받아 이미 공공기여는 충분하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하지만 성남시가 기부채납 받은 R&D용지는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아직까지도 공터로 방치돼 있다. 공원도 경사가 가파르고 차량 진입이 불가능한 사실상의 ‘맹지’에 위치해 아파트 입주민을 제외하면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판교 A아파트 옆 R&D 부지. 성남시가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의 용도 상향 대가로 시행사로부터 기부채납받은 땅인데, 여전히 활용방법을 찾지 못하고 공터로 방치돼 있다. 김원 기자

심의 과정에서부터 지적된 옹벽 안정성 문제

크게 줄어든 임대주택마저도 사실상 '무늬만 임대주택'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B사는 성남알앤디피에프브이란 특수목적금융투자회사(PFV)를 설립해 이 사업을 진행했는데, 2017년 7월 아파트를 분양한 뒤 같은 달에 민간임대 임차인모집 공고도 했다. 분양전환이 가능한 민간임대주택으로 분양 당시 가격은 전용 84㎡ 기준으로 보증금 5억원에 월 임대료 60만~70만원 선이었다. 무주택 서민을 위한 임대주택과는 거리가 멀다. 또 배정된 123가구 중 100가구만 공개 모집했다. 23가구의 임대물량은 임차인 모집 공고를 하지 않고 여전히 시행사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4가구는 전용면적 229㎡ 규모의 펜트하우스였다. 일각에서는 이 23가구가 로비용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또 이 부지는 서울 비행장 옆이라 고도제한이 있어 아파트를 일정 높이 이상으로 지을 수 없다. 이 때문에 B사는 무리하게 산을 수직에 가깝게 깎고 옹벽을 최대 높이 50m, 길이 300m로 세워 아파트 지을 수 있는 땅을 더 많이 확보했다. 2017년 건축 심의 당시 옹벽의 안전에 대한 심의위원들의 우려가 컸다. 당시 한 심의위원이 "옹벽 부분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부지인데,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총체적으로 부실한 심의"라며 "시민의 생명과 관련된 안전문제이므로 옹벽 안전성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확인될 때까지는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두 차례 회의 끝에 다수결로 의결됐다.

옹벽 안정성 문제는 지난해 10월 산림청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됐다.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은 "산지 전용 허가를 위해서는 비탈면 수준 높이가 15m 이하가 되도록 사업계획에 반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실제로 가보면 15m가 넘고, 거의 8∼9층 높이"라며 "산지 전용 허가권자가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후보로, 산지관리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국감에서 김 의원이 이 아파트 옹벽 사진을 최병암 산림청장에게 보여주며 "저렇게 높은 옹벽을 본 적이 있느냐"고 묻자 최 청장은 "오늘 처음 봤다"고 답하기도 했다.

일부 토목 전문가들은 이 지역이 편마암 지대로 점토가 충전된 단층이 많이 발달해 붕괴위험이 있다고 주장한다. 옹벽의 안정성이 대선 과정에서 논란이 되자 성남시는 입주가 시작된 이후에도 옹벽과 붙은 커뮤니티 등 일부 시설에 사용승인을 내주지 않았고, 이에 불복한 시행사측은 지난해 6월 성남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성남시)의 이 사건 처분은 원고(시행사)가 옹벽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보완 조치를 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한 것"이라며 "입주자 전체의 생명과 재산 보호, 쾌적한 주거생활 확보의 공익이 사용검사 신청 반려로 인해 원고가 입게 되는 손해보다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김진태 국민의힘 국민검증특별위원장과 김은혜 의원 등이 경기도 성남시 백현동의 이른바 '옹벽 아파트'를 찾아 현장을 둘려보고 있다. [뉴스1]

"성남시 최대 이익 확보"..."개발이익 민간이 독차지"

한편 이재명 고문은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당선인 측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성남시의 이익을 최대한 확보하는 조건으로 국토부 등의 요구대로 법에 따라 용도를 바꿨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감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국토교통부가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해 어쩔 수 없이 용도변경을 해 준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 국토부는 문제가 되는 부지의 종 상향은 지자체인 성남시의 판단 및 결정일 뿐 '협박'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 고문이 주장한 '성남시 이익 최대한 확보 조건'도 따져볼 부분이 있다. B사는 성남시가 토지 용도를 계속 변경해주지 않자 성남도시개발공사와 공동으로 사업을 하겠다는 '민관합동' 방식을 2015년 초 성남시에 제안했다. 성남시는 2015년 3월 개발업자 측에 토지용도 변경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공공성 확보를 위해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사업에 참여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당시 사업 타당성 조사를 통해 전체 땅의 60% 이상을 개발할 수 있게 되면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지만 이보다 더 높은 70%를 개발할 수 있게 인허가가 났는데도 사업에서 손을 뗐다. 성남시가 성남도시개발공사를 통해 충분히 이익을 환수할 수 있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았고, 개발이익은 민간 개발업자가 독차지한 것이다.

시행사는 이 아파트 분양으로 이미 대장동 개발사업 못지않은 상당한 개발이익을 챙겼다. 2015년 2187억원에 용지를 매입해 2017년 분양주택 1100가구를 1조500억원에 분양했다. 분양가 중 건축비를 제외한 땅값이 5800억원이다. 부지 매입가격(2187억원)의 2배가 넘는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현재까지 누적 분양이익이 3143억원이다. 여기다 앞으로 3년 뒤 임대 100가구의 분양전환 수입이 들어온다. 890억원이다. 540억원을 이미 보증금으로 받아둔 상태여서 늘어날 수입은 350억원이다. 남은 임대 23가구를 3.3㎡당 5000만원에 분양 전환하면 560억원의 분양수입이 또 생긴다. 합치면 900억원이 넘는 분양수입이 더 늘어나게 되므로 전체 수익은 4000억원을 훌쩍 넘는다.

또 이 아파트 인허가 작업은 성남알앤디피에프브가 진행했는데, 법원은 이 회사의 최대주주가 2006년 성남시장 선거 당시 이재명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낸 김인섭 씨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김씨가 이 사업에 개입한 뒤 용도 변경 등 인허가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는 증언도 다수 나왔다. 다만 이재명 후보 측은 대선 기간 여러 차례 "김씨와 이 후보의 관계가 끊긴 지 10년 됐다”고 해명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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