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전자신문

[콘텐츠칼럼]게임산업 비즈니스 모델 진화의 의미

이현수 입력 2022. 04. 25. 12:44 수정 2022. 04. 25. 17:59

기사 도구 모음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20조원에 달하고 수조원 규모의 매출을 내는 게임회사도 여럿 나왔다. 우리나라 게임산업에서 만들어진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이 다른 산업으로 전파되고 있는 패턴도 관찰된다. 과연 게임산업 비즈니스 모델은 어떻게 생겨나고, 다른 산업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1990년대 PC와 인터넷 보급률이 올라가면서 게임은 컴퓨터로 즐기는 콘텐츠로 인기를 끌게 됐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는 공짜라는 인식이 강해 불법 복제가 만연했다. 공유 사이트를 통해 불법 복제, 다운로드가 빈번했다. 인기를 끄는 게임을 개발하고도 망한 게임 벤처회사가 부지기수였다.

온라인게임이 출현하면서 새로운 사업 모델이 유료화에 성공했다. 넥슨의 '바람의 나라', 엔씨소프트의 '리니지'와 같은 초기 온라인게임은 오랜 기간에 걸쳐 캐릭터를 육성해야 했기 때문에 게임 접속 시간이 긴 사용자가 유료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정액제 과금 방식을 택했다. 정액제 요금제 사업 모델은 월 2만~3만원의 고정 금액을 지불하고 온라인게임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PC방은 회선당 6만~10만원 안팎의 월정액을 내고, PC방 이용자는 시간당 약 1500원 정도의 PC방 요금을 내는 방식으로 유통됐다.

이 무렵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프리챌'은 유료화 도입으로 이용자가 이탈했다. 유료화 비즈니스 모델 도입은 사업의 명운이 달린 중요한 문제였다.

2000년대 들어 정액제 요금제를 채택하기는 어려웠다. 사용자가 신규 게임의 가치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월정액을 내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게임은 무료로 하되 게임 아이템을 판매하는 부분유료화(Free to play)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나온다. 넥슨의 '퀴즈퀴즈'에서 처음으로 실험됐다. 게임 내에서 1000원 안팎의 아이템과 간단한 소품으로 자신의 성별을 좀 더 강조할 수 있는 성형 기능을 추가한 아이템이 팔렸다.

우리나라 게임 분야에서 처음 만들어진 부분유료화 비즈니스 모델은 유튜브, 링크드인, 드롭박스, 스포티파이, 에버노트 등과 같은 많은 글로벌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활용되고 있다. 최근 급성장한 웹툰·웹소설 플랫폼의 '기다리면 무료'(Wait or Pay) 비즈니스 모델 역시 모바일 게임 '애니팡' 게임 아이템 유료화 비즈니스 모델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국내 게임회사의 핵심 사업 모델은 확률형 아이템이다. 확률형 아이템이란 아이템을 구입했을 때 어떤 아이템이 나올지 알 수 없는 '뽑기' 형식 아이템을 뜻한다. 온라인게임에서 확률형 아이템 사업 모델을 처음으로 채택한 게임은 넥슨의 '메이플스토리'이다. 당시 일본에서 서비스하던 메이플스토리는 '가챠포티켓'이란 이름의 아이템을 장당 100엔에 판매하고 그 티켓을 뽑기 자판기에 넣으면 아이템이 무작위로 나오는 방식을 서비스했다. 운이 좋은 사용자는 희귀 아이템을 확보해 레벨을 순식간에 올릴 수 있다. 좋은 아이템 확보가 단순히 돈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운'이라는 요소가 결합된 것이다. 아이템 구매에 돈을 많이 쓰는 사용자가 게임에서 절대적으로 유리(Pay to win)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게임의 재미를 높인다고 할 수 있지만 과소비와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부정적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대체불가토큰(NFT)을 이용한 P2E(Play to Earn) 사업 모델이 게임업계에 떠올랐다. 이전 사업 모델에서는 이용자가 시간과 돈을 써서 캐릭터나 아이템을 키워도 소유권을 주장하기 어려웠다. NFT를 활용한 서비스를 통하면 아이템의 생성, 판매, 강화 이력 등을 추적할 수 있어서 아이템에 대한 권리 일부가 이용자에게 이전된다. 이용자는 게임 아이템을 가상화폐로 거래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엑시 인피니티' '미르4' 등이 해외 서비스를 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넷마블을 비롯한 주요 게임회사도 NFT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국내에서는 게임 아이템이 현실의 현금과 교환될 경우 사행성 문제나 비정상적인 게임 이용 등을 이유로 등급분류를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P2E 사업 모델에서는 기존 아이템 판매 매출 외에도 NFT 거래 수수료, 암호화폐 거래 수수료 등 새로운 매출원이 나타날 수 있다. 음원이나 미술 작품의 저작권에 대해 부분적으로 투자하고 현금화하는 것과 같이 게임의 일부분인 아이템이나 캐릭터에 대해 투자와 현금화하는 경제가 열리는 것이다.

게임산업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것은 게임산업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지나친 우려를 하는 것은 현명한 결정이 아니다. 우리는 새롭게 열리는 P2E 시장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NFT 거래에 신뢰성과 투명성 보장을 확보하면서도 신기술 시장을 확대할 방안에 대해 깊이 있는 연구를 해야 할 것이다.

전성민 벤처창업학회 회장/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smjeon@gachon.ac.kr

Copyright ⓒ 전자신문 & 전자신문인터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